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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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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게시판 스크랩 3799.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99-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작고 귀엽고 풋풋한 삶의 철학/ 최복현
dladygks 추천 0 조회 124 18.11.15 05:4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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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작고 귀엽고 풋풋한 삶의 철학/ 최복현

 

순수한 눈으로 어른을 바라보는 것도 죄인가요?

나는 아이를 알 수 있을까? 아이의 내면을 알 수 있을까? 나 역시 아이였던 적이 있었으나, 아이들과 똑같은 과정을 살아왔으나 나는 모른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어른인 내가 부끄럽게 만든, 얼굴이 발그레하게 만든 좋은 영화다.

 

 

그냥 눈에 비친 대로 말하는데 아버지는 나를 때립니다. 아빠는 실직했어요. 엄마는 멀리 일하러 다녀요. 그러니까 엄마는 우리를 보살필 시간이 없어요. 마음의 여유도 없고요. 그러면 아빠가 우리를 잘 보살펴야 하잖아요. 그런데 아버지의 특기는 그저 때리는 거예요.

나 제제는 악마인가 봐요. 늘 말썽만 부리니까요. 매일 맞는 걸 보니까 맞을 짓을 많이 하는 거겠죠. 그렇다면 나는 악마인 게 분명해요. 그래도 악마가 되기는 싫어요. 그래서 나는 달려요. 가차가 달리는 기찻길로 달려요. 때로는 기차가 오면 기차를 따라 함께 달리기도 해요.

그렇게 달려서 성당으로 가요. 그리곤 기도를 드리죠. 크리스마스가 다가와요. 내 동생이 선물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만일 동생에게 선물을 주면 나는 365일 내내 착한 아이가 될 거에요.

 제제는 순수한 아이다. 있는 그대로 말하고 생각한다. 그에게 예수는 그리 어려운 사이가 아니다. 뭔가 원하는 게 있으면 그대로 표현한다. 그런데 예수는 그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는다. 예수는 동생에게 아무런 선물도 주지 않는다.

 

 

제제는 모른다. 세상 물정을 모른다. 그냥 남이 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한다. 그러다 누나한테 호되게 혼난다. 제제가 하는 이야기는 사실 성적비하를 뜻하는 걸 그는 모르기 때문이다. 모르고 한 말이지만 어른들은 용서할 줄 모르니까.

제제는 자기 아버지가 실업자고 집에서 그냥 빈둥빈둥 노는 걸 안다. 그래서 제제는 이번엔 그 이야기를 노래 삼아 흥얼거린다. 그리곤 또 혼난다. 어른들이 볼 때는 제재의 노래는 혼날 짓이지만 제재는 왜 혼나야 하는지 모른다. 그만큼 순진한 제제, 모르는 걸 어떡하나.

말썽장이 제제, 장난꾸러기 제제, 하루가 멀다하고 말썽을 부리는 공상가 제제는 이번엔 달리는 뽀르뚜까 아저씨의 차에 매달린다. 그 장난을 치다 제제는 또 혼난다. 동네에서 유일하게 차를 가닌 아저씨, 제제는 아저씨 차에 매달린 장난을 친 후 제제와 아저씨 사이는 서로 이를 가는 원수 사이로 지낸다.

 

 

그런데 어느 날 장난꾸러기 제제가 발을 다친다. 그걸 그냥 넘길 수 없어서 아저씨는 제제를 도와준다. 제제의 순수함을 알아본 아저씨, 그때부터 둘은 비밀 친구로 지낸다. 제제는 아저씨에게서 사랑을 주고받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뽀르뚜까, 포르투갈이란 말을 어른들이 그렇게 부르니까 제제에겐 그 아저씨는 뽀르뚜까다. 처음엔 무서운 아저씨, 악마 같은 아저씬 줄 알았는데, 알면 알수록 아이를 이해하는 유일한 아저씨다.

아저씨는 가끔 제제를 차에 태워주는 대신 조건을 건다.

만날 때 마다 새로운 이야기 들려주는 거다.”

아저씨와 아이의 우정아 아름답다. 아침 이슬처럼 영롱하게 빛난다. 제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아니 제제를 그나마 좋게 바라보는 사람은 세실리아 선생님, 뽀르뚜까 아저씨뿐이다.

! 그리고 또 있다. 밍기뉴 나무. 제제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밍기뉴 나무에게 이야기한다. 그러면 그 나무는 하얀 백마가 되어 제제가 원하는 상상의 세계로 제제를 데려다준다.

 

 

제제는 어른들의 세상에 적응 못하고 이런 상상으로 자기 삶을 펼쳐간다. 그에게 즐거움이 있다면 뽀르뚜까 아저씨를 만나는 일, 밍기뉴 나무와 이야기를 나누는 일뿐이다.

그리고 제제의 멋진 세계가 또 있으니, 제제에겐 세계 최고의 동물원이 있다. 바로 제제 집 뒤에 있는 대나무 숲이다. 그 숲에 서면 온갖 동물들이 제제에게로 다가온다. 물론 제제의 상상의 세계이다. 제제의 순수한 마음, 뽀르뚜까 아저씨만 제제를 이해한다.

제제는 참 기특한 아이다. 아파도 힘들어도 늘 싱글벙글 웃는다. 그 모습을 뽀르뚜까 아저씨는 좋아한다. 그래서 둘은 좋은 친구사이다.

제제가 말한다.

아빠를 죽일 거예요. 마음으로 죽이면, 누군가를 미워하면 마음에서 죽어가니까요.”

아저씨가 누나한테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라니까, 제제는 내가 작으니까 말로 복수하는 거예요.”라고 대답한다. 아저씨의 말에 따른 제제는 오늘 안 죽으면 맹세코 다신 안 할게요. 그리곤 꼭 기차에 올라탈 거예요.”라고 말한다.

 

 

상상력이 뛰어난 아이, 아주 순수한 아이, 해서 무엇이 잘못인지, 어른들이 왜 자기를 때리는지 모르는 아이, 그런 그 아이를 마음에 들어 하는 뽀르뚜까 아저씬 제제의 진정한 친구다. 제제는 그 뽀르뚜까 아저씨가 자신의 아버지였으면 좋겠단다. 제제에게 아저씨는 아끼던 만년필을 선물로 준다. 그것으로 무엇이든 써 보라고.

그런데 뽀르뚜까가 망가라치바에 치어 죽었단다. 그 충격에 제제는 절망을 느끼며 시름시름 앓는다. 그만큼 제제에겐 아저씨는 아픔이고 절망이고 모든 것이다. 뽀루뚜까 아저씨는 곧 제제였으니까.

다행히 제제는 점차 회복이 된다. 그가 회복되면서 밍기뉴도 꽃을 피운다.

제제는 두 차례 슬픈 이별을 한다. 아버지는 다음 이사 가는 집에 더 많은 오렌지 나무를 심고 일찍 잘리지 않을 거라는 약속을 한다. 그러나 제제는 슬프게 속삭인다. “전 이미 잘라버렸어요, 아빠. 내 라임 오렌지 나무를 자른 지 일주일도 훨씬 지난 걸요.”

모두에게 악마 취급을 받던 아이, 늘 혼자였던 아이, 늘 말썽꾸러기 취급 받던 아이, 해서 신들로부터도 사람들로부터도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던 아이, 제제에게 필요했던 건 어른들의 이해와 사랑인데, 어른들은 그걸 몰라도 너무 모른다.

전 이미 잘라버렸어요, 아빠. 내 라임 오렌지 나무를 자른 지 일주일도 훨씬 지난 걸요.”

제제의 순수시대의 끝과 함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이야기도 막을 내린다.

 

 

전 이미 잘라버렸어요, 아빠. 내 라임 오렌지 나무를 자른 지 일주일도 훨씬 지난 걸요.” 라는 말을 제제의 아버지는 그걸 이해할까? 어른들은 그걸 알 리가 없지. 생텍쥐페리의 말대로 어른들은 일일이 설명을 해줘야 하니까.

다행히 제제는 뽀루뚜까 아저씨를 만나면서 사랑을 배웠는데 그 아저씨가 죽었다. 그러자 세상도, 그의 세상도 죽었다. 제제에게 필요했던 건 다른 게 아니라 사랑이었다. 제제를 이해해주는 사랑, 그런데 그 사랑이 멀어져 갔다. 그러니 그의 세계는 죽었다. 밍기뉴 나무는 잘렸고, 그와 함께 그의 어린 시절도 끝났다.

때문에 전 이미 잘라버렸어요, 아빠. 내 라임 오렌지 나무를 자른 지 일주일도 훨씬 지난 걸요.”라는 제제의 말이 아프게 가슴에 다가온다. 이젠 밍기뉴 나무와 이별을 하듯 풋풋한 상상력과도 이별이다. 그를 알아주던 아저씨와 이별하듯 동심의 세계와도 이별이다. 그리고 이제 제제도 우리와 같은 어른이 될 게다.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어른, 이젠 말썽꾸리기도 아니고, 악마처럼 굴지도 않고, 아무 말이나 있는 그대로 하지도 않는 가면을 쓴 어른이 되어갈 것이다. 그와 함께 순수도 사라지고 동심의 세계도 사라지고, 상상의 동물원도, 백마를 타고 놀던 그 세계도 사라질 것이다.

어린아이, 다섯 살 제제의 눈을 통해 본 세상, 그 세상 속에 녹아 있는 우정, 사랑, 그리고 각양의 인생, 이 영화는 아이는 물론 어른들이 봐야 할 아주 좋은 영화다.

  -최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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