지난 그리스 戰 이후로 비난 여론이 들끓던 박주영의 국가대표에 선발에 대한 논란은 이제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라졌다. 박주영이 보여준 모습은 기존의 원톱 김신욱과는 차별화된 모습이었으며, 김신욱을 제외한 다른 원톱 후보들보단 훌륭한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리라. 연계 플레이 또한 나쁘지 않았고, 골을 만들어낸 장면은 오랜 부진을 무색하게 할만큼 훌륭했다. 이제 박주영과 김신욱이 월드컵에서 원톱 자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논란이 여전한 포지션은 골키퍼뿐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수비진 자체에서 큰 잡음이 없다는 건 다소 의외의 일이긴 하지만,(세트피스에서의 집중력 부족이 해결되지 않는 것 같다.) 그것은 이미 팬들의 주된 초점이 골키퍼에게 맡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골키퍼 포지션엔 그리스 戰에서 선발로 나섰던 정성룡이 월드컵에서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그리스 戰에서 대한민국은 꾸릴 수 있었던 최상의 라인업을 꾸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박주영의 자리는 실험적이긴 했지만. 골키퍼 역시 월드컵에 나갈 선수를 선발로 내세웠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정성룡은 한골도 허용하지 않고 경기를 마쳤다. 이후 정성룡은 올 시즌 첫 K리그 경기에서도 연이은 선방을 보여주면서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치기도 했다. 그러나 정성룡에 대한 논란은 여전한 것 같다. 실력 자체에 대한 의문부호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으며, 정성룡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들도 인터넷 공간에선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정성룡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골키퍼 중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뛸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와 비교해서 확실한 비교우위를 점할 골키퍼가 없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이다. 빠른 반사 신경을 앞세워 환상적인 선방을 자주 보여줬던 김승규가 정성룡의 자리를 위협하긴 했으나, 미국에서 있었던 평가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특별하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정성룡은 85년생으로 고작 한국나이로 30살에 지나지 않는다. 골키퍼로서 절대 많은 나이가 아니다. 또한 신장도 190cm로 장신이며, 이전에는 훌륭한 경기력까지 보여주었고, 현재 다소 부침을 겪고 있긴 하지만 지난 주말에 보여줬던 것처럼 괜찮은 경기력을 보이는 날도 여전히 있다. 특히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는 골키퍼 포지션에서 기량으로 특출난 우위를 보이지 못한다면, 아직 큰 무대 경험이 적은 김승규보다는 월드컵을 이미 1번 경험해 본 정성룡은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야기가 정성룡이 주전으로 뛰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해석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만,그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카드 중 최선이 될 수 있는 카드라는 것이다.

정성룡에 대한 논란은 큰 틀에서 박주영을 둘러싼 논란들과 그 궤를 같이 한다.(물론, 박주영이 병역을 기피했다는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은 제외하고.) 박주영의 선발은 주로 박주영이 현재 경기를 뛰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그러나 박주영의 선발 역시 홍명보 감독의 국가대표 선발 원칙에 크게 위배되는 상황은 아니었고 박주영의 선발은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김신욱을 제외한 확실한 원톱 후보를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다. 박주영을 테스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원톱 자리의 대안을 찾는 과정이자 당연한 수순이었다.박주영의 실력 자체를 낮게 평가하는 이들도 없진 않겠지만, 박주영은 한 때 프랑스의 리그1에서 수준급 공격수로 손꼽혔으며, 경기 자체에는 출전이 없었지만 적지 않은 이적료를 지불하며 아스날에서 영입했던 선수이기도 하다.(사실 아스날에서의 생활을 돌아보자면 아스날이 그렇게까지 박주영을 하이재킹했던 이유는 의문이다.) 그리스 戰에서 박주영이 보여줬던 플레이들은 확실히 미국 평가전에서 보여준 국내파 다른 선수들의 경기력과는 차별화되어 있었고, 그런 점에서 경기력이 떨어져있다고는 해도 충분한 경쟁력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국가대표팀은 프로팀을 구성하는 것과는 다르고, 더욱이 지금은 월드컵을 고작 3,4달 앞둔 시점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결국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이들만이 뛸 수 있는 것이다.(물론 국적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의미를 선수 선발의 시점에서 해석하자면, 결국 선수 선발 폭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외국의 선수들로 부족한 국내파를 대체하는 K리그와도 다르고,당연히 국내파, 해외파 개념이 희박한 유럽 축구와도 다르다. 또한 월드컵을 앞둔 시점이란 것을 고려해봤을 때도 미지의 선수들을 지금 와서 새롭게 테스트하고 발굴하는 것보다는 과거에 경기력으로 인정받은 선수들이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은퇴를 앞두거나 부상으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할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니라면 현재의 경기력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물론, 절대적인 경기력이 아니라 과거와 비교했을 때 침체된 경기력을 의미한다.)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있고 주전이 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정성룡에게 쏠려있는 축구팬들의 불신과 불만에 대해서 다소 탐탁지 않다. 불과 2주전 모든 비난은 박주영에게 쏠려있었던 반면, 박주영이 골을 기록하며 부활의 몸짓을 보여준 현재 시점에서 정성룡이라고 하는 다른 희생양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려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런 비난에 관계없이 현 상황에서 정성룡은 월드컵에 갈 23인에 충분히 들어갈 선수라고 생각되며, 또 현재의 오락가락하는 경기력이 앞으로 나아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제 K리그가 개막되어 매주 실전을 치르며 과거의 좋았던 경기력을 회복할 기회는 충분하다. 축구팬들 역시 정성룡의 부진했던 경기력에서 한발짝 떨어져서 생각해보면 그를 대체할 골키퍼가 확실히 떠오르지 않는다는 걸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현재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지금처럼 대안 없는 비난만을 이어가긴 힘들 것이다. 정성룡 우리의 골문을 지킬 가능성이 높은 정성룡에 대해 수위 높은 비난의 말을 하기 전에, 그의 경기력 회복에 기대를 걸고 그가 과거에 보여줬던 경기력을 회복하도록 응원의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그의 부활에 힘을 실어 줄 수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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