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구포 국시
창원중앙역에서 진례터널을 통과하면 곧장 오른쪽으로 분기한 철길이 나오는데 부산 사상까지 연결해 놓고도 객차 운행은 미루고 있다. 신월에서 장유를 거쳐 사상에 이르기까지 30분이면 닿는다. 낙동강 하상으로 뚫은 터널 하자 보수와 여객 전철 운행 횟수와 요금을 어떻게 하느냐로 당국에서 고심되는 듯하다. 그 철길이 개통되면 울산 태화강역이나 경주 포항이 훨씬 가깝다.
장마가 진행 중인데 폭염경보가 내려진 유월 하순이다. 주말을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다가 경전선 열차로 낙동강 하류 생태 탐방을 나서고자 마음을 정했다. 아침 식후 집에서부터 걸어 창원천 상류 천변을 따라 창원대학 캠퍼스를 지나 창원중앙역으로 올랐다. 역 맞이방은 주말을 맞아 서울로 가서 용무를 보려는 이들로 평일보다 승객이 붐볐는데 나는 경전선 구간 화명까지 간다.
이른 아침 순천을 출발 진주를 거쳐온 객차는 창원중앙역 손님이 내린 뒤 올랐다. 진례터널을 관통 후 모내기를 마친 들녘에는 푸름이 짙어갔다. 진영역을 지나 한림정을 앞둔 화포천 습지는 갯버들과 갈대가 무성했다. 모정에서 터널을 빠져가자 낙동강 강심으로 철교가 놓인 삼랑진으로 건너갔다. 경부선 선로를 따라 영남대로 잔도가 희미한 강변 벼랑에서 유장한 강물을 봤다.
앞서 승차권에는 물금역까지만 끊어도 그다음 화명역은 연방이라 부정 승차 승객이라 볼 수 없다. 언젠가 물금역에 내려 대중교통으로 통도사를 찾아 암자를 순례해 볼 날이 있지 싶다. 비가 오는 날 우산을 받쳐 걸으면 좋을 듯해 여름 이후 가을이나 겨울에도 우중 주말이면 언제든 길을 나설 준비는 되어 있다. 이번 주말 비가 오는 경우였다면 그쪽으로 행선지가 정해질 뻔했다.
화명역에서 철길 지하통로에서 화명생태공원으로 나갔다. 여러 체육 시설에는 다양한 계층 사람들이 더위가 예사롭지 않은 날임에도 여가를 즐겼다. 인조 잔디 축구장은 젊은이가 뛰고 천연잔디밭은 중년 남녀들이 파크골프를 즐겼다. 여러 면으로 된 야구장에도 학생들이 비지땀을 흘렸다. 자전거길을 따라 라이딩을 나선 이가 줄을 잇고 나처럼 뚜벅뚜벅 걷는 이들도 다수였다.
강 건너편 김해 대동에서 강심을 건너오도록 주탑을 세워 쇠줄을 당긴 화명대교가 보였다. 중앙공원은 수생식물이 자라는 생태 연못이 나왔다. 수초 사이로 잎을 펼쳐 동동 뜬 노랑어리연이 노란 꽃을 피웠다. 마름이 빼곡한 수면에는 가시연이 잎을 넓히며 자랐는데 한여름 폭풍 성장해 가을이면 둥글넓적 커다란 방석처럼 보일 테다. 그 연잎 한복판에 피울 선홍색 꽃이 기대된다.
자전거길과 산책로 바깥으로 강변 생태 탐방로가 한 겹 더 개설되어 그 길 따라 걸으니 유장하게 흐르는 강물에 가까워 바람이 불자 시원함을 더 느꼈다. 수양버들 아래 멈춰 잠시 쉬자 한 젊은이가 수상레저로 뱃머리가 끄는 줄에 매달려 스키를 즐겼다. 강가에서 산책로 따라걸어 ‘감동진 금빛 노을 브릿지’ 전망대로 올랐다. 감동진은 구포를 이르는 옛 지명으로 구포 나루터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강변대로와 철길을 건너 오가도록 공중 부양시켜 놓은 듯했다. 구포 장터로 가니 마침 오일장을 맞아 더운 날씨에도 장꾼들이 모여들었다. 손님들 틈에 떠밀리다시피 장터를 둘러보고 부추 묶음을 사고 구포 국시집에서 차븐 국시로 요기했다. 식당을 나와 족발과 생선을 골랐다. 갈치는 신물이었고 오징어와 조기는 냉동이라도 다른 장터보다 선도가 좋아 뵈었다.
구포역으로 와 아침에 구해둔 승차권이라 주말이라도 좌석에 앉아 편하게 창원으로 복귀했다. 졸음을 이겨내어 ‘여름 구포 국시’를 한 수 남겼다. “장맛비 그친 틈새 무더위 기승인데 / 경전선 화명 내려 강가로 생태 탐방 / 초여름 식생 살피며 구포 장터 닿았네 // 가던 날 장날이라 장꾼 틈 떠밀려서 / 몇 마리 생선 사고 국시로 요기하고 / 귀로는 아침 그 열차 되돌아서 왔다네” 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