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암온천으로 떠나던 날.
남편이 늦게 퇴근해서 좀 쉬었다가 다음날 새벽에 출발하려고 했거든요...
근데 설레서 잠은 안 오죠... 마구마구 떠나고 싶죠..그래서 외쳤습니다. “오빠! 달려~~~”
연휴 전날이라 길이 많이 막힐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한가하던데요.
저희 집 근처 곤지암에서 영주 I.C. 까지 2시간이 걸렸어요.
그리고 국도로 찾아가는 나머지 길이 한 시간 정도면 되겠거니 했는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답니다. 제한속도 60키로...가끔 40키로...에혀...길도 꼬불꼬불...
낮이었다면 경치가 좋았을 텐데, 달빛도 없어서
보이는 건 검은 바닥에 노랑과 흰 차선 뿐.
계획을 잘 못 짰다...강릉까지 가서 7번을 타고 내려갈 걸...
후회를 하며 마냥 달렸지요.
그러다가 어디쯤에선가...커브를 돌고 보니,
눈앞에 까만 우비를 입은 물체(?)가 서 있더군요.
워낙 순식간의 일이라 급히 피해서 지나왔는데,
되돌아봐도 너무 어두워서 아무 것도 안보이고...머리카락 쭈삣!
덕분에 졸음이 화악 달아나 버렸어요.
그 밤중에 불도 없이 그러고 있는 건...
차가 다가오는 걸 알면서도 피하지 않고 그러고 있는 건...
뭔가를 포기한 사람 아니면, 얘기에 나오는...으흐흐...거 무서운...아시죠?
지칠 때 쯤 온천 싸인이 보이고, 앞에 우리 팀의 버스도 보이더군요.
한꺼번에 도착해서 이름표 받고 방 배정.
그 새벽까지 안주무시고...고인돌님과 빠이룡님이 마중 나오셨는데 넘 고맙고 반가웠어요.
후훗~ 남녀가 유별한 지라...옆방으로 들어가는 남편에게 손 한번 흔들어 주고...
씻고 누워...아...화장을 안하고 가서 안씻었구낭...
그냥 누워...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겠다...라는 생각을 좀 하고 있었더니만
부지런하신 분들은 벌써 온천욕을 하고 오시더라구요.
식당에서 허여사님을 첨 뵙고 인사 드렸더니 따뜻하게 손을 잡아 주시더군요.
식사 후 후포로 출발했죠. (이 때 쯤 배멀미 보험상품인 키미테를 붙여주고...)
우리 <드라이빙 해외여행> 카페는 행운이 있는 카페인가 봐요.
울릉도의 1년 365일 중 맑은 날은 55일 정도래요.
근데...우리가 여행하는 3일은 다 맑았어요. 약간의 안개를 빼곤.
덕분에 오가는 길에 파도도 잔잔하고...배 안에서 영화랑 동물의 왕국(북한편) 보면서 시간을 떼웠죠.
근데 그 동물의 왕국이 넘 잔인하지 않나요? 뭐랑 뭐가 싸우면 뭐가 이길까요?...가 주제니깐...
3시간 만에 신비의 섬 울릉도에 도착했는데
항구에는...도착하는 사람들과 마중 나온 사람들이 얽혀서 말 그대로 시장바닥.
근데 이름표만 보고 저절로 한 데로 뭉치게 되던데요.
- 이름표 만들어 주신 회원님 정말 감사합니다. 미나리님이란 소문이 있던데...저 미나리 무지 좋아합니다.
드디어 우리가 머물 숙소이자 fancyfree님이 사시는 울릉콘도에 발을 딛고...주변 감상...원더풀 경치...
그러나...도착의 기쁨도 잠깐...
회원 수에 비해서 방이 적은 관계로...배정 때문에 운영진들의 수고는 계속되지요.
제발...이산가족이 안 되길 바랐는데, 뜻밖에 독방까지 만들어 주셨습니다.
결혼기념여행이라고 신경 써 주신 운영자님들과
저희 때문에 나머지 공간에서 더 복잡하게 지내셨을 다른 회원님들...
너무 죄송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복잡하게 어울려서 먹는 밥도 맛있었어요.
제가 봉사 좀 할라치면,
어디선가 나타나서 대신 밥그릇 국그릇 옮겨주시고
먼저 먹으라고 등 떠밀어 챙겨주고,
그릇이 모자라자 바쁜 아주머니를 대신해서
팔 걷어부치고 설겆이까지 해준 우리의 건장한 회원님들.
덕분에 소풍 나온 기분으로 즐길 수 있었던 거 잘 압니다.
처음 참석하는 거라서 모든 게 어색할 줄 알았는데, 웬걸요...
다 좋은 분들이라 얼굴 마주칠 때마다 반갑고 느낌이 따뜻하던데요.
물론 제가 내성적이어서 그렇게 표현을 하지 못했답니다.
너그러우신 어르신들.
유쾌한 젊은이들.
또 우리 꿈나무들...보미, 우진이, 주연이, 주영이...어쩜 그리 이쁘고 사랑스러운지...
벌써 보고 싶어지네요.
첫날, 케이블 카를 타고 전망대에 올랐잖아요.
독도는 보이지 않았습니다만, 전망 좋고, 기분 좋고...
근데 목이 아팠어요. 거울을 보니 편도선이 엄청 부어서
그 분위기 좋은 매점에서 동동주도 제대로 못먹고 쳐져 있었습니다.
그때의 제 모습을 보시곤...
엄머...쟨 성격이 이상한 앤가봐...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 편도선의 영향은 나리 분지의 매점에서도 계속 되었지요.
여러분이 사이좋게 둘러앉아 계신 모습을
문 밖에서 바라만 보았답니다. 눈물 훔치며...
고개를 돌리니 제 옆에는,
저와의 의리 때문에 들어가지도 못한 남편이 입맛을 다시고 있었죠.
아...생각난 김에 오늘 저녁엔 부침개랑 천국을 한 잔 해야겠어요.
해상관광과 육로 관광. 통틀어서 제일 인상 깊은 곳은, 높은 곳에 구멍 뚫린 바위였어요.
안개 낀 가운데 햇빛이 흐리게 비춰주는 모습이 환상적이었죠.
참, 코끼리 바위의 쩍쩍 갈라진 모습도...신기하더군요.
돌덩이 하나하나가 다 따로 떨어진 거라는 설명을 듣곤
크레인으로 위에서 부터 하나씩 들어올려 분해하는
제자신을 모습을 상상해 봤습니다. 하하...
아쉬운 점은...마른 오징어를 못 사왔다는 거...이거 말이 됩니까?
제가 오징어를 얼마나얼마나 좋아하는데...본고장까지 가서 못 샀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예요.
나중에 사지 뭐...하고 미루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가 돌아오는 배 안에 있더군요.
뭐에 홀렸는지...그만큼 여행이 재밌었다는 얘기겠지요?
그곳에 가면 산 오징어 회를 밥 대신 먹을 줄 알았어요.
또 오징어 볶음, 오징어 무침, 오징어 찌게...각종 반찬이 다 오징어로 구성된 줄 알았거든요.
잉~~~ 울릉도에도 오징어 철이 있다는 걸 첨 알았네요.
언젠가 다시 울릉도에 가게 되면 꼭 오징어 철에 갈 겁니다.
아마 7월 이후 여름 부터라지요?
그땐 일주도로가 완성된 후라면 더더욱 좋겠습니다.
후포에 도착해서 아쉬운 이별을 하고
길이 막힐까봐 정신없이 올라왔어요.
근처에서 식사할 맘의 여유도 없이 부지런히 달렸는데
잘...오다가...뉴스에서 갑자기...고속도로 ** 부근이 막힌다...라고 하자
약 5분 후에 우리가 달리던 국도 앞 4거리에는 거짓말처럼
각 방향에서 차들이 쏟아져 들어오더군요.
밤 9시...그래도 경기 남부 지방이라 쉽게 도착한 편이예요.
꼭 가보고 싶은 곳을 다녀왔더니 맘이 더 편해졌어요.
대신...울릉도의 신비는 좀 사라졌죠. ^^
보이는 곳,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모를 위해 애쓰신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 개인적으로 궁금한 정보를 알려주신 fancyfree님...고맙습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담에 또 뵙길 바랍니다.
<추신>
남는 오징어 있으면 택배로 보내주세요.
나눠 먹어야 잘 살아요,
주소는...경기도 광주시 초월면 ***번지 ***호
첫댓글 이궁...남들 쇼핑갈때 안가고는..ㅋㅋㅋ 오징어잡이가 6월부터 시작된다니...담에 신랑이랑 오징어철에 다시 가세요. 감기 조심하시구요. 두분이 보기 좋았습니다.
참 대단해요 빈님 어떻게 글을 많이쓸수있어요? 저는 놀랏어요. 참 자판이 빠른가 봐요
눈웃음님...보미 아이디로 들어오신 거죠? 꽃돼지 말투가 아닌 거 같은데... ^^
진짜 감동이네여,빈님으글.저..빈님으미소 백암에서 뵐때부텀 백만불 미소 있죠? 글구 시종 우아한자태, 전 같은 여자지만 쌤났어여. 부부아니라 애인사인줄 알았거든여. 보기 좋았어여.그 모습 보기 좋았답니다.
초록색을 무쟈게 좋아하는 미나리입니다. Bean님의 정모 후기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꼬리말 달기가 한줄이상 안 되는 관계로 도배하겠슴당~~!
Bean님과 울릉도 정모 팀들의 여행에 도움이 되었다니 넘넘 기쁘답니다.
덕분에 오늘은 푸릇푸릇하고 싱싱한 미나리가 될것 같은 예감이...
한가지 맘에 걸리는 것은 울릉도 원주민이신 fancyfree님과 우산국님의 명찰을 빠뜨린 것이지영~~~!
우산국님, fancyfree님 담엔 명찰 꼭 맹글어 드릴꼐영~~~~~
결혼 기념일이셨죠?? 넘 부럽더군여....에구 저두 그런 날이 올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