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라고만 생각했던 아이의 행동이 어쩌면 마음속 깊은 곳의 '강박'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습니다. 섭식장애를 앓는 많은 이들이 강박장애라는 또 다른 무거운 짐을 함께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Q. 선생님, 딸아이의 고통을 지켜보다 못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글을 올립니다.
20대인 저희 딸아이가 몇 년 전부터 섭식장애(거식증)를 앓고 있습니다. 체중이 늘어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며 음식을 거부해 왔는데, 최근 들어서는 오염에 대한 두려움인지 하루 종일 손을 씻거나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강박증 증세까지 심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살이 찌는 것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이 결국 섭식장애를 일으키고, 그게 꼬리에 꼬리를 물어 지금의 다른 강박 행동들까지 만들어낸 걸까요? 두 가지 병이 얽혀서 아이를 옭아매고 있는 것 같아 너무나 괴롭습니다. 눈에 보이는 행동들을 못하게 막으면 아이는 패닉에 빠지는데, 도대체 이 두려움의 고리를 어디서부터 끊어내야 할지 막막합니다. 부모로서 제가 무엇을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A.안녕하세요, 섭식장애라는 힘든 질환에 강박 증세까지 겹쳐 고통받는 따님을 지켜보시며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실지, 부모님의 그 애타는 심정에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두 가지 증상이 한꺼번에 아이를 괴롭히고 있으니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고 두려우신 것이 당연합니다.
어머니께서 염려하시는 것처럼, 섭식장애와 강박장애(OCD)는 매우 빈번하게 함께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섭식장애 환자의 약 41%(거식증의 경우 35%)가 평생 동안 강박장애를 동반할 정도로 두 질환은 밀접하게 얽혀 있으며, 이렇게 두 질환이 동반될 경우 투병 기간이 길어지고 예후가 나빠지며 자살 시도 위험이 높아지는 등 환자의 고통이 크게 가중됩니다.
그러나 최신 네트워크 분석 연구에 따르면, 어머니의 짐작과는 달리 섭식장애 증상과 강박장애 증상은 서로를 직접적으로 유발하며 꼬리를 무는 것이 아니라, 뚜렷하게 구분되는 별개의 군을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강박 증상이 섭식장애를 직접 악화시킨다기보다는 완벽주의, 충동성, 실수에 대한 염려 등 '공유된 성격적 취약성'이 두 질환을 동시에 나타나게 하는 근본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두 질환 모두 눈에 보이는 '행동(구토, 손 씻기 등)'보다 '인지적 증상(생각과 두려움)'이 질환을 유지하는 훨씬 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섭식장애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증상은 '체중 증가에 대한 두려움'이며, 강박장애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증상은 '강박 사고로 인해 일상생활이 방해받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강박 행동(손 씻기)이나 음식 거부 행동 자체를 강제로 막으려 하시면 아이의 통제력 상실에 대한 불안만 더욱 극심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기보다, 그 행동 이면에 자리 잡은 극심한 두려움(살이 찌는 것에 대한 공포, 강박적 사고로 인한 괴로움)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질환은 별개의 군집으로 나타나므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및 심리치료사와 함께 체중 증가에 대한 핵심적인 두려움과 강박 사고를 다루는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여 체계적으로 접근하셔야 합니다.
"섭식장애의 이면에 숨겨진 강박의 고리를 끊어내려면 눈에 보이는 행동뿐만 아니라, 그 행동을 유발하는 내면의 '두려움'과 '완벽주의'를 함께 치료해야 합니다."
1. 음식 및 체형과 무관한 '강박 증상' 세심하게 점검하기
섭식장애 환자를 치료할 때는 단순히 음식과 체중 문제만 볼 것이 아니라, 그와 무관한 강박사고나 강박 행동이 있는지 반드시 철저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치료 방식을 환자에게 맞게 적절히 조정할 수 있습니다.
2. 체중 증가에 대한 '인지적 두려움'을 표적으로 한 노출 치료
섭식장애 증상 네트워크에서 '체중 증가에 대한 두려움'은 가장 핵심적인 증상입니다. 따라서 상상 노출 등의 심리치료 기법을 활용하여 살이 찌는 것에 대한 파국적인 두려움 자체를 둔감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3. 행동 억제보다는 '기저의 성격적 취약성' 다루기
두 질환의 동반 발병은 완벽주의와 같은 공통된 성격적 취약성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표면적인 섭식 통제나 강박 행동을 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가 가진 완벽주의적 성향과 인지적 왜곡을 함께 다루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Mandelli, L., Draghetti, S., Albert, U., De Ronchi, D., & Atti, A.-R. (2020). Rates of comorbid obsessive-compulsive disorder in eating disorders: A meta-analysis of the literature.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277, 927-939.
Meier, M., Kossakowski, J. J., Jones, P. J., Kay, B., Riemann, B. C., & McNally, R. J. (2020). Obsessive-compulsive symptoms in eating disorders: A network investigation. International Journal of Eating Disorders, 53, 362-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