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참 많은 분들이 따듯한 말과 응원, 조언을 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힘이 되었어요.:)
진순이가 온지 10일 째 됐어요. 어느 정도 일상의 틀을 세워가는 중이예요. 어젯밤도 새벽 3시에 깨우기는 했지만, 엄빠가 진순이의 필요 산책, 배변 횟수와 시간을 파악해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되었어요.
진순이는 새벽 5시 넘어서 부터 엄빠를 슬슬 깨워 6시 쯤엔 첫 쉬야를 나간답니다. 눈도 반밖에 못 뜬 엄빠는 파자마 차림으로 마당에서 두 세번 쉬만 시키고 들어와 또 자요. 8시가 되면 진순이의 가장 긴 산책 시간 이예요. 진순이가 산책을 가장 잘 하는 편인 시간 이기도 하고, 보통은 출근과 아침 준비 시간이라 산책나온 다른 개를 마주칠 일도 적어요. 2-5시 사이에 또 마당 한 번, 그리고 30분 이상의 집 밖 산책 한 번을 나가요. 진순이는 마당에서는 응가를 하지 않기 때문에 집 밖에서 25분 이상의 산책을 하는 아침과 오후의 긴 산책동안 큰 일을 보니 응가 봉투는 이 때만 필요해요. 이후 6시 쯤 저녁을 먹이고 나면, 엄빠의 저녁을 준비하고 먹는 시간 동안 진순이는 주로 자요. 하지만 이대로 자게 두고 잠깐 깼을 때 작은 산책만 한다면 새벽 2-4시에 깨우기 때문에 엄빠의 저녁 후 또 30분 정도의 산책을 갑니다. 어두워 지면 진순이의 야생성이 되살아 나고 냥이들도 사방에서 숨죽이고 진순이를 도발하기 때문에 가장 힘든 산책 이예요. ㅠㅠ 특히나 주변에 자주 출몰하는 여유만만한 만랩냥이가 있는데, 진순이가 노려보고 죽일듯이 짖어도 등 한번 말지 않고 느긋한 눈으로 진순이를 바라 보며 능청을 떨어요. 진순이가 흥분하는 것도 그렇고, 아빠 차 위에 쉬해놓고 정면 유리에 발도장을 찍어 놓는 녀석이 그 녀석인 것 같아 아주 얄미워 죽겠어요. ㅋㅋㅋㅋ
그동안 진순이와 엄빠는 꽤 가까워 진 것 같아요.
집에서는 엄마나 아빠를 졸졸 따라다닌답니다. 이게 혹시 분리불안의 징후는 아닐지 걱정이 살짝 돼요.
항상 같은 방에서 잠을 자는데, 강형욱님 보듬교육 세미나를 보니 따로 자기 연습도 꼭 해야 하는 것이라더군요. 저처럼 유기견이나 오랫동안 보호를 받던 개를 입양하셨던 분들 중 이 연습은 언제 부터 하는 것이 좋을지 알려주실 수 있을 까요? 아직은 조금 더 본딩을 쌓기 위해 한동안 함께 자는게 좋을지, 아니면 일찍부터 시작 하는 것이 좋을지요.
음... 분리 불안이야기를 하니까 생각나는데, 진순이는 엄빠가 잠깐 장을 보거나 볼일을 보는 동안 혼자서 차에서 잘 기다려요. 밖을 보고 짓거나 하는 것 같지는 않고 얌전히 자는 것 같아요. 차에서 혼자 있는 것은 한 시간 미만 이지만, 그래도 그 동안 얌전히 기다린다면 분리불안은 아닌 거겠죠?
진순이는 여전히 다른 개를 보면 달려들지만 달려들기 전에 먼저 바라보며 탐색하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몇 초의 차이지만요. 엄빠가 줄을 단단히 잡고 기다리며 다른 개가 먼저 지나가게 하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땐(차도 중간에서나 다른 방향에서 또 다른 산책견이 오고 있을 때) 진순이가 짖든말든 힘으로 끌고 가기도 해요. 어떤 경우든 진순이가 흥분하는 시간이 짧아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요. 어쩌면 진순이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엄빠가 익숙해져서 더이상 1초가 30분 같이 느껴지지 않는 것 인지도 몰라요.ㅎㅎㅎ
요즘은 진순이의 건강에 대해 고민이 있어요.
진순이가 너무 안먹어요. 특히나 먹어야 할 가루약이 있었는데, 그것만 섞으면 귀신같이 알고 남겨요. 리버하우스 대모님이 주신 조언대로 진순이가 좋아한다는 닭 가슴살, 그 비슷한 칠면조 가슴살에 섞어 먹이는 것도 딱 한 번 통하고 그 이후엔 주는 것의 반을 먹어주면 감사할 따름 이예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약봉지를 건사료와 함게 밀봉해 두면 약이 사료냄새를 흡수해 괜찮다고 해서 해 봤는데, 그 꼼수도 안 통해요. 간으로 만든 진한 스팸햄 냄새가 나는 페이스트도, 버터를 넣어 볶은 당근이나, 삶는 대신 구워서 향을 살린 닭의 간도, 냄새가 강한 유럽의 치즈도(진순이는 에멘탈치즈를 엄청 좋아해요), 땅콩 버터도 통하지 않아요. 휴... 사실 엄빠 코에도 살짝 약 냄새가 나는 걸요. ㅠㅠ 그러면 안되지만, 아예 안 먹는 것 보다는 낫겠다 싶어 약은 원래 정량보다 적은 양을 섞고 음식을 많이 넣어 냄새를 줄이면 그래도 반은 먹어 주니까 그렇게 하는데, 다른 분들을 어떻게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진순이가 워낙 사람을 좋아하지만 유기견을 입양 하면 약 3주 후 부터 타인에 대한 경계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근데 우리는 좋은 이웃이 있어 괜찮을 것 같아요. 특히 맨 윗집에 사는 마쿠스 아저씨가 진순이를 너무 예뻐해요. 마른 닭가슴살 간식을 준비해서 진순이에게 따로 줄 정도예요. 진순이도 그런 마쿠스 아저씨를 이웃 중에 특히 좋아하구요. 고맙게도 '앉아', '기다려'를 하고 주시네요. 진순이가 너무 예쁜 나머지 기다려를 잘 안해도 그냥 주어버리지만요. 사실 약을 먹이고 다른 교육을 하기 위해서 입이 짧고 까다로운 식성의 진순이에게 간식을 덜 주어야 하지만, 한동안은 마쿠스 아저씨가 진순이를 마음껏 예뻐하고 간식도 주도록 놔둘 생각이예요.
진순이는 햇살을 받으며 가만히 앉아있는 것을 좋아해요. 일단 나가면 사냥거리를 찾아 땅에 코를 밖고 수색하거나 귀를 쫑긋 세우고 주변의 고양이를 찾아 경계태세지만, 마당 뒷 쪽에서 해가 좋으면 그냥 가만히 앉아 있기도 해요. 어제는 아빠가 타이어를 갈동안 엄마랑 진순이는 돗자리를 깔고 해를 즐겼답니다. 그러면서 찍었던, 진순이를 아끼시는 분들이 기다렸던 행복한 가족사진 이예요. 엄마랑 아빠한테 뽀뽀도 잘 해요. 핳핳핳... 얼굴 뽀뽀는 안 해줘도 되는데....
오늘도 진순이 이야기 보다 엄마 이야기가 길어 졌네요. ㅎㅎ
진순이가 여우와 사슴을 만나 엄청 흥분했던 숲 속의 사진 올려요. 사진 속의 진순이 실루엣이 참 고운데, 용량이 커서 잘 올라갈지 모르겠어요. 편안하고 느긋한 느낌을 주는 사진이지만 빳빳하게 올라간 꼬리와 쫑긋한 귀의 진순이는 지금 자신만의 사냥을 하고있어요. ㅎㅎㅎ



첫댓글 그림자님이 진순이를 향한 사랑이 너무 넘처 흐르는게 보여요 ^^
진순아 ㅎㅎ 엄마 아빠랑 잘지내구 다른 강아지한테 공격하지마지말구우 무시하쟝!! 화이팅
ㅎㅎㅎ 여러 감정이 넘처 흐른답니다. 진순아, 천사님 말 다로 더른 강아지 좀 무시해주렴!
진순이 표정이 아주좋아보여요~~~~ 진순아 편안하게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자꾸나^^
ㅎㅎㅎ 진순이 맘도 항상 이렇게 좋았음 좋겠네요
휴우 ~ 한 시름 놨습니다.
지난번에 진순이가 신랑한테 으르렁 댔다고 해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오늘 입양일기를 보니 안심이 되네요. 진순이 해맑은 웃음 모습 정말 예쁩니다 ~
사실 진순이는 웃지 않을 때도 참 예쁜데 ㅎㅎㅎ 한시름이 아니라 아예 마음 놓을 수 있게 되길 저희가 많이 노력 할께요.
마지막 사진에 눈물이.... 서로에게 잘 적응해가고 있는것 같아 너무 기뻐요~ 고맙습니다^^
ㅎㅎㅎ 눈물은 진순이 마음이 더 편해져서 다른 강아지들과 잘 있는 모습 보실 때 까지 넣어두세요. 그 때 우리 같이 울어요. ㅠㅠ
진순이 마지막 사진이 가슴에 콕 박히네요ㆍ우리 엄마 아빠예요~마치 이렇게 자랑하는거 같아요ㅡ^^
산책 길에 사슴도 만날수 있다니 진순이는 좋겠다^^
전 그림자님이 부럽습니다ㆍ
진순이와 진도 많이 나가셨네요
전 구조한 치즈와ㆍ기존키우던 6년된 평화(냥이)두달이 돼가는데 ㆍ평화가 너무 스트레스 ㆍ하악질ㆍ상상하지 못한 공격성으로 합사는 엄두도 못내고 .치즈와 제가 집에서 나가 살아야할판이네요ㅋㅋ김평화씨한테 쫒겨날거 같네요ㅠ
아아고, 지금 김평화 씨는 평화를 좀 찾았나요? 디아나님 화이팅 입니다!!
산책길에 사슴을 만나면, 진순이는 신나서 흥분하지만 저희는 힘들어요. ㅠㅠ 진순이도 라드 줄 때문에 사냥을 못 해서 “아, 저거 내가 확 잡을 수 있는데... 아.... 아씨... 아, 진짜....” 하면서 낑낑대며 답답해하는 것 같구요. 전에는 저도 산책중 야생동물 보면 신기하고 좋았는데, 진순이랑은 좀 안 봤음 좋겠어요 ㅋㅋㅋㅋㅋ
너무너무 생생하게 전해주신 진순이 입양일기 정말 잘 읽었어요!!
고요하고 평온하던 엄빠의 생활에 진순이가 엄청난 파장을 가져왔을듯요 ㅎㅎ
숨겨져있던 야생성을 자극하는 자연환경과 그 야생성을 이해해주는 엄빠가 있어 앞으로 더 행복해질 진순이
진순이와 적응해가면서 이전의 평온한 일상과는 또다른 행복을 마주하게 되실 엄빠
세식구의 고군분투 적응기 앞으로도 기대할게요.
글솜씨가 좋으셔서 짧지않은 글이지만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답니다^^
진순이가 웃고있는 가족사진에 행복해지는 아침입니다.
진순이 이름 그대로 써주시는것도 전 좋네요.
독일에 사는 "진순이" 넘 정겨워요^^
맞아요. 마음의 평화를 기대하며 시골 와서 사는데, 엄청난 파장이 와써요!!😱 ㅎㅎㅎ
진순이가 전보다 더 행복해 졌음 좋겠어요.
진순이는 여기 기준으로는 외쿡 이름 쓰는 쿨 걸이지요 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진순이 들었니? 개!무!시! ㅎㅎ 노력 하겠습니다.
진순이의 독일적응기 감동이예요. 그림자님부부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진순아~~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알지?^^
응원 감사드려요 ^^
숲속의 진순이 모습은 정말 예술입니다~~멋져요^^
위의 해빠님 말씀처럼 낯설고 물설은 곳에서 진순이가 적응하느라 많이 힘들거라 생각됩니다.
모쪼록 그림자님 부부의 사랑과 애정속에서 진순이가 조금 더 여유있는 마음으로 행복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진순이의 흥미진진한 독일생활을 항상 기다리고 있습니다~~더불어 멋진 사진도요^^
네. 저희도 진순이의 행동에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 더 잘 대쳐할 수 있었음 좋겠어요.
여우와 사슴이 있는 곳에서 사는구나 진순이^^
진순이도 한 마리 야생 여우같아요 ㅋㅋ
화보같네요 마지막사진에서 진순이정말 행복해보여요 3대가 홍복을 누리시길!!!
감사합니다. 그 홍복 우리 나누어 누려요!
가루약을 딸기쨈또는 꿀에 개어서 손에 찍어 입을벌린후 입천장에 바르는 방법도 있습니다 진순이가 가족으로 함께 사는 모습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 ^^
그런 방법이 있었네요! 꿀이나 딸기잼. 다음에 시도 해 봐야겠어요.
여긴 그런 닭가슴 살 캔이 없어서 직접 닭가슴 살 삶은 거, 닭가슴살 들어간 캔 사료로 시도 해 보았었답니다.
그나마 제일 잘 통했던게 칠면조 가슴 살 삶은 거 였어요. 역시 진순이 돌봐주시던 대모님, 조언 다시한번 감사드려요! :)
저희집에서는 요런 닭가슴살 캔에 비벼줌 다 먹었는데요 ㅎㅎ 아마도 맛난간식 많이주시니 입이 까탈스러워 지는듯 합니다
마지막사진에 진순이가 참 해맑게나왔네요^^멀리서나마 응원합니다!
즈이 강아지도 유독 사료 안먹을때 있는데 그럴때 제가 몰래 먹는척하거나 같이 사는 고양이한테 밥그릇 들이밀면 뺏기는건 또 싫어서 먹더라구요ㅎ 밥그릇에 작은 인형들 놓고 먹는 시늉하는것도 가끔 통하기도하구요ㅎ
진순이가 하루빨리 약먹기를 기도합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진순이는 다른 라이벌이 없네요.
진순이가 관심 없어하는 음식은 제가 먹는 척 해도, ‘그래 너 다 먹어. 난 간다.’ 라는 표정으로 쿨 하게 자리를 뜨네요. 😅
사랑을 고봉으로 담뿍, 듬북담아 쓰신 글
함박웃음 지으며 잘 봤어요^^ 고맙습니다!
진순이의 멋진 모습보며 제대로 힐링합니다~
따듯한 관심 제가 고맙 습니다. :)
진순이가 너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숲속에서 찍은 진순이 사진은 잡지에 본 모델견 같네요. ^^
ㅎㅎㅎ 진순이가 좀 사진발이 잘 받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