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령 옛길 등산로까지 가는 느낌을 스케치하다.
(구룡령 옛길 제1편)
筆 嶺/金 相 和
오늘은 해피 가족이 구룡령(九龍嶺) 옛길을 트래킹(tracking) 하는 날이다. 옛길을 간다는 말 한마디에 필자는 소풍 가는 아이들처럼 어쩔 줄 모르고 좋아했다. 좋아하는 이유는 옛길이란 말 자체가 정겨웠기 때문에 반한 것이다.
왜 그럴까? 그곳에 가면 글을 쓸 소재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7시 출발한다고 했는데 4시에 잠이 깨고 말았다. 얼마나 좋았으면 잠까지 그렇게 일찍 깼을까?
출발할 준비를 끝내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래서 지난달에 다녀온 백덕산(白德山)에 관한 글을 혹시 오타가 나지 않았을까 싶어 수정도 할 겸 읽고 또 읽으며 고쳤다.
어색한 어휘나 받침이 오타 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작가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써 놓은 글에 빠져 있을 때 전화벨이 울린다.
누가 새벽부터 전화했을까? 전화를 들고 열어보니 해피 가족의 천사와 같은 김명순 총무다. 여보세요 하고 말을 하니, 고문님 빨리 나오셔야지요 한다. 글을 다듬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른 것 같다.
시계를 보니 벌써 7시가 다 되어 간다. 깜짝 놀란 필자(筆者)는 부랴부랴 배낭을 둘러메고 사랑하는 부인께 잘 다녀오겠다고 하며 뒤돌아섰다. 그때 여보 오늘 비가 온다고 했는데 산에 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린다.
일기예보엔 오늘 비가 오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 그렇게 말하곤 부인께 미소를 날렸다. 사실 필자(筆者)의 마음엔 비가 오면 더 좋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비를 맞으며 걸으면 아름다운 낭만이 비와 함께 쏟아지지 않을지 싶어서다. 어린아이처럼 그렇게 철부지 생각도 했다.
그런 생각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나오자마자 혹시 비가 오지 않을지 싶어 눈이 하늘로 향한다. 바라본 하늘은 재색 구름으로 덮여 있다. 비가 내릴 것같이 심상치 않은 날씨다. 그런들 어찌하겠는가!!
그런데, 낭만도 좋지만, 산행 도중 비가 조금도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집에서 떠날 때는 비가 조금 내렸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금세 마음이 변했다. 왜냐하면, 비를 맞고 초라한 모습을 누가 보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은 비를 맞으며 산행한다는 자체가 낭만이 아니던가?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내 몸은~^^
세월을 원망한들 소용없는 일이다. 나이 많은 사람은 낭만이 없단 말인가? 아니다. 왜 없겠는가!! 다만 그 향기롭고 싱싱한 낭만은 아니지만, 늙었다는 체면 때문에 잠재우고 있을 뿐이다.
비를 맞으며 사색도 하면서 걸을 때 그 감정은 어떠할까? 빗방울이 떨어지면 아마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뇌리를 황홀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아마도 젊었을 때 즐겼던 낭만이 되살아날 것만 같다. 비록 몸은 늙었지만, 정신세계는 젊은 사람 못지않게 날카롭다. 그런데, 무엇을 원망한단 말인가?
젊은 사람과 늙은 사람은 낭만 자체가 다를 뿐이다. 젊은 사람의 낭만은 힘이 솟아 왕성한 혈기라 펄펄 끓는 낭만이지만, 늙은 사람의 낭만은 젊은 사람과 달리 중후한 멋을 풍기는 낭만이 아닐지 싶다. 이렇게 낭만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변해간다. 그것은 거기에 걸맞게 즐기라는 조물주께서 내려준 명령이며 선물이 아닐까?
부랴부랴 차를 대기시켜 놓은 곳으로 갔다. 반가운 얼굴들을 보는 순간이다. 벌써 김명순(金明順) 총무, 유경준(柳慶濬) 부회장, 황규선 부회장이 오늘 사용할 도구와 먹거리를 챙기느라 분주하다. 한 달 만에 보는 얼굴들이니 얼마나 반갑겠는가? 이 세 분은 해피 산악회의 귀한 보물이 아닐지 싶다.
아무리 궂은일이라 해도 마다하지 않고 솔선수범해서 처리하는 분들이다. 누구라도 본받아야 할 일이다.
조금 기다리니 버스가 도착한다. 짐은 버스에 싣고 회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석촌역으로 달린다. 그곳엔 얼마나 반가운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석촌역에 도착하니 이영희(李榮熙) 부회장 내외분이 반갑게 인사한다. 장선덕(張善德) 본부장, 박재강(朴在康) 고문, 박경진(朴暻鎭) 수석 부회장 심명자(沈明子) 부회장, 조연숙 부회장, 성경화(成炅和) 부회장, 이미경 홍보부장 이재호(李在鎬) 산 대장 서영선(徐永善) 회원, 등 반가운 분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행복이다. 산악회를 통해 산행할 땐 이렇게 보고 싶은 분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 하겠다.
반가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그날의 피로가 풀리는 법이다. 필자 역시 아침부터 반가운 분들을 만나니 괜스레 싱글벙글한다. 웃을 수 있다는 것은 우선 행복 지수를 높여 몸을 건강하게 해주기 때문에 좋다.
모두 승차했다. 그런데 과연 오늘 비가 올 것인지 궁금하다. 비가 오든 말들 해피 가족의 행복을 싣고 버스는 구룡령(九龍嶺) 옛길을 향해 출발한다. 이제 비가 오고 안 오고는 하늘에 맡겨야 한다.
오늘 산행은 회원 대여섯 명이 오지 않아 자리가 널널하다. 그래서 필자(筆者)는 옆좌석에 짝이 없이 혼자서 간다. 아마도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라고 사색도 하며, 재미도 있고 깊은 맛을 풍기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같다.
필자(筆者)는 오늘 트래킹(tracking) 할 곳이 과연 어떠한 곳인지 알고 싶어 나누어준 유인물을 보게 되었다. 해피 산악회 본부장 겸 일류 사진작가인 장선덕(張善德) 님이 작성한 글을 읽어 보았다.
구룡령(九龍嶺)은 1,013m나 되는 높은 산이다. 이 산은 국도 56호 선이 이어지고 백두대간(白頭大幹) 등에 올라 더 높이 비켜 가는 아흔아홉 굽이가 놀랄 정도로 아름답다고 한다.
구룡령(九龍嶺) 옛길은 강원도 양양군(襄陽郡)과 홍천군(洪川郡)을 경계로 하는 고개로, 가을이면 단풍이 매우 아름답고, 겨울이면 필자(筆者)가 만든 단어지만 “서리꽃”이 아름답게 핀다고 한다.
올 1월 1일 새해 첫날 한해의 기(氣)를 받아 건강하게 살아 보겠다는 각오로 높은 산으로 눈 산행하러 갔을 때다. 그때 간 산이 양평의 용문산(龍門山) 자락의 한 봉우리인 백운봉(白雲峰)이다.
백운봉(白雲峰)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산세가 매우 험한 산이다. 가장 긴 계곡인 사나사(舍那寺) 계곡을 택해 올라갈 때였다. 한참 걷다 보니 나뭇가지에 눈꽃처럼 하얗게 꽃이 핀 것을 보았다. 그 꽃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필자는 반하고 말았다. 그 꽃은 학명으로는 상고대(霜高帶)라고 한다. 필자는 그 꽃의 아름다움을 보는 순간 그곳에서 바로 이름을 “서리꽃”이라고 명명(命名)했다. 명명(命名)하고 보니 더욱 사랑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구룡령(九龍嶺) 옛길은 겨울이면 상고대(霜高帶)라고 하는 “서리꽃”의 멋스러움을 차로 달리면서 볼 수 있는 곳이라 하니 얼마나 아름다울까?
차는 꼬불꼬불한 산허리를 달리기 시작한다. 이러한 오지의 산허리를 차가 달릴 수 있도록 도로를 닦아 포장까지 깔끔하게 해놓았으니, 천지(天地)를 개벽한 셈이다. 길 양옆에는 소나무를 비롯해 무수한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섰다.
그래서 차 속에서도 피톤치드(phytoncide)란 향기로운 공기를 마실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감히 말로는 표현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도 해피 가족은 신이 났다.
*피톤치드(phytoncide)= 식물이 병원균, 해충, 곰팡이에 저항하려고 내뿜거나 분비하는 물질. 즉 숲속의 식물들이 자기 몸을 보호하려고 만들어내는 살균성을 가진 모든 물질을 통틀어 지칭하는 말이다.
이 도로는 연인들의 드라이브 코스로 최고이지 싶다. 스릴 만점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새 소리까지 아름답게 들려오니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거기다 비탈길을 달리며 붕붕거리는 차 소리까지 환상적으로 들린다.
구룡령(九龍嶺) 옛길 제1편은 여기서 마무리한다. 제2편에서는 산행하는 장면을 아름답게 그려낼 것이다.
2024년 7월 6일
해피트리오국민행복여울문학문인협회 국민행복삼행시문학회 세계평화국민행복문화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