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레이커스 또 만났네요. 항상 버거운 상대지요.
그런데 할만 하다고 봅니다.
할만 하다는 것이 '이길 수 있다' 라는 뜻이긴 하지만, '이길 것이다' 라는 뜻은 아니 듯이,
철저한 게임 플랜과 놀라운 집중력, 그리고 높은 투쟁심이 선행되어야만 가능한 시나리오인 것 같습니다.
덴버는 올시즌 롤러코스터 시즌을 보냈죠.
모두를 놀래키는 좋은 시즌 출발 뒤에 갈리나리와 로슨, 네네등의 부상으로 인해 급 추락,
네네 트레이드 이후 부상 선수들이 복귀하면서 다시 페이스를 쭉 끌어 올리며 시즌 마무리.
나쁘지 않은 흐름이예요.
부상 선수들이 없었다면, 네네를 조금 더 빨리 트레이드했다면, 덴버는 지금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었을 겁니다.
후회는 아니고, 그냥 덴버가 그정도 레벨의 팀이라는 뜻이지요.
지금 현재 말입니다.
레이커스는 험난한 시즌을 보내면서도 끝끝내 서부 컨퍼런스 3위 자리를 지켜낸 강호중의 강호입니다.
물론 1,2위 팀들과의 갭이 상당히 큰 편이지만, 그래도 명색이 서부에서 세번째로 농구 잘한다는 팀이예요.
덴버는 언더독입니다.
시즌 전적은 1승 3패지요.
하지만 갈리나리의 통한의 노마크 레이업 미스로 원정 1승을 그냥 날려 버렸던 것을 생각하면 시리즈를 even 으로 봐도 무방할 겁니다.
레이커스는 전통적으로 덴버에 강했고,
덴버는 플레이오프에서 레이커스를 이기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이유는 크게 세가지이죠.
1. 코비를 '완전하게' 통제할 수 없었다.
2. 가솔과 바이넘의 높이에 매치할 수 없었다.
3. 오돔이라는 수퍼 트위너를 막을 수 없었다.
4. 필 잭슨이라는 명장에 매치할 감독 (..) 이 없었다.
그리고 이중 마지막 세개는 해결이 가능해 졌습니다.
1번은 여전히 아프랄로를 믿어야 하는 상황인데, 아마 적당히 뚫리고 적당히 먹힐 겁니다.
한가지 긍정적인 시그널은 이제 아프랄로가 수비와 3점만 되는 1차원적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사실이이죠.
공격에서 코비에게 1대1 로 매치업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코비의 정신을 조금이라도 흐트러트릴 수 있다면, 그건 아프랄로로서도 최선을 다한 결과일 겁니다.
아프랄로의 뒤에는 코리 브루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2번은 네네 대신 들어온 맥기와 쿠포스, 모즈코프등이 이제 바이넘에 충분히 매치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덴버전에서 보여준 바이넘의 퍼포먼스는 괴물이었죠.
하지만 최소한 성가시게는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공격에서도 활로를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3번은 오돔이 나가 버리면서 자동적으로 해소가 됐고,
갈리나리를 괴롭히던 매타 월드 피스도 나오지 못합니다.
이뱅스가 갈리나리를 막을텐데 이거 미스 매치죠. 갈리나리가 쓸데없이 공잡고 시간 오래 끌지 않고 깔끔하게 마무리만 해준다면 이 미스매치를 막을 방도가 레이커스에는 없을 겁니다.
코비가 내려와서 막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겠죠. 자살 행위구요.
4번은 이제 조지칼이 더 좋아 보이는 상황에 이르렀죠. 세부 게임 진행에서 덴버가 더 잘할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레이커스는 페이보릿입니다. 덴버는 언더독이구요.
여기에 더해져야 할 몇가지 '기적' 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코비, 바이넘에게 줄건 준다고 가정하죠. 가솔도 15-10 정도는 꾸준히 찍어 준다고 가정하고요.
1. 로슨이 세션스를 압도해야 합니다. 공격에서 로슨은 세션스를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수비에서 세션스도 로슨을 상대로 그러한 활약을 펼친다면? 로슨의 에너지와 템포를 업시키는 능력, 뜬금 3점포와 좋은 돌파 능력이 세션스 정도의 가드로 인해 상쇄되어 버리면 안됩니다. 올스타 가드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게임을 지배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2. 해링턴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레이커스와의 정규 시즌 경기에서 해링턴은 일종의 구세주였습니다. 현재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죠. 영웅적인 모습으로 경기당 3점슛 두세개 정도만 꽂아 넣어줄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3. 턴오버 - 덴버는 리그에서 가장 어이없는 턴오버를 많이 저지르는 팀입니다. 플레이오프는 포제션 수가 줄어 듭니다. 게임 템포가 확 느려지고요. 턴오버는 독극물입니다. 볼을 보호하고 볼에 대한 집착을 더 높이는 것. 절대적으로 요구됩니다.
4. 벤치 로테이션 대결 - 덴버가 레이커스에 유일하게 앞서는 부분은 벤치 뎊스입니다. 레이커스는 아마 주전들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할 겁니다. 덴버는 벤치 로테이션 대결에서 피지컬하게 밀어 붙여야 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레이커스 주전을 빨리 불러내야 합니다. 장기전으로 가서 7차전에서 승부를 보는 전략을 펴야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선 노쇄한 레이커스 주전들의 체력을 갉아 먹는 전략이 필수적입니다.
5. 템포 - 레이커스는 템포를 느리게 가져가려고 할 겁니다. 하프코트에서도 여전히 위력적인 코비가 있고, 7풋 트윈 타워를 이용한 페인트존 공략을 주된 게임 플랜으로 삼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플레이오프에서 템포를 끌어 올리는 것은 무척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덴버는 달릴 수 있고, 덴버가 달리면 달릴 수록 레이커스는 점점 더 지쳐 갈 것입니다.
6. 에너지 레벨 - 덴버는 젊은 팀입니다. 레이커스 원정에서도 주눅들지 말아야 하고, 홈에서는 경기장내의 에너지로 압살시켜 버려야 합니다. 최소한 이 분위기 싸움이 한 두 포제션에 의해 승부가 결정되는 플레이오프에서는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할 겁니다.
덴버가 이길까요? 바클리 말처럼?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불가능하지도 않습니다.
post Melo era 에서 업셋은, 2라운드 진출은, 이 젊은 선수들의 커리어에서 큰 자산이 될 겁니다.
부담은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마음으로 지켜봤으면 합니다.
첫댓글 작년 플옵 1차전처럼(비록 골텐딩 오심으로 졌지만...) 강력한 에너지로 상대방을 무너뜨릴 수 있다면 충분히 승산있는 시리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