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고 대 제주 오현고
일시 : 8월 18일(수) 오후 15시 00분
장소 : 김해운동장
결과 : 5 대 1 승리
전반 3 대 1 (득점 심상민(15분 도움- 염호덕), 염호덕(21분), 안진범(38분), 실점(40분) )
후반 2 대 0 (득점 이제석(3분), 남승우(11분) )
출전선수
선발 : GK 최봉진
DF 이창민(후12 신일수) 김태훈 우주성 심상민
MF 전익현(후17 김성엽) 염호덕 안진범(후26 김용진) 오창현(후1 최치원)
FW 남승우 이제석(후17 조정흠)
2008년 6월 초여름의 광양.....
솜털이 아직 가시지 않은 앳된 얼굴의 제주 소년 두 명이 믿기지 않은 활약을 펼치며 제주 오현고를
백운기 정상에 올려 놓습니다....
오른쪽 윙백으로 전경기 풀타임을 소화한 김태훈과 공격형미드필드로 제주 축구의 신성 아니 한국 축구의 기대주로
주목받은 안진범은 그렇게 오현고를 제주 고교축구팀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대회 정상으로 이끄는 주역으로 활약하며
당당히 제주축구를 축구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옮겨놓습니다....
하지만 대회 우승 후 석연찮은 감독의 경질로 말미암아 오현고 축구부는 일대 회오리 바람에 휩싸입니다.
그 중심에 1학년 김태훈과 안진범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여곡절끝에 부경고로 전학온 두 명의 제주 소년의 앞길이 그리 순탄한 것은 아닙니다.
보석같은 제주 축구의 두 동량을 부경고에 뺏긴 제주 축구는 한마디로 발칵 뒤집힙니다.
하지만 두 선수를 놓고 벌이는 줄다리기는 결국 부경고의 승리로 막을 내립니다...
오현고
제주의 최고명문 오현고는 공부로써뿐만 아니라 응원면에서도 전국적으로 유명한 학교입니다.
강릉의 응원과 더불어 제주 응원은 화려한 카드섹션과 다양한 볼거리로 경기 외적인 재미를 선사하는 열띤 응원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학교입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오현고가 결승에 올라오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우리 부경 공수의 핵인 안진범,김태훈선수와의 질긴(?) 인연이 혹시라도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우선 첫째이고...
고교 축구의 특성상 정신력적인 부분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이기에 오현고 선수들에게 또다른 투쟁심을 유발하여
우리를 괴롭히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둘째였습니다..
전반전
하지만 경기에 들어서자 그런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그동안 선발 출장한 조정흠 대신 오창현선수가 오랜만에 스타팅으로 이름을 올립니다.
전형적인 4.2.3.1 포메이션으로 최전방에 남승우, 쉐도우에 이제석, 양쪽 날개에 전익현과 오창현, 더블 보란치에 안진범(앵커맨) 염호덕(홀딩맨).그리고 포백에 김태훈,우주성,심상민,이창민이 포진합니다.
안선진감독의 표정에 자신감이 역력합니다.
저의 관심은 공보다도 안진범과 김태훈 두명의 선수에게 더 시선이 쏠립니다...
움직임 하나하나에 그들의 표정이 숨어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자 두 선수는 이내 평정심을 찾고 부경축구와 조화를 이룹니다...
(역시 뛰어난 선수들입니다)
경기 초반 오현고는 의외로 부경축구를 맞아 그들의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미드필드에서 조금씩 썰어가며 펼치는 공격 전술은 괜히 결승까지 진출한 팀이 아님을 알게합니다.
(오현고 감독도 뭔가 보여주고 싶었나 봅니다^^)
하지만 최강 부경축구에게 '맞불'은 곧 대재앙의 시작임을 알게되는데 15분이면 충분합니다...
7분과 10분,12분 남승우의 잇단 슈팅으로 오현고 수비진을 먼저 흔들어 놓습니다..
15분경 우리 수비 진영에서 김태훈이 길게 롱패스를 왼쪽의 이제석에게 연결합니다...
오현 수비수가 여유있게 처리할 것 같은 볼은 어느새 달려온 날쌘돌이 이제석에게 탈취당하고 맙니다...
탈취한 볼을 잡은 이제석은 총알같은 스피드로 상대 문전을 향해 달려들어가자 당황한 오현수비수가 박스 왼쪽 골라인
부근에서 파울을 범합니다...
키커로 염호덕이 준비합니다...
동일선상 골문 앞에 양팀의 선수들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순간 뒤쪽에 숨어 있던 심상민이 득달같이 앞으로 달려 나옵니다.
염호덕은 그와 거의 동시에 심상민에게 땅볼 패스를 연결합니다....
연결된 볼은 심상민의 왼발에 그대로 작렬하며 굳게 닫친 오현 골망을 출렁이게 합니다!!(자신의 대회 첫골)
완벽한 세트피스 전술로 첫골이 터지자 이제는 거칠것이 없습니다...
우리 선수들의 몸짓에는 이미 흥이 묻어납니다...
그 '흥'은 곧 '예술'로 승화됩니다....
불과 2분 후 남승우의 패스를 이어받은 이제석이 이번에는 상대 골에어리어 정면 약간 오른쪽에서 또다시 파울을 얻어냅니다. (오현수비수들에게 빠른 선수를 막는 길은 파울외에 다른 대안이 없어 보입니다...^^)
일명 '염호덕 ZONE'
'최치원 ZONE'과 더불어 상대팀에게 공포의 구역으로 악명(?)을 떨치는 그 지점에 저승사자 염호덕이 해맑게 웃고 있습니다...( 아 .... 잔인합니다)
염호덕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친절히 오현을 '저승의 문'으로 인도합니다...
저승의 문에 도달한 오현선수들 앞에 옥황상제 안진범이 역시 해맑게 서 있습니다...
(왜 다들 이렇게 해맑은 거야.....도대체 왜!!!!)
처분만 기다리는 그들에게 안진범은 남승우의 가슴으로 떨궈주는 패스를 무기삼아 통렬한 25미터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그들의 죄과를 묻습니다
(결승에 왜 올라왔니????.....사람 미안하게......)
그러자 가브리엘 천사 김태훈이 전반 종료 직전 딱한 그들의 사정을 고려하여 한줄기 빛인 페널티킥을 선사합니다.....
(고생했는데 이것만 먹어라.....) 전반전 3 대 1
후반전
최치원이 오창현과 교체되어 들어옵니다...
시작과 동시에 전익현과 최치원의 콤비플레이가 빛을 발하며 완벽한 득점찬스를 맞지만 최치원의 오른발슈팅이 빗맞으며 아쉽게 골문을 벗어납니다.
2분경 상대의 세트피스 전술에 위기를 맞지만 우승청부사 최봉진의 눈부신 선방이 골문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3분경 최봉진이 길게 골킥을 하자 오른쪽 중앙에 있던 안진범이 달려들어가던 이제석에게 헤딩으로 볼을 연결합니다.
순식간에 수비수 1명에 공격수가 3명인 상황이 벌어집니다....
골욕심으로 단단히 무장한 이제석은 뒤로 물러나는 오현수비수를 가볍게 따돌리고 득달같이 왼발슈팅을 날립니다...
이제석의 발을 벗어난 볼은 오현 골문 왼쪽 골포스트를 맞고 그대로 골망을 가르며 사실상 승부의 종지부를 찍습니다..
7분경 전익현에게 과격한 파울로 오현고 수비수가 퇴장당하자 승부의 추는 이미 결정되어버립니다...
11분경 그래도 못 미더웠는지 캡틴 남승우가 우리 부경의 이번 대회 "마지노 골"인 다섯번째 골을 최치원과 합작하며 뿜어냅니다...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않은 오현고 응원단도 순간 모든 걸 체념한 분위기로 남은 시간을 조용히 보냅니다...
더 이상의 골은 자비로우신 부경축구의 명성에 흠집을 낼뿐인가요....ㅎㅎ
남은시간은 간간히 터지는 조정흠의 중거리슈팅으로 위안삼으며 대회 2연패 우승 세레모니를 준비합니다.....
완벽한 우승
지난 4년동안 매년 우승의 전통을 이어갑니다....
2007년 2개 2008년 1개 2009년 1개 2010년 1개....
총 5번의 대회 우승을 기록하지만 이번 대회처럼 완벽한 우승은 처음입니다...
매 대회 고비를 넘기며 우승컵을 들어올렷는데 올해는 너무도 편안(?)하게 우승의 광경을 목도합니다...
고비라면 포철공고와의 대진이 있었지만 상승세의 포철공고를 2대0으로 가볍게 셧아웃 시킵니다...
결국 고비는 없었습니다....^^
관전기에 이어 계속 기록으로 이번 협회장배 우승의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름대회 우승을 하나는 꼭 시키겠다는 안선진감독의 약속이 실현되어 너무나 기쁩니다...
점점 안선진감독에게서 명장의 채취가 느껴집니다...
상대 감독과의 수싸움에서도 결코 밀리지않는 뚝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을 믿는 모습도 눈에 띄는 대목으로 여유가 넘쳐보입니다...
거기다 교체멤버를 최대로 활용하며 체력적인 안배를 가져갑니다....
리그경기에서도 볼 수 없었던 부분인데 많은 준비를 하였음을 느끼게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안선진 감독님"
그리고 뜨거운 여름 사력을 다해 뛴 우리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선수들!!!
부경의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는 중압감과 책임감이 플레이 하나하나에 묻어났지만 정말 훌륭히 잘 싸웠습니다!!
그대들은 챔피언의 자격이 있는 멋진 선수들입니다!!....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수고하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교장선생님,부장선생님,학부모님들, 그리고 대단하신 우리 부경 동문님들....
관전기를 써도 힘든 줄 모릅니다...
승리의 여운이 하나하나 복기를 하는 외중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전부 행복한 표정입니다...덕분에 점점 더 젊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러면 다음 경기까지 아쉽지만 잠시 쉬도록 하겠습니다..
"부경!! 우리 모두가 CHAMPION 입니다!!!"
첫댓글 정말 잘했네,,,가서 보지 못한게 아쉽다,,부경 화이팅 !!
아까라까~~ 칭!!!
부경 부경 화이팅!!
축하 축하 후배들 다음에도 승전보를...
말효야 역쉬 빠르네 나도 올려놓고 보니 자네가 먼저...
그래서 삭제했다
선수, 감독,코치,그리고 학부모님과 선후배님 열정의 결정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