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야근을 하고 있는데 차장검사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차장검사가 법원 판사들과 회식을 한 모양인데, 2차로 간 술집에서 흥이 과했던지
법원 수석부장판사와 내기를 한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각자의 부하직원들을 호출해
어느 쪽이 많이 나오는지를 내기한 것이다. 부르기만 하면 마냥 달려오는 것을
바랄 거면 개를 기르면 된다. 그것도 아키타나 진돗개, 허스키처럼 충성심 강한 개를
기르면 되는데 왜 그런 짓으로 귀한 시간을 소비하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아무튼 차장검사는 나더러 검사들에게 연락해 나오도록 하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각부의 총무검사(부서의 식사메뉴와 식당을 정하는 막내 검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차장의 지시를 그대로 전달한 뒤 나는 계속 사무실에 남아 일을 했다.
차장이 나에게 나오라고 한 것은 아니었고, 또 차장은 잘 몰랐겠지만 검사는 개가
아니다.(김 웅 지음. 검사내전 238p - 239p)
그렇다. 김 웅 의원의 말처럼 검사는 분명 개가 아니다. 그러나 검사를 개로 착각하고
있는 부류가 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앉아”하면 앉고, “엎드려”하면 엎드리고, “짖어”하면 짖고, “물어”하면 무는,
그리고 “간식”이라도 주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 대는 개처럼...
내가 더욱 놀란 것은, 법원 수석부장판사와 차장검사의 내기에서 법원 수석부장판사가
이겼다는 것이었다.
상명하복의 조직으로 운영되는 검사보다도 독립적 지위에서 법에 따라 판결하는 판사들이
퇴근 후에, 그것도 술집에, 수석부장판사가 나오라고 한다고 하여 술집으로 달려갔다는
것에, 이 나라 판사들의 모든 것을 말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되어 참으로 씁쓸하였다.
법원 수석부장판사와 차장검사가 술집에 2차까지 가면서 유흥을 즐길 정도라면,
그것도 누가 부하검사나 부하판사들을 술집으로 많이 불러낼 수 있는지 내기까지 할
정도라면, 검찰에서 기소한 사건에 대해서도 수석부장판사와 의견을 나누지는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하는 내가 잘못된 생각일까...?
야-튼 나는 ⌜검사내전⌟을 읽으면서 때로는 배꼽잡고 낄낄대면서 솔직히 작가가
좀 뻥이 심하다고 생각하였었는데,
이 대목을 읽으면서 책내용에 대한 신뢰를 120% 가지게 되었다.
국민의힘 대다수의 의원들이 장관후보자들에 대한 평가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가 10여년전 시누이에게 보유주식을 매각하였다가 나중에 다시
매입한 사실과 관련하여 수사기관의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SNS에 올린 용기는,
초임검사시절 선배검사들로부터 ‘또라이’라고 별명을 들을만 하였다고 생각이 된다.
김 웅 의원님의 용기에 존경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국민의힘에서도 김웅 의원님과
같은 용기있는 젊은 의원을 높이 사리라고 생각합니다. 힘을 내십시오.
회원님들께서 이 글을 읽으시고 잠시나마 미소를 띄웠으면 하는 마음으로
올렸습니다. 어느 분이 말씀하셨지요. 세상사 코미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