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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vs엄친아
“읽어보세요. 상황이나 학생에 맞춰서 회의해보고 각색은 할 건데, 일단 원작으로 쓴 책이니까.”
학생회라는 학생이 준 작은 재본교재를 집까지 한 달음에 뛰어와 침대에 누워 펼쳤다.
큼큼.
목을 가다듬고 낮은 목소리로 첫 대사를 읊기 시작했다.
“오, 사랑스러운 신데렐라. 당신이 여태까지 그런 험난한 삶을 살아왔다니 믿기지가 않아요.”
“괜찮아요, 왕자님. 전 이제 당신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괴롭힘 당하던 일들은 이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답니다.”
“그러면 됐소. 앞으로 나와함께 이 성에서 삽시다. 이젠 그런 일 없도록 내가 평생 당신 옆에서 지켜주겠소.”
“그럴수만 있다면 전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왕자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
“그게 뭐든 말해보시요. 무엇이라도 들어 드릴테니.”
“우리 불쌍한 어머니와 언니들은 어떻게 되나요? 그들과 함께 성에서 살 순 없나요?”
“그들이 밉긴 하지만 당신이 원한다면 어쩔 수 없지. 가족들을 성으로 데려오겠소.”
“감사해요. 왕자님!”
이 말을 끝으로 나는 소리내어 읽는 것을 관두고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착한 공주는 자기를 괴롭혔던 계모와 언니들을 용서하고 그들을 궁으로 불러 들였습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못된 마음을 먹은 그들을 위험한 꿍꿍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공주님! 공주님! 가족분들이 성에 도착하셨답니다!”
“뭐라고? 어서 가봐야겠어.”
“어머니! 언니!”
신데렐라는 기쁜 마음에 뛰쳐나가 그들을 반겨 주었습니다.
계모도 뒤로는 계략을 짜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자신을 용서해준 신데렐라에게 너무도 고마운 마냥 그녀를 반갑게 껴안아 주었습니다.
“엘라! 못된 우리들을 용서해줘서 너무 고맙구나.”
“아니에요. 이미 지난 일인걸요.”
“우리가 널 위해 작은 선물을 가져왔어. 엘라.”
언니들은 품에 안고 있던 개를 신데렐라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세상에나! 포포! 너로구나!”
신데렐라가 집에서 구박받으며 일을 할 때 늘 꼬리를 흔들며 뒤를 졸졸 쫓아다니던 애교많은 강아지를 데려온 것이었습니다.
“고마워요, 어머니. 그리고 언니들! 이제 정말 피가 섞인 가족이 된 것 같아요!”
감격해 큰 소리로 말하는 신데렐라와, 뒤에서 그녀를 흐뭇하게 쳐다보고 있던 왕자님과는 달리 겉으로는 함께 웃고 기뻐하고 있는 계모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강아지는 곧 신데렐라 너를 성에서 쫓아내겠지. 그러면 내 딸들이 왕자를 차지하게 될 것이야.’
이렇게 며칠이 지나고 아침이 찾아왔습니다. 신데렐라는 어머니와 언니들과 함께 포포가 온 뒤로 포포가 뺨을 핥아주는 걸로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포포는 집에서 지낼 때 회색의 걸레솔 같았지만, 말끔하게 씻은 지금은 새하얀 털이 복슬복슬해 마치 솜사탕 같아 귀엽습니다.
오늘따라 더 분주하게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애교가 많은 포포가 너무 귀여워 신데렐라는 포포에 입에 뽀뽀를 해주었습니다.
그러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포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새하얀 피부를 한 남자의 하얀 엉덩이가 보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꺄악!!!!!!!!!!!!!!!!!!!!!!!!!!!!”
신데렐라는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습니다.
검은 머리에 하얀 피부를 한 벌거벗은 남자는 몸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습니다.
신데렐라는 재빨리 손으로 눈을 가렸습니다.
“어디서 오셨는지는 모르지만 제발 옷이라도 입어주세요!”
“공주님! 저 포포에요!”
공주가 궁금해 가렸던 손을 치우자 아랫도리를 이불로 가린 귀여운 소년이 있었습니다.
하얀 피부에 까만 눈동자는 정말로 포포와 똑 닮아있었습니다.
“정말 네가 포포라고? 그럼 어떻게 사람으로 변한거니?”
“저도 왜 제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덜컥!
포포와 대화를 하고 있던 도중에,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문이 열리자 왕자님과 수많은 시녀들, 그리고 계모와 언니들까지 있었습니다.
“신데렐라! 당신의 비명소리가 들렸다길래 달려왔는데 이게 무슨....”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이불만 덮고 있는 포포를 보고 왕자님의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세상에나! 엘라! 이게 무슨 일이니! 엄연히 너는 왕자님의 신부인데 어린 하인을 방으로 끌어들여 이런 짓을 하다니!”
“어머니! 그런 게 아니에요! 왕자님! 제 말을 좀 들어보세요!”
하지만 왕자님은 이미 계모의 말을 믿고 신데렐라에게 크게 실망해 있었습니다.
이것은 전부 계모와 언니들의 계략이었습니다. 계모가 마녀를 찾아가 강아지에게 사람이 되는 마법을 걸어 놨던 것이었습니다.
“더이상 들을 것도 없소, 신데렐라! 성에서 나가주시오!”
포포와 함께 성에서 쫓겨난 신데렐라는 삼일밤낮을 울다가 결국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며칠이 지난 뒤 눈을 떠보니 그녀는 작은 움막에 누워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뭇가지를 한 아름 들고 온 포포는 깨어난 공주를 보고 기뻐했습니다.
“공주님! 오랫동안 깨지 않아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포포. 이제 우리는 어떡하면 좋지?”
“제가 마을을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에게 물어봤는데 성의 북쪽에 있는 마녀를 찾아 물어보라고 했어요.”
신데렐라는 억울하게 쓰인 누명을 벗기기 위해 정신을 차리고 포포와 험난한 길을 헤쳐 성의 북쪽으로 하염없이 올라갔습니다.
거친 숲속을 헤매느라 상처투성이에 지저분한 꼴을 한 신데렐라와 포포는 마침내 마녀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북쪽 숲의 마녀는 생김새는 매우 못생기고 무서웠지만 마음씨는 매우 따듯한 할머니였습니다.
“그 마법은 네가 꼬마에게 다시 입을 맞추면 풀린단다. 그 꼬마는 원래대로 개가 되겠지.”
“그렇게 간단한 사실을 몰랐다니! 정말 고마워요, 마녀님!”
신데렐라는 다시 성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준 마녀가 고마워 그녀를 껴안았습니다.
마녀는 아주 오랜만에 따듯한 품을 느낄 수 있어서 감동했습니다. 자신이 늙고 못생기고 무섭다고 사람들은 그녀를 피했기 때문입니다.
“넌 참 마음씨가 착한 아이로구나.”
마녀는 그녀를 막대기로 톡하고 쳤습니다. 그러자 더럽고 상처투성이이던 그녀의 몸이 원래의 깨끗했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마법으로 너를 성으로 보내주마.”
“잠깐만요! 마녀님! 성으로 돌아가기 전에 공주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요!”
포포였습니다.
“공주님, 저는 공주님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다시 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비록 성에서 만큼 호화롭진 않겠지만 저와 숲속에서 살지 않으시겠어요?”
신데렐라는 잠시 주저했습니다. 숲에서 살면 더 이상 계모와 언니들의 모함도 없고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마음을 굳게 다잡았습니다.
“미안하지만 포포야. 내가 다시 성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왕자님이 계시기 때문이야. 나는 왕자님을 사랑해.”
마녀의 마법으로 성까지 순식간에 도착한 공주와 포포는 왕자가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왕자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드러내듯 앙상하게 마르고 초췌해진 모습이었습니다.
“더이상 날 힘들게 하지 마시오! 왜 다시 왔소?!”
“왕자님! 마지막으로 제가 오해를 풀 기회를 단 한번만 주세요. 이 아이는 어머니와 언니들이 집에서 데려온 포포고 못된 마법에 걸려 사람이 된거랍니다.”
공주는 고개를 숙여 작은 포포의 입술에 뽀뽀를 했습니다.
그러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꼬마소년은 다시 작고 하얗던 강아지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왕자님은 깜짝 놀랐지만 곧 공주의 말이 사실이었다는 걸 깨닫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신데렐라, 당신을 못 믿은 나를 원망하시오.”
“아니에요. 오해가 풀렸으면 된걸요.”
그 후로 둘은 아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길었던 이야기가 끝나고 나는 여전히 감동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서 침대에 누운 채 뒹굴거리며 그 여운을 만끽하고 있었다.
내가 주인공이었다니!!!!!!!!!
이런 감동적인 스토리의 주인공이 바로 나라고!!!!!!!!!!!!!!!!
“그게 뭔데 그렇게 열심히 읽어?”
책에 몰입해 있었던 차라 이주원이 온 지도 모르고 있었다.
“이거? 연극 원작이래. 그러고 보니, 너가 여기서 개로 나온다고?”
“엉. 어때? 멋있게 나오냐?”
“포포! 네가 포포라고?! 포포!!!!!!!!!!!!!!!!!!!!!!!!!!!!!!!!!!!”
포포에게 달려가 포포를 꼭 안아주는 날 무시하고 이주원은 자기도 읽어보겠다고 내 책을 빼앗아 첫 장을 폈다.
저녁을 열심히 준비하는 나와 2층에서 신데렐라 위기 극복 스토리를 읽고 있는 이주원.
쿵쿵쿵쿵!
화가 난 이주원의 발소리.
“야! 나 이거 안해!”
“밥 다 됐다. 맛있게 먹어. 포포야.”
좀 전까지 분노해 놓고는 차려진 밥을 보고 또 얌전히 식탁 앞에 앉는 멍청이다.
“야, 근데 니가 생각해도 내가 포포는 좀 아닌것 같지?”
“사실 좀 그래. 맞다. 너보다 그 니 친구! 우 어쩌구 하는 걔가 더 잘 어울리겠다!”
“...씨발, 그렇네. 그럼 그 새끼한테 하라그래.”
“왜 욕은 하고 난리야.”
드르르르르.
식탁에 올려놓은 이주원 폰에 진동이 울린다.
밥먹을 때는 밥에만 집중하던 녀석이 왠일로 핸드폰을 식탁에 두고, 그게 또 울린다.
“엉. 왜.”
뭐라고 하는 말은 들리지 않고 여자의 목소리인 것만 들린다.
“왜 왔어. 쌀쌀한데.”
“알았어. 지금 나간다.”
폴더를 닫고는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일어선다.
“밥 먹다 말고 어디가?”
처음 보는 녀석의 행동. 밥 먹는 도중에 오줌이 마려워도 밥그릇이 빌 때까지 일어나지 않던 녀석이 오늘따라 이상한 행동만 한다.
“박다정이 뭐 줄게 있다고, 잠깐 나갔다 온다.”
어머.....
아주 여자친구 생겼다고 유세를 떠네....
어우 재수없어....
이주원이 나가고 혼자 밥을 먹고 치우고는 이층으로 올라가 책상에 앉은 순간, 드르르르르 하며 내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찌질이]
이주원이었다.
딱 줄 것만 받고 집에 뛰어올 것이지 왜 전화질이야....
짜증을 내며 전화 폴더를 여는 순간,
“언니....”
흐느끼는 다정이의 목소리.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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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는 거죠.... 한편의 동화를 올려드렸네요.....
죄송합니다..............
첫댓글 잘봤어요..무슨일이지?
ㅎ동화 내용도 재밋는데요 뭐..
연재부탁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