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월에 / 조태일
오월은 온몸을 던져 일으켜 세우는 달.
푸르름 속의 눈물이거나 눈물 속에 흐르는 강물까지, 벼랑 끝 모진 비바람으로 쓰러져 떨고 있는 들꽃까지, 오월은 고개를 숙여 잊혀진 것들을 노래하는 달.
햇무리, 달무리, 별무리 속의
숨결이거나 숨결 속에 사는 오월의 죽음까지, 우리들 부모 허리 굽혀 지켰던 논밭의 씨앗까지.
오월은 가슴을 풀어 너나없이 껴안는 달.
저 무등산의 푸짐한 허리까지 저 금남로까지 저 망월동의 오월의
무덤 속 고요함까지.
오월은 일으켜 세우는 달 오월은 노래하는 달 오월은 껴안는 달
광주에서 세상 끝까지 땅에서 하늘 끝까지.
- 조태일,『푸른 하늘과 붉은 황토』(시인생각, 2013)
오월의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jlS_i4FkNyk
구름 몰려들더니
비가 내린다
모내기 철 내리는 비는
약비인가?
새벽애 일어났는데 몸상태가 별로
감기가 떨어질 때가 되었건만...
톡을 보내고 나서 다시 잠 한숨
산책하는 것도 힘들다
무조건 푹 쉬어주는게 좋겠다
집사람이 식사하란다
아침을 누릉지로
모처럼 처형들이 다 오셨는데 누릉지로 때우다니 참
점심 때 맛있게 먹자했단다
동물들 챙겨 주었다
알을 많이 낳질 않는다
더우면 알을 잘 낳지 않는데 녀석들이 벌써 더위 타나?
싸래기에 산란용 사료를 좀 섞어 주었다
서울 처형이 고사리 밭에서 고사릴 꺾고 있다
가서 보니 죽순이 두 개 올라와 있다
뾰족이 나온 죽순도 몇 개 보이고
이젠 죽순이 본격적으로 나올 때인데 아침 저녁 서늘하고 비가 내리지 않아 죽순이 자라지 않고 있는 것같다
꺾어온 죽순과 고사리를 삶기 위해 냄비에 넣어 가스렌지에 올려 놓았다
닭장으로 내려가는 길가에 머위대가 있다
꽤 자라 있어 베어서 삶으면 좋겠다
낫을 가지고 내려가 머위대를 베어 잎을 땄다
허리숙여 베니까 다리가 묵적지근
몸상태가 좋지 않은데다 허리숙이니 더 아픈 것같다
닭장 근처까지 베려다가 길가만 베었다
더 일하면 무리일 듯
그래도 머위대가 반 바구니 정도 된다
고사리가 다 삶아졌길래 찬물에 담가 두었다
제자 전화
오늘 스승의 날이니 점심 때 막걸리 한잔 대접하러 오겠단다
아이구 반갑지
땀 흘렸으니 목욕이나 다녀 오겠다고
주문한 장어도 찾아 와야겠다
반신욕 하려는데 앉아 있기 힘이 든다
몸이 왜 이럴까?
감기가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온탕에 몸을 푹 담그고 눈 감으니 금방 잠이 들 것같다
왜 이러나
몇 번 담그었다 샤워하고 나왔다
장어 식당에 들러 주문한 장어를 찾아 왔다
노릇하게 구워진 장어가 먹음직스레 보인다
침대에 누우니 바로 잠속으로
이놈의 잠이 자도 자도 끝이 없다
큰애네가 왔다
손주들이 인사도 잘한다
오늘 할아버지 생신이라고 편지 써 왔다며 읽어 준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으시라고
귀엽기도 하지
작은애네도 왔다
온식구들이 다 모였다
같이 파크골프치는 꽃강 클럽 현미씨가 꽃바구니를 보내왔다
아침에 집사람에게 전화하여 점심 같이 하자고
집사람이 내 생일이라 식구들 모여 어렵다고 말했더니 그 말을 듣고 꽃바구니를 보낸 것 같단다
뜻하지 않게 축하 꽃바구니를 받다니
고맙다
다음에 내가 식사라도 사야겠다
베란다에 상차려 식사하자고
마침 제자도 왔다
나와 술한잔 하기 위해 광주에서 자전거를 타고 왔단다
아예 막걸리를 사서 배낭에 메고 왔다
아이구야 이리 고마울 수가
모두들 둘러 앉아 생일 축하 노래 부르고 맛있게 식사
멀리서 처형들도 오시고 제자까지 와서 함께 해주니 난 행복한 사람이라고
모두다 감사 감사할 일이다
아직 몸이 좀 그렇지만 제자와 술한잔 나누었다
어제는 두어잔 마시니 취기 올랐는데 다행히 오늘은 괜찮다
기분 좋아 그런가?
둘이서 각 1병씩이나 마셨다
강진 처형은 오후에 일이 있다며 식사하시고 일어서신다
큰 처형도 가신다고
큰 처형은 작은 애에게 광주로 모셔다 드리라고 했다
강진 처형에겐 병아리 4마리를 드렸다
앞으로는 예전 키우고 있는 닭을 처분해 버리고 내가 키우고 있는 닭으로 바꾸시라고
지금 내가 키우는 청계나 브라마가 맛이 훨씬 좋다고
그렇게 해보시겠단다
큰 처형에겐 머위대와 고사리 달걀을 드렸다
건강하게 지내셔야하는데 홀로 계시니 쉽지가 않다
제자에겐 줄게 없다
넌 다음에 들리라고
모두들 떠나고 나니 휑하다
구름이 몰려 들기 시작한다
비라도 내릴려나 하고 밖을 보니 이슬비가 내린다
모들을 심기 시작하니 반가운 비다
침대에 누우니 다시 잠이 온다
오후내내 자다 깨다를 반복
일어나기가 싫어 저녁도 생략
대체 잠을 얼마나 자는 거야
동네 어귀 가로등 불빛 희미
새벽안개 이나 보다
님이여!
오늘도 나누고 베풀면서
더불어 함께하는 즐거움으로 행복한 하루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