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이 있었다. 마취과장의 친구가 보험회사에 다니는데.. 보험을 들라는.. 뭐 그런식의 이유로 마련된 회식자리..
여차여차해서 술을 적당히 기분좋게 마시고.. 집에 가려는데.. 오다리 의사 - 면허가 없는 의사를 말한다. - 신과장이 2차를 가자고 한다. 제길.. 난 그때 집에가서 좀 자고 싶었다.
'Cafe MILLE'
2차로 들어간 곳의 이름이다. 참.. 이름 묘하네..
지하 1층이었다. 처음 보는 형식의 카페였다. 테이블이 다섯개 쯤 되는 작은 크기였다. 조명은 커다란 커피숖처럼 밝았고.. 쇼파도 넓고 푹신한 것으로 갖추어 놓았다. 서른 중반도 되어 보이지 않는 여자 두명과 어린 여자아이, 그리고 달마시안 강아지 한마리.. 이렇게가 그 가게의 식구인 듯 했다. 메뉴판도 없었고, 옆쪽에 보니 작은 문이 달린 방도 있었으며 그 안에는 물론 같은 종류의 테이블과 쇼파가 있었다.
술집이라 하기도 뭐하고.. 커피숖도 아니고.. 바도 아니고.. 정말 뭐라고 분류할 수 없는.. 그런 이상한 곳이다. 신과장은 종종 와 본 듯 했다.
분명하게 말하지만 절대로 취하지 않았었다.
맥주와 안주를 알아서 가져다 주었고, 다들 많이 마셨다. 특히 신과장은 혀가 꼬이고 눈이 작아지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취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우선 졸렸고, 짜증났으며 - 보험 이야기 때문이다. - 속도 그다지 좋지 않아 조절하면서 마시고 있었다. 게다가 귀엽게 생긴 그 여자아이가 내 맞은 편에서 계속 나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왜인지 그 때문에도 기분이 찜찜해져가고 있었던 거다. 술맛이 날리가 없지..물론 전혀 취기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모든걸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정리 할 수 있는 정도의 의식은 남겨두고 있었다는 얘기다.
신과장은 더더욱 취했으며, 양주 '딤플'을 작은걸로 두 병 주문했다. 우린 다섯명이었고, 평소 같았으면 두 병 정도는 가볍게 비울 수 있었지만.. 모두들 만류했다. 그러나..
결국은 그 두 병을 다 비우고 나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 비틀거리는 신과장을 부축해서 카운터로 가는데.. 그때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분명히 그 여자아이는 마른 체구였는데.. 카운터 앞에서 봤을때는 뚱뚱하다 싶을 만큼 통통해 져 있었고, 표정도 창백했다. 분명 똑같은 이목구비의 얼굴인데..
달마시안 강아지의 눈은 무서우리 만치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주인이다 싶은 젊은 여자가 어떤 카드를 내게 건네 주었다. 그 카드는 하얀색이었고, 내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이다. 빌어먹을.. 난 절대로 이름같은걸 얘기한 적이 없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침착하게 이 이상한 상황을 정리해 보려는데, 마침 신과장이 비틀거렸기에 생각을 접고 부축해서 그곳을 빠져나왔다.
취한 신과장과 두명을 보내고.. 우리과 실장과 나. 이렇게 둘이서 정말 멀쩡하게 MRI에 대해서 얘기하며 잠깐 걸었다.
정말 잠깐 걸었는데.. 갑자기 내가 서있는 곳이 반포 터미널 앞인 것이다. 반포 터미널이라는 그 건물은..멀리서 부터 '반포 터미널까지 왔네..'라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커다란 건물인데.. 아무리 얘기에 집중했다 하더라도 어느정도 거리 전에는 충분히 인식하는 것이 나라는 사람의 특성상 당연한데.. 몰랐을리가 없는데.. 반포 터미널은 정말 짠하고 내앞에 나타난 것만 같았다.
젠장.. 우리과 실장은 차비가 없던 내게 만원을 꿔주고 바람처럼 사라졌고, 난 64-1번 이라는 좌석버스를 기다리다가 잠깐 벤치에 앉았다. 벤치는 여러개가 있었고.. 사람들도 드문드문 앉아 있었지만.. 분명히 내가 앉은 그 벤치에는 아무도 없었다. 듣고 있던 씨디 플레이어의 리모콘을 잠깐 조정하고 시선을 돌리자마자.. 내 옆에 어떤 여자가 앉아서 울고 있는것이다. 불과 몇 초 사이에 어떤 여자가 번개처럼 앉아서 펑펑 울고 있었다는 말인가..
무서워 지기 시작했다. 서둘러 누나에게 전화해서 택시비를 가지고 나와달라고 말하고 택시를 잡아탔다.
무난히 내렸고. 샤워를 마치고 방에 누워 생각을 다시 해보았다.
아! 그 카드!
......
지갑에 분명히 넣어두었는데 없다...
아침에 동료들에게 물어보자 하며 잠들었다.
다음날.. 그러니까 오늘 하루는 이상하게도 너무 바빠서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퇴근 후 데이트가 있었고, 차를 마시던 중 다시 그 생각이 났다.
집으로 돌아와 어제 함께 있었던 동기 녀석에게 통화를 했었다.
"카드라니.. 무슨 소리야!! 카드주는 술집 봤냐? 자는데 깨워서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끊어!!" 란다..
첫댓글 진짜 취하셨던 거 아닌가요? 실제면 정말 ㄷㄷㄷ인데....
예전에 본 환상특급이 생각나는군요
이런 일 있어요. 진짜 홀렸다고 할까? ㄷㄷㄷ이죠...;;;
아주 많이 취했구만요...
퇴근후 데이트가 있었고....퇴근후 데이트가 있었고.....퇴근후 데이트가 있었고.....퇴근후 데이트가 있었고.....퇴근후 데이트가 있었고.....퇴근후 데이트가 있었고.....퇴근후 데이트가 있었고.....퇴근후 데이트가 있었고.....퇴근후 데이트가 있었고.....퇴근후 데이트가 있었고.....퇴근후 데이트가 있었고.....퇴근후 데이트가 있었고.....2002년이라....
진짜 취하신게 아니라면 정말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