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급성 백혈병) 투병 구백열아홉(919) 번째 날 편지, 4 (이슈-issue, 정치) - 2023년 3월 14일 화요일
사랑하는 큰아들에게
2023년 3월 14일 화요일이란다.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해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르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되는데, 소셜 코리아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한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는데,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이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세계 경제가 높은 물가로 신음하고 있고, 이 와중에도 미국 고용시장은 활황으로, 빅테크 기업 중심으로 대량 해고도 늘었지만, 새로운 창업 및 일자리 증가로 실업률이 지난 50여 년 역사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하고, 고용시장이 활황이라서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 상황이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핵심 이유는 정부의 대규모 재정투자 때문으로, 바이든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약 3조 달러(약 3900조 원) 정도의 확대 재정투자를 해왔고, 주요 경제 3법이 핵심이라네.
반도체 법을 통해 반도체 생산시설 확대와 관련 과학기술 투자가 시작됐는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전기차 충전소 50만 개 건설, 친환경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진력하고 있고,
사랑하는 큰아들아
인프라 및 일자리 법으로는 미 전역에 다리 및 항만, 공항, 5G 인터넷 인프라, 교육 시설 등의 재건설을 위해 2만 개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으로, 21세기 버전 대규모 국가 인프라 재건 투자가 진행 중으로, 이런 대규모 정부투자는 일자리 유지와 창출에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문제는 높은 물가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인플레이션율은 여전히 6%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어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다시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할 수 있다는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고, 올해 안에 이자율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은 아예 사라졌고, 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은 한국 경제에 악재로, 2월 중순부터 다시 상승하고 있는 환율이 더욱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이 크고 외국인 투자 이탈이 가속할 수 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미국의 금융 및 자본시장은 그렇지 않아도 지난 30여 년 동안 전 세계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와 현재와 같은 세계적 경기침체와 금융 불안이 지속하면 더 많은 자금이 미국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어서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지금보다 더 커지면 외국계 자금 흐름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어나는 상황이라, 환율상승은 무역적자도 악화시키는데, 관세청 자료에 작년에는 4월 이후 시작된 무역적자로 427억 달러의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는 2월 20일까지 단 50여 일 만에 적자액이 186억 달러에 이르고, 환율이 추가 상승하면, 이 무역적자 폭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문제는 무역적자 해소가 쉽지 않다는 점인데, 핵심은 중국 변수로 작년 5월까지만 해도 중국은 한국이 28년 동안 최대 무역흑자를 남기던 나라라 무역흑자액 비중이 무려 80% 정도였지만, 올해 들어 그 상황이 급변해 2월 15일까지 대중 무역적자액은 40억 달러에 달해 졸지에 중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 적자국이 된 것으로 심상치 않은 변화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실제 대중 수출 감소가 무역적자의 핵심 원인으로 지적되는데,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 등 우리의 대중 수출 주요 품목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다는 것으로, 이런 주장은 중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하반기에는 대중 수출도 회복되리라는 희망 섞인 전망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반도체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0%를 넘고 중국이 대표적인 수출시장이었지만, 중국은 트럼프 정부에서 시작된 대중 수출규제를 우회하고 양안 간 경제협력을 강화하려는 중장기 전략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이미 수년 전부터 대만으로 반도체 수입선을 다변화해왔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결과적으로 지난 수년간 대만의 대중 반도체 수출은 획기적으로 증가했고, 경제도 나아져 작년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한국과 일본을 앞설 것으로 전망된 핵심이지만 미국의 반도체법에 따라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면 10년간 중국에 대한 시설투자를 못 하게 되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중국 반도체 시설투자 등에서 큰 제약을 받게 된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나아가 올해 10월엔 미국 정부가 이 두 기업에 대해 대중 반도체 기술 및 장비 수출 금지를 1년 유예했던 기간이 끝나 이후엔 미국의 수출규제가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즉 중장기적으로 반도체의 획기적인 대중 수출 회복은 어렵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상황이 이렇게 어려운데도 윤석열 정부는 '상고하저'를 말하는데, 상반기에는 좀 힘들어도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이라는 얘기로, 현재의 경제위기를 단순히 경제순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경기 하방으로 진단하고 있는 것이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하지만, 거시경제 지표들은 이미 장기침체를 예고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가계 실질 가처분소득의 감소로, 작년 3분기부터 전기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4분기에는 GDP도 역성장했는데, 물론 올 상반기 전망도 어둡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외국 전문가들이 보는 한국 경제도 비관적으로, 가장 극적인 예는 1월 말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세계 경제 전망인데, 대부분 나라의 전망치를 작년 10월에 비해 상향 조정하면서도 한국의 전망치는 오히려 낮췄고, 그것도 30년 장기불황에 시달려오고 있는 일본의 경제성장률보다 낮게 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1970년대 이후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한국을 앞섰던 경우는 딱 세 차례밖에 없었는데, 1972년 제1차 석유파동 때와 12.12쿠데타 및 광주항쟁으로 혼란스러웠던 1980년, 그리고 1998년 외환위기 때로, 지난 50여 년의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위중하다는 얘기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이런 상황일수록 유능한 정부가 필요한데, 어찌 된 영문인지 윤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들의 시선과 주의를 경제나 민생문제가 아닌 다른 데로 돌리기에 바빠 집권 이후 포털 뉴스는 매일 검찰 발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한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려는 해결책이 아니라, 온통 과거와 싸우는 형국으로, 윤 대통령은 공감과 설득의 리더십보다는 포고령 같은 즉흥적인 말로 임기응변식 대책들을 쏟아내서 국민들은 더욱 불안하구나.
왜 이러는 걸까?
아마도 대통령과 현 정부는 경제위기가 와도 별로 타격을 입지 않거나 오히려 더 이득을 볼 수 있는 기득권 카르텔의 시각으로 현 경제 상황을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안일할 수 있겠는가?
이런 경제위기에 무능한 정부는 정말 호환·마마보다 무섭기에 대통령이 정신 못 차리면 국민이라도 정신을 바짝 차릴 때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아무튼, 오늘 오후 편지 여기서 마치니, 오늘 하루도 안전하고, 건강하고, 늘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하며, 주님 안에서 안녕히…….
2023년 3월 14일 화요일 오후에 혈액암 투병 중인 아빠가
핸드폰에서 들리는 배경음악-[외국곡] Take Me Home Country Roads-Foster and All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