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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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인터뷰] 이천수, 소리아의 별 ①
이천수는 언제나 화제를 몰고 다닌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화려한 플레이로, 경기장 밖에서 톡톡 튀는 입담으로 끊임없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는 팬의 숫자에 못지 않게 안티 팬의 수가 많은 선수로도 유명하다.
가장 큰 이유는 매체를 통해 비춰지는 그의 언행이다.
언제부턴가 이천수는 실력 이외의 요소로 더 많은 관심을 끄는 선수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인데다 대표팀에서도 꾸준히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이천수의 이름을 내세운
기사들은 대개 경기 외적인 요소를 다뤄왔다. 그
가 최근 몇 년간 기량면에서 어떤 발전을 이뤘는지,
혹은 스페인 진출 이후에 축구를 보는 시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대부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단지 그가 헤어스타일을 바꾸거나 경기와 무관한 화제성 멘트를 날릴 때에만
가십성 뉴스들이 확대 재생산되어 ‘이천수’라는 이름을 더욱 독특하고
오만한 존재로 포장시켰다.
문제는 이렇게 형성된 이천수의 이미지가 개선되기는 커녕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때로는 그가 직접 말하지 않은 표현들이 그의 발언으로 둔갑하여 보도되는 일도
있는데 이미 이천수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는 일반 팬들에게는
그것이 부정적 편견을 강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이를테면 많은 팬들은 이천수가 본인의 입으로 ‘내가 아시아의 베컴’,
‘내가 누만시아의 오웬’이라 말한 적이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이 과정에서 이천수는 다소 부당한 대접을 받아왔다.
“입만 살아 움직이는 녀석”이나 “지나치게 건방진 선수”로 치부하는
사람들의 수가 크게 늘어났던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유없이 싫다”는 반응을 보이는 축구팬들도 적지 않다.
유명인이 매체가 만들어낸 이미지로 각인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대중 입장에서는 그들의 실제 모습을 알 수도, 알 필요도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천수에 관해서라면 그렇게 넘어가자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를테면, 그에 대한 대중의 대접이 상당히 불공평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저간의 사정들이 이천수와는 무관하게 형성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천수는 말을 참 잘하는 선수다.
그뿐 아니라 일반적인 한국 선수들과 달리 자기 관리와 자기 홍보 양면에
모두 능수능란해서 말을 아끼기 보다는 표현하는 쪽을 선호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직선적이면서도 조리있게, 그리고 풍부하게 쏟아낸다.
때로는 거침없는 표현으로 듣는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 때도 있지만 자신이
가진 생각과 이를 드러내는 말에 대해 대단한 자신감을 가진 선수이기도 하다.
자신을 잘 포장할 줄 아는 능력 또한 이천수가 가진 또다른 능력 중의 하나다.
프로선수에게 자기홍보는 분명 필요한 덕목이다.
그리고 그는 이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한국의 어떤 운동선수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한국의 매체나 대중은 이런 특성을 가진 스포츠 스타에게 익숙하지 않다.
은연중에 마이크 앞에서 그저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수줍게 미소짓는 ‘아마츄어’적인 표정에 안도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천수가 자신만만하고 소신이 뚜렷한 선수로 인식되기 보다는
‘잘난 척’하고 ‘말만 번지르르한’ 선수로 인식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다소 앞서가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말을 자신의 앞날에
대한 일종의 ‘다짐’으로 이해한다면 이천수에 대한 까닭없는 미움의
많은 부분을 걷어낼 수 있지 않을까.
“군대 꼭 간다”고 호언장담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미국 국적을 취득하는 따위의
기만이 횡행하는 현실에서,
자신의 목표를 앞서 이야기한 뒤 이를 이루기 위해 매진하는 이천수의 언행은
조소보다는 오히려 격려가 어울리는 것이 아닐런지 독자들에게 조심스레 묻고 싶다.
와이드 인터뷰 이천수, 소리아의 별 (1)
지난 3일 바르셀로나戰을 앞두고 만난 이천수(23,누만시아)의
표정은 매우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하위팀으로 임대된 데 대한 아쉬움은 주전으로 꾸준히 출전하는 과정에서
눈 녹듯 사라졌고 지금은 오히려 새로운 감독과 동료들로부터
큰 신임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이 상당히 만족스러운 듯 보였다.
이천수처럼 자신이 팀의 중심이 될 때 더 큰 빛을 발하는 선수에게
누만시아로의 이동은 오히려 신선한 자극제가 된 셈이다.
이날 열린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이천수는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제까지 한번도 다친 일이 없던 오른쪽 무릎에 이상이 생기면서
정상적인 스피드를 낼 수 없었고 최근 물오른 기량을 과시하던 킥도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팀 전술 자체도 강팀을 상대로 90분 내내 수비 일변도의 모양새를 유지해서
전반 23분의 아쉬운 찬스를 제외하면 이천수에게 별다른 기회가 나지 않았다.
후반에 교체아웃된 이천수는 팀이 0-1로 아쉽게 패하는 것을 지켜본 뒤 5시간 동안
고속도로를 달려 연고지인 소리아에 도착했다.
인구 4만의 소도시 소리아는 이천수의 레알 소시에다드(원 소속팀)가 자리잡은
산 세바스티안에 비하면 그야말로 ‘시골’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공간이다.
스페인에서도 이름난 휴양지인 산 세바스티안이 아름다운 해안을 배경으로 1년 내내
북적이는 세련된 도시인 반면,
신도시 냄새 풀풀 나는 소리아는 도시 끝자락에 자리한 이천수의 집에서
시내 중심부까지 이동하는 데 걸어서 20분이면 충분할 정도로 단출하다.
바르셀로나와의 경기가 끝나고 고속도로를 4시간 여 달려 소리아에 도착한 이천수는
숙면을 취할 틈도 없이 다음날 아침 10시부터 회복훈련에 참여했다.
이제 고작 한달이 조금 넘었지만 소리아 시민들에게 이천수는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다.
손을 흔들거나 수줍은 미소를 감추는 것으로 도시의 새로운 스타에 대한 반가움을 표시한다.
★ 바르셀로나, 누 캄 (Barcelona, Nou Camp)
시즌이 시작한 지 고작 한달 남짓 지났을 뿐이지만
누만시아에서 이천수가 쌓은 경험은 지난 1년간 레알 소시에다드 시절
얻은 것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와 같은 최고의 명문팀들을 상대로 경기에 나섰고
대부분의 경기에 선발로 출전했다. 확실한 주전 자리를 꿰찬 덕이다.
“빅 리그에서 뛰는 이점이 바로 이런거다.
내가 속한 팀이 약하다 하더라도 강팀들을 상대하면서 경험을 쌓고 시각을 넓힐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같은 팀과 경기하게 되면
그야말로 세계 정상의 축구를 경험하는 것 아닌가.”
안정환이 이탈리아를 떠난 지도 2년이 훌쩍 넘었고 독일 분데스리가의 차두리도
소속팀과 함께 2부리그로 내려앉은 지금,
이천수는 이른바 ‘빅 리그’에서 뛰는 한국 유일의 선수다.
지난 3일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무려 8만명에 이르는 관중을 두고
경기를 치른 것도 스페인이라는 유럽 최고의 리그가 아니었다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관중이 상대팀을 응원하는 분위기 속에서 뛰었으니
아무리 자신만만한 이천수라도 조금은 위축되지 않았을까?
“내 생애 가장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경기한 날이었다.
하지만 특별히 긴장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경기한다는 사실에 조금 들뜨기는 했다”
이날 누만시아는 약팀이 강팀을 상대하는 모범답안을 들고 경기에 임했다.
9명의 선수가 수비에 전념했고 결국 1골만 내준 채로 경기를 마쳤다.
자연히 이천수에게는 많은 기회가 나지 않았다.
“수비에 전념하다가 역습시에는 나에게 공을 넘겨주라는 감독의 지시가 있었다.
그런데 제대로 공이 연결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전반에 맞은 딱 한번의 찬스를 놓친 것은 그래서 더욱 아쉽다.
골키퍼와 1대1 상황으로 연결되는 매우 좋은 찬스였지만
짧은 순간 생각이 너무 많아 제대로 공을 맞추지 못했다.
한번 더 치고 나간 뒤에 때릴지 골키퍼 키를 넘길지 망설이다 기회를 놓친 셈이다”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것이 골게터의 몸값을 가르는 중대한 차이다.
앞으로 팀 공격을 책임져야 할 이천수가 빠르게 발전시켜야 할 감각이다.
이천수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이 장면을 수없이 복기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 장면을 안타까워한 것은 이천수만이 아니다.
다음날 누만시아 연고지인 소리아 지역 신문들은
이천수가 슛을 놓치는 장면을 1면에 싣는 것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유럽 최대의 경기장에서 리그 1위팀을 상대로 골을 넣었다면 소리아가 아닌
스페인 전국지 1면을 장식했을 것이다.
그리고 스페인 리그 진출 이후 첫 골을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그것도 누 캄에서 터뜨린다는 것은 생각만해도 대단한 일이다.
수많은 수퍼스타들이 어린 시절 누 캄에 서는 자신의 모습을 꿈꾸며
공을 차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경기 결과만 놓고 보면 이천수도 누만시아도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상대팀의 스웨덴 골게터 라르손에게 헤딩 결승골을 내준 것이 뼈아프지만
호나우디뉴, 에토, 라르손, 데코와 같은 세계 최고 공격수들을 상대로 1점만
허용한 것은 인상적인 기록임에 틀림없다.
“호나우디뉴는 당대 최고의 공격수다.
우리 팀의 전력이 약하다보니 나도 수비에 가담하는 시간이 많아 공격력을
겨뤄볼 기회가 없어 아쉬웠다.
대신 경기 도중 호나우디뉴의 볼을 한번 빼앗을 수 있었으니 어찌보면
마냥 안타까워할 일만도 아닌 것 같긴 하다”
이와 같은 긍정적인 사고는 이천수의 장점 중에서도 가장 큰 힘이다.
어떤 선수든 실수 하나 없이 그라운드를 누빌 수는 없다.
실수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라면 곤란하지만 날아간 기회를 마냥 붙잡고
있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바르셀로나戰이 끝난 뒤 아쉬운 점과 만족스런 부분을 스스로 체크한
그는 미진한 부분에 대한 미련을 깔끔하게 정리한 채 레바논戰과
리그 다음 경기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옮겼다.
수많은 경기를 치러야 할 프로 선수에게는 분명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요소다.
★ 이천수, 유럽축구
2002년 월드컵 이전까지만해도 유럽의 빅 리그는 한국 축구팬들에게
‘신성불가침’ 지역으로 받아들여졌다.
지금이야 한국 선수들이 매년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등
큰 활약을 보이고 있다 보니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우리 선수가 유럽 유명 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한다는 것은
그 당시만해도 꿈만 같은 일이었다.
최용수-김도근이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입단 테스트를 받으러
출국하던 것이 스포츠 뉴스와 신문의 톱기사로 오르던 시절이다.
특히 K리그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히던 안정환이 이탈리아 무대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돌아오면서 유럽 무대에 대한 보이지 않는 벽은
한 뼘 더 높아졌다.
80년대 차범근과 지난 시즌의 차두리가 활약한 독일을 제외하면
유럽 빅 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선수가 전혀 없다는 점은 그 벽이
여전히 단단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최근 잉글랜드로 이적한 ‘최장 유럽리거’ 설기현이 2부리그격인 챔피언십에
소속된 팀에 입단한 것도 이를 입증하는 사례다.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로 꼽히는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에서 2년째
활약중인 이천수의 존재가 더욱 눈에 띄는 이유다.
“유럽에 진출한 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스페인 TV를 통해 유럽 전역의 수준 높은 축구를 모두 지켜볼 수 있다는거다”
그렇다면 이천수가 느낀 한국과 유럽 선수들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그는 지체없이 답한다.
“킥이다. 빠르고 정확하게 뻗어가는 패스의 질(質)은 물론이고 공 끝의 움직임,
그리고 무엇보다 킥의 강도에서 유럽 선수들이 크게 앞선다”
야구에서 흔히 쓰이는 ‘투수의 공 끝이 살아있다’는 말이
축구에서도 통용되는 듯한 느낌이다.
이어 그는 웨인 루니와 티에리 앙리의 슈팅을 예로 들었다.
일단 킥이 좋은 선수라면 같은 조건을 갖춘 라이벌에 비해
훨씬 앞선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지난 1년간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비 알론소(현재 리버풀)를
평가할 때 “미드필더 치고는 너무 느리다”
고 낮은 점수를 주면서도 알론소의 높은 몸값에 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이유도
알론소가 갖춘 빼어난 킥력 때문이다.
§ 그렇다면 이천수가 꼽는 유럽 최고의 선수는 누구일까.
그는 현역 최고의 선수로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
티에리 앙리(아스날), 호나우디뉴(FC바르셀로나)를 꼽았다.
킥과 밸런스, 드리블에서 모두 정상급 기량을 보이는 선수들이다.
젊은 선수 중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두 10대 스타,
웨인 루니와 크리스티아노 로날도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맞붙어 본 수비수 중에서는 푸욜(바르셀로나), 코르도바(인터밀란),
튀랑(유벤투스) 등이 가장 위협적이었다고 평했다.
2004/10/11 03:21 입력 : 2004/10/11 12: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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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수준 높은 기사 하나가 나왔군요.
그동안 잘하면 띄워주고 못하면 깎아내리기에 바빳던
기자들, 반성좀 해야겠습니다.
특히 이천수에 대해선 너무 막했죠.
지금도 미꾸라지 이천수 이렇게 불리더군요.
기자들 좀 성숙해지길 바랍니다.
그 언론의 깎아내림에도 굴하지 않고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한 이천수 선수가 자랑스럽네요.
카페 게시글
…… 프리토크
소식
[와이드 인터뷰] 이천수, 소리아의 별 (오랜만에 좋은기사) - 수정
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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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0.1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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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제일 어이없는 건 '자서전 사건'이었죠. 황색언론의 필살기 100배 부풀리기로 인해 축구 동료들에게까지 오해를 받았던 피해자 이천수.. ㅡㅡ
다 읽엇는데 아 기분좋네요.. 이천수가 푸욜을 접때도 이야기한적있는데 역시 푸욜..
저도 너무 어이없었습니다. 자서전이 아니라 월드컵 뒷이야기를 이천수 나름대로 재미있게 표현했던거 였는데... 과장기사로 인해 가장 피해를 많이본 선수가 이천수 선수죠. 근데 굴하지 않고 지금은 국대의 에이스가 되어서 너무 자랑스러워요.
전 자서전이 정말 그렇게 이상한 건가 의문이 되어 직접 사서 읽어 보았습니다. 뭐 그렇게 파문 될 만한 건 없던데 ㅡㅡ; 기자 되면 다 저렇게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