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체험학습 기행문> 우석여고 정은진
청학 육만수 장학재단에서 21기 장학생들과 함께 일본 도쿄로 체험학습을 갔다. 작년부터 안내에 관한 가정통신문을 받으며 기대에 부풀었다. 기대감과 함께 한편으로는 지역과 학교가 다른 장학생 친구들과 어색할까 걱정되었다. 그러다가 수학 학원에 다니는 친구 두 명이 장학생에 선발되었고 일본에 간다는 것을 들었다. 친하진 않았지만 익숙한 친구들이기에 걱정되는 마음을 조금 놓을 수 있었다. 20일 월요일 새벽, 1시간을 자고 3시에 버스 터미널에 갔다. 버스가 덜컹거려 버스 안에서 잠에 들기 힘들었고 첫째 날은 매우 피곤했다. 세 시간 동안 이동한 후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두 시간의 대기 끝에 모든 장학생과 이사장 님, 인솔자 분들을 만났다. 일본으로 체험학습을 간다는 것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위해 기다리고 있을 때 다른 그룹의 친구가 말을 건네와 주었다. 친구의 인사 덕에 긴장이 조금 풀렸다. 이름과 고등학교만 묻고 끝난 짧은 대화였지만 친구의 용기가 인상 깊어 잊지 못할 것 같다. 일상에 스며들어 의미를 알지 못했던 인사의 힘을 느끼게 되었다.
나리타 공항 도착 후 주변 식당에서 텐동을 먹었다. 식당에 오고 나서야 여러 친구들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입을 쉽게 뗄 수 없는 어색한 분위기에 밥을 먹었다. 선뜻 말 걸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앞으로의 여행이 살짝 걱정되기도 했다. 이후 오다이바 섬에 가서 자유의 여신상과 건담 모형을 보았다. 가는 길에 가이드님께서 인공 섬과 자유의 여신상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말씀대로 자유의 여신상 크기는 작았다. 아는 만큼 들린다는 것을 깨달았고 가이드님의 말씀을 열심히 들어야겠다 다짐했다. 해가 약간 저물어가는 시간이어서 은은한 색감의 하늘과 하늘을 비춘 바다가 정말 예쁘고 조화로웠다. 저녁에 아리아케 가든으로 이동하였고 샤부샤부를 먹었다. 셀프로 조리해야 했기에 같은 테이블에 앉은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었고 가까워지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식사 후에 쇼핑을 하고 호텔에 가 간단히 짐을 푼 다음 지상철을 탔다. 앉을 자리가 있었지만 야경을 보기 위해 앉지 않았다. 신바시역에 도착하고 주위를 돌아다녔다. 거리에는 우리나라와 다른 일본만의 분위기가 풍겼다. 빗방울이 조금 떨어지는 습한 날씨였기에 그 분위기는 극대화되었다. 왔던 길로 호텔에 돌아갔고 첫째 날이 마무리되었다.
아침에 조식을 먹고 와세다대학교로 이동하였다. 가는 길에 가이드 님과 인솔자 분들께 많은 정보를 들었다. 일본 학교의 개학 시즌이 우리나라와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국립대학의 입학만을 위한 시험을 본다는 것이 놀라웠다. 교육적인 면에서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있어 재밌었다.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한 퀴즈를 맞추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도서관에서 들은 내용을 마주칠 때마다 반가웠다. 해외 책 번역을 하셨다는 것을 듣고 도서관에서 번역 책을 만났고, 재즈 카페의 피아노 이야기를 듣고 그 피아노를 만났다. 배운 내용을 직접 보니 더 기억에 남는다는 것을 실감했고 견학의 중요성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에서는 특별한 전시를 하고 있었다. 3층에 야마모토 요코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독특한 그림체가 신선함을 주었다. 책이 가득한 도서관에 그림이 많이 걸려 있어 더 밝고 디채로운 느낌이 났다. 오후에는 식당에서 일정식을 먹고 네즈 미술관에 갔다. 고대 중국과 일본, 한국의 동상과 거울을 구경했는데 작고 화려한 디테일을 보는 것이 재밌었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천 년도 넘은 물건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도 신기했다. 갤러리를 모두 둘러 보느라 정원을 오래 구경하지 못하여 아쉽다. 그 다음 하라쥬크와 신주크 번화가에 갔다. 하라쥬크에서 자유 시간이 많은 줄 몰랐기에 갈 곳을 정하지 못했고 돌아다니며 보이는 곳에 들어가 구경했다. 신주크로 이동하고 돈키호테에서 간식을 구입했다. 일본 낮의 거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저녁에는 야키니꾸를 먹었다. 어쩌다가 남자 친구들과 앉게 되었는데 밥을 먹으며 공부 이야기가 나왔다. 그 중에 한 친구는 영어 모의고사 100점을 놓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손을 대지 않고 수학 모의고사를 푸는 다른 친구의 얘기를 해줬는데 동기 부여가 많이 됐다. 말로만 들었던 것을 실제로 들으니 매우 인상깊었던 것 같다. 저녁을 먹은 이후에 도쿄타워에 갔다. 원래 바로 호텔로 이동해야 했지만 전날의 계획이 안 맞는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여행사에서 보내주셨다. 갑작스러운 계획이었어서 더 즐기려고 노력했다. 360도로 보는 도쿄의 야경은 노랗게 빛났다. 눈에 비치는 것이 사진에 잘 담기지 않아 아쉬웠다.
마지막 날의 아침에는 아사쿠사 센소지에 갔다. 매체로 접했던 일본의 빨간 절을 실제로 보았다. 절은 매우 크고 웅장했다. 밤에 조명이 켜지면 더 아름답고 웅장했을 것 같았다. 운세를 보고 사람들이 향을 피우는 모습을 보았다.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비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상점이 깔린 거리에서 행운의 고양이를 샀다. 가격과 비교하여 매우 작은 크기였지만 혹시 나에게 행운을 가져올까 싶은 마음에 매우 고민하다 구매하였다. 점심 시간에 첫 식사를 먹었던 식당에서 마지막 식사를 했다. 인천 공항에 도착하면 버스 도착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무엇을 하며 보낼까 걱정이었다. 그런데 비행기가 지연된 덕분에 대기 시간이 줄었다. 비행기의 지연은 나리타 공항 면세점에서 여유 있게 물건을 사고, 친해진 친구들과 더 오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재밌는 기회를 가져다 주었다.
반복되고 지루한 고등학생 일상 속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경험을 겪을 수 있어 신선하고 뜻깊었다. 처음엔 3일이라는 기간 때문에 적극적으로 친해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먼저 인사해준 친구 덕분에 생각이 변했다. 함께 온 여행에서 함께하는 것이 뜻깊은 일임을 배웠다. 마지막 날이 되어서는 더 많은 친구와 대화하지 못해 아쉬웠다. 이번 여행 이후에도 친해질 기회가 있다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싶다. 비행기보다 국내에서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이 많았기에 3일의 해외여행이 아쉽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새로운 여행을 통해 얻은 교훈과 인연, 경험이 있기에 값진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