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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지병(不知知病)
모르면서 안다고 하는 것은 병이다.
不 : 아닐 부(一/3)
知 : 알 지(矢/3)
知 : 알 지(矢/3)
病 : 병 병(疒/5)
'아는 것이 힘'이란 말이 있다. 어떤 어려운 일에 닥쳤을 때 처리할 방법을 알면 해결이 수월하다. 또 내막을 잘 알고 상대하면 어떤 난관도 뚫을 수 있다는 지피지기(知彼知己)가 병법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많이 아는 사람은 혼자 있을 때나 다른 사람과 어울릴 때나 여유롭고 담담하다고 해서 대지한한(大知閑閑)이라고 장자(莊子)는 말했다. 이런 사람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속담을 실천하듯 잘 알아도 모든 일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인다. 소크라테스(Socrates)의 겸손과 닮았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은 내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는 것이 병이 되는 경우가 있다. 조금 아는 일에 함부로 덤볐다가 패가망신하거나, 몰랐으면 그냥 넘어갈 일을 알고선 지나칠 수가 없어 '모르면 약이요 아는 게 병'이 될 때다. 모르거나 듣지 않았으면 마음이 편안했을 것이라고 문즉시병(聞則是病) 불문시약(不聞是藥)이라 한역했다.
이보다 더 큰 병이 있으니 모르면서도(不知) 아는 체 하는 병(知病)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인데 빈 깡통이 더 요란한 경우가 많아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없는 놈이 있는 체 못난 놈이 잘난 체'하는 것은 인간의 속성이다. 노자(老子)가 도덕경(道德經)에서 이것을 경계했다.
71장인 지병장(知病章)에는 세상 사람들이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것을 꼬집는다. '알면서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하는 것은 병이다(知不知上 不知知病/ 지부지상 부지지병). 병을 병으로 알아야만 병이 되지 않는다(夫唯病病 是以不病/ 부유병병 시이불병).' 그러면서 성인이 병이 없는 것은 자신의 병을 병으로 알기 때문에 병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알지만 모르는 체하는 것이 무슨 꿍꿍이속이 있어 그렇다면 욕먹을 짓이지만 아무데나 나서며 자랑하지 않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그렇게 되면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 몰랐던 부분을 배울 수 있는 이득도 있으니 더욱 그렇다.
세상의 복잡한 일을 모두 알 수도 없고, 전부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다만 잘 알고도 곤경에 빠진 사람에 도움을 주지 않거나 모르면서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나댄다면 문제다.
공자(孔子)도 좋은 말씀을 남겼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
처마 끝의 제비가 이렇게 지저귄다는 그 구절이다. 부작용이 뻔히 보이는데도 옳다고 우기며 정책을 강행하는 등 제비도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데 요즘 모르는 것을 안다는 사람이 너무 많다.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71장(第七十一章) 지병(知病)
知不知上(지불지상) : 알고도 모르는 듯 하는 것이 좋은 것이고[알면서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으뜸이고],
不知知病(불지지병) : 모르면서 모두 아는 척 하는 것은 병이다[알지 못하면서도 안다고 하는 것은 병이다].
夫唯病病(부유병병) : 병을 병으로 안다면[무릇 병을 병이라 여기면]
是以不病(시이불병) : 병이 되지 않는다
聖人不病(성인불병) : 성인이 병이 없는 것은
以其病病(이기병병) : 자기의 병을 병으로 알기 때문이다.
是以不病(시이불병) : 그러므로 병이 되지 않는다.
知不知, 尚矣; 不知不知, 病矣.
알지 못함을 아는 것은 (수준이) 높은 것이고 알지 못함을 알지 못하는 것은 병이다.
是以聖人之不病, 以其病病也, 是以不病.
성인이 병을 앓지 않는 것은 (자신의) 병을 병으로 여기므로 병을 앓지 않는다.
[백서본(교감판)]
第七十一章 知病
知不知上 : 알면서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으뜸이고,
不知知病 : 모르면서도 안다고 하는 것은 병이다.
夫唯病病 : 무릇 오직 병을 병으로 여기면
是以不病 : 그 때문에 병을 앓지 않는다.
聖人不病 : 성인이 병을 앓지 않는 것은
以其病病 : 병을 병으로 여기므로
是以不病 : 병을 앓지 않는 것이다.
도덕경(道德經) 제71장
知, 不知上.
알면서 알지 못하는체함이 상책이다.
不知知病, 夫唯病病, 是以不病.
알지 못함을 아는체함이 병인데, 그것은 오직 병을 병으로 여기니 이로써 병이 안된다.
聖人不病, 以其病病, 是以不病.
성인도 병이 안되는데, 그로써 병을 병으로 여기니 이로써 병이 안된다.
도덕경 백서(帛書)본
마왕퇴(馬王堆) 한묘(漢墓)에서 발굴된 백서(帛書)는 '도덕경 통행본'과 거의 같은 두 종류의 노자 백서본(老子 帛書本)이 발견되었는데 갑본(甲本)은 한고조(漢高祖) 이전의 것이고 을본(乙本)은 그 이후의 것으로 판명되었다.
하상공(河上公) 주(注)
하상공(河上公)은 전한 문제(文帝)때 사람인데 생졸(生卒)과 성명(姓名)을 알 수 없어서, '황하 물가에 사는 사람'에 존칭인 공(公)을 붙여서 하상공(河上公)이라 불렀다고 한다.
知不知上
알면서 알지 못하는체함이 상책이다.
不知知病
알지 못함을 아는체함이 병인데,
夫唯病病 是以不病
그것은 오직 병을 병으로 여기니 이로써 병이 안된다.
聖人不病
성인도 병이 안되는데,
以其病病 是以不病
그로써 병을 병으로 여기니 이로써 병이 안된다.
제71장 지병(知病) : 앎의 어려움
知不知上.
알면서 알지 못하는체함이 상책이다.
(注)
知道言不知, 是乃德之上.
알면서 도를 알지 못하는체 말함인데, 이는 이에 덕의 최상이다.
不知知病.
알지 못함을 아는체함이 병인데,
(注)
不知道言知, 是乃德之病.
알지 못하면서 도를 아는체 말함인데, 이는 이에 덕의 병폐이다.
夫唯病病, 是以不病.
그것은 오직 병을 병으로 여기니, 이로써 병이 안된다.
(注)
夫唯能病苦眾人有強知之病, 是以不自病也.
그것은 오직 병으로 여김을 잘함인데 여러 사람들이 강제로 아는체함이 있음을 병으로 여김을 괴로워함이며, 이로써 자신의 병이 않됨이다.
聖人不病, 以其病病
성인도 병이 안되는데, 그로써 병을 병으로 여기니
(注)
聖人無此強知之病者, 以其常苦眾人有此病.
성인은 이 강제로 아는체하는 병이 없는 것은, 그로써 항상 여러 사람들이 이 병으로 여김을 괴로워 함이다.
是以不病
이로써 병이 안된다.
(注)
以此悲人, 故不自病.
이로써 사람들이 슬퍼하기 때문에 자신의 병이 안된다.
夫聖人懷通達之知, 託於不知者, 欲使天下質樸忠正, 各守純性.
그것은 성인이 통달한 앎을 품고서 알지 못하는 것에 의탁하며 천하의 바탕이 소박하고 충성과 바름으로 각각 순수(純粹)한 본성을 지키도록 하기를 바람이다.
小人不知道意, 而妄行強知之事以自顯著, 內傷精神, 減壽消年也.
소인은 도의 뜻을 알지 못하면서 망령되게 일을 강제로 아는체 하여서 자신을 드러나 나타나게 행하며, 안으로 정신을 해치고 수명을 감하여 나이가 줄어듬이다.
왕필(王弼) 주(注)
왕필(王弼)은 위(魏)나라 산음(山陰; 산동성) 사람이며 풍부한 재능을 타고 났으나 24살에 요절한 뛰어난 학자이다. 하안과 함께 위진(魏晉) 현학[老莊學]의 시조로 일컬어진다.
知不知上.
알면서 알지 못하는체함이 상책이다.
不知知病, 夫唯病病, 是以不病.
알지 못함을 아는체함이 병인데, 그것은 오직 병을 병으로 여기니 이로써 병이 안된다.
聖人不病, 以其病病, 是以不病.
성인도 병이 안되는데, 그로써 병을 병으로 여기니 이로써 병이 안된다.
제71장 지병(知病) : 앎의 어려움
知不知上, 不知知病.
알면서 알지 못하는체함이 상책이며, 알지 못함을 아는체함이 병이다.
(注)
不知, 知之不足, 任則病也.
앎이 넉넉지 않음을 알지 못하고 임하면 병이다.
夫唯病病, 是以不病.
그것은 오직 병을 병으로 여기니 이로써 병이 안된다.
聖人不病, 以其病病, 是以不病.
성인도 병이 안되는데, 그로써 병을 병으로 여기니 이로써 병이 안된다.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제71장(第七十一章)
(덕편)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좋다.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병이다(노자)
통행본 장
71장
知不知尙矣.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좋다
不知不知病矣.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병이다.
是以聖人之不病, 以其病病, 是以不病.
그러므로 성인이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은, 그 병을 병으로 여기기 때문이니, 이 때문에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注)
知不知尙矣.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좋다.
不知不知病矣.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병이다
교감 부분에서 언급한 대로 을본 및 통행본에는 뒷구절의 두 번째 '불(不)'이 없다. '불(不)'을 빼고 통행본처럼 본다고 하더라도 해석은 여러 가지로 갈린다. 몇 가지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왕필 : 모르는 척하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좋다. 아는 것의 부족함을 모르는 것은 병이다.
하상공 : 도를 알면서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좋다. 도를 모르면서도 안다고 말하는 것은 병이다.
설혜 : 아는 사람은 무지로 돌아가니 가장 좋고, 모르는 사람은 지에 집착하니 병이다.
이 책에서 여타 판본과 다른 갑본을 지지하는 이유는 '여씨춘추' 사순론·별류에서 다음 글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좋다.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의 병폐는 모르면서도 스스로는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물에는 그런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많다. 그러므로 나라를 망하게 하고 백성을 죽게 하는 일이 그치지 않는 것이다. (…) 작은 네모는 큰 네모와 같은 종류이고, 작은 말은 큰 말과 같은 종류이지만 작은 지혜는 큰 지혜와 같은 종류가 아니다.
'별류(別類)'는 비슷한 것을 구별한다는 뜻이다. 이 편에는 서로 엇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효과를 낳는 사례들, 겉보기에는 똑같지만 해석하기에 따라서 전혀 달라지는 일이 여럿 거론되어 있다.
그런 비슷한 것을 구별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별류'는 우선 판단하는 사람이 총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세상의 수많은 일을 무슨 능력으로, 또 무슨 기준으로 일일이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사태가 주어지면 능력껏 그 사태를 통찰할 수밖에 없다. 총명한 사람은 잘 판단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 결과를 스스로 짊어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별류'에 따르면 인간의 능력으로는 통찰할 수 없는 일도 있다. 해를 등지고 서쪽으로 하루종일 달려간 천리마가 마침내 저녁에는 어느새 그 앞쪽에서 뉘엿뉘엿 지고 있는 해를 보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위대한 통찰력을 발휘한다고 하더라도 자연은 그보다 더 위대하다. '별류'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진실로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이 있고, 진실로 지혜로는 알 수 없는 것이 있으며, 진실로 수(數: 법칙)로는 다하지 못할 것이 있다. 그 말하는 바가 왜 그런지 알지 못하지만 실제로 그런 것이 있다. 그래서 성인은 순응하여(因) 제도를 일으키고, 마음을 수고롭게 하지 않는다.
인간은 어느 정도 무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자연에 순응해야 한다. 그러므로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인순과 순응의 첫걸음이다. 그런데도 자신이 전부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많고, 그런 사람으로 인해 나라가 망하고 백성이 죽어가는 일이 벌어진다.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의 병폐는 모르면서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별류'를 찬찬히 읽어보면 지금 '노자'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지금 '노자'는 자연을 따르기 위해서 우선 인간의 무지를 자각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자기 기준으로 자연을 편집하고 이해하는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갑본은 이런 '별류'의 사상을 '노자'와 확실하게 연결시켜주는 문장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을본 및 통행본이 여러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것과는 달리 갑본대로라면 상식적으로 본문처럼 해석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인간 지성의 한계를 자각하고 자연에 순응할 것을 주장한 사상가는 신도(愼到)이다. '장자' 천하편은 신도의 사상을 이렇게 소개한다.
이 때문에 신도는 앎을 버리고 자기(己)를 없앴으며, 부득이함을 따랐다. 사물에 순응하는 것을 도리로 여겼다. "안다는 것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知不知). 앎을 비루하게 여긴 뒤에야 그것을 버릴 수 있다"고 말하면서 제 마음대로 하고 아무 일도 맡지 않았으며, 천하가 능력 있는 사람을 높이는(尙賢) 풍조를 비웃었다.
'천하편'에 따르면 신도도 '지부지(知不知)'라는 말을 남겼다. 지금 '노자'의 문장에도 같은 구절이 있다. 나는 두 군데에서 해석을 달리하였는데, 문장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약간 무리를 해서 두 해석을 통일시킬 수도 있겠으나 썩 내키지는 않는다. 구태여 해석을 통일시키지 않아도 지금 갑본이 보여주는 '노자'와 천하편에 소개하는 신도는 같은 사상을 진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자'나 신도나 모두 앎의 한계를 지각하고 사물에 순응하는 삶을 선택한다.
'노자'는 알지 못하면서도 아는 척하는 사람이 결국 자연에 거스르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병이라고 하였다. 공자도 비슷한 주제를 이야기한 바 있다. "유(由)야! 너에게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마.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면 이것이 아는 것이다(위정편)."
여기에서 공자가 특별히 자로(由)를 가르치고 있는 것은 그가 때로는 스승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여기는 고약한 습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령 자로는 위나라에서 기회를 준다면 어떤 정치를 펼치겠냐는 자신의 질문에 스승 공자가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을 것이다"라고 회심의 한 마디를 던지자 "이러시구나, 선생님의 우원함이여! 어째 그런 것을 바로잡는다는 말입니까"라는 불경스럽고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그때 공자가 자로를 두고 한 말이 "유(由)는 조야하기 그지없도다. 군자는 그가 알지 못하는 일은 모르는 듯이 행동하는 법이다(자로편)"라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자로는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곧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었다. '노자'에 따르면 그는 병들 것이다. 그런 염려 때문에 공자는 그에게 정말로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물론 '노자'가 말하는 병은 반자연의 병이고, 공자가 염려했을 병은 반도덕의 병이라는 차이는 있다.
'도응훈'은 지금 '노자'의 문장을 좀 달리 인용하고 있다. 도응훈에 따르면 을본 및 통행본의 문장이 옳고, 또 통행본에 대한 여러 해설 중에서는 하상공식의 독법을 따라야 한다. 도응훈의 인용은 "알면서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가장 좋고 모르면서도 안다고 하는 것은 병이다(知而不知, 尙矣. 不知而知, 病也)"라고 되어 있다.
도응훈의 인용은 도응훈이 참고한 '노자'가 을본과 같은 것임을 보여준다. 곧 도응훈은 갑본이 윤색되어 을본처럼 되고 난 뒤의 '노자'를 참고했다.
是以聖人之不病, 以其病病, 是以不病.
그러므로 성인이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은 그 병을 병으로 여기기 때문이니 이 때문에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통행본에는 대개 이 문장 앞에 "무릇 병을 병으로 여기기 때문에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라는 글이 더 붙어 있는데, 갑·을본에 모두 없으므로 이미 일부 연구자들(유월 등)이 지적한 대로 삭제해야 할 것이다.
동사정· 오징· 장사성 등은 성인은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병을 병으로 여긴 이후에 병에 걸리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성인이 근심하는(病) 것은 뭇사람들의 병이라고 하였다. 성인을 존경하는 해석이다.
안다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면, 이것이 아는 것이다(논어 위정).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부적절(不適切), 하늘 아래 같이 살 수 없는 원수나 죽여 없애야 할 원수를 일컫는 말을 불구대천(不俱戴天), 묻지 않아도 옳고 그름을 가히 알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불문가지(不問可知),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도 없다는 뜻으로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오묘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사의(不可思議),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일컫는 말을 부정부패(不正腐敗), 지위나 학식이나 나이 따위가 자기보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아니함을 두고 이르는 말을 불치하문(不恥下問),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는 뜻으로 마흔 살을 이르는 말을 불혹지년(不惑之年), 필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음을 일컫는 말을 불요불급(不要不急), 휘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어떤 난관도 꿋꿋이 견디어 나감을 이르는 말을 불요불굴(不撓不屈), 천 리 길도 멀다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먼길인데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달려감을 이르는 말을 불원천리(不遠千里) 등에 쓰인다.
▶️ 知(알 지)는 ❶회의문자로 口(구; 말)와 矢(시; 화살)의 합자(合字)이다. 화살이 활에서 나가듯이 입에서 나오는 말을 말한다. 많이 알고 있으면 화살(矢)처럼 말(口)이 빨리 나간다는 뜻을 합(合)하여 알다를 뜻한다. 또 화살이 꿰뚫듯이 마음속에 확실히 결정한 일이나, 말은 마음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알다, 알리다, 지식 등을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知자는 '알다'나 '나타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知자는 矢(화살 시)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知자는 소전에서야 등장한 글자로 금문에서는 智(지혜 지)자가 '알다'나 '지혜'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후에 슬기로운 것과 아는 것을 구분하기 위해 智자는 '지혜'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고 知자는 '알다'라는 뜻으로 분리되었다. 智자는 아는 것이 많아 화살이 날아가는 속도만큼 말을 빠르게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知자도 그러한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그래서 知(지)는 (1)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정신의 작용하는 힘. 깨닫는 힘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알다 ②알리다, 알게 하다 ③나타내다, 드러내다 ④맡다, 주재하다 ⑤주관하다 ⑥대접하다 ⑦사귀다 ⑧병이 낫다 ⑨사귐 ⑩친한 친구 ⑪나를 알아주는 사람 ⑫짝, 배우자(配偶者) ⑬대접(待接), 대우(待遇) ⑭슬기, 지혜(智慧) ⑮지식(知識), 앎 ⑯지사(知事) ⑰어조사(語助辭)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알 인(認), 살펴 알 량/양(諒), 알 식(識),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다닐 행(行)이다. 용례로는 알고 있는 내용이나 사물을 지식(知識), 사물의 도리나 선악 따위를 잘 분별하는 마음의 작용을 지혜(知慧), 지적 활동의 능력을 지능(知能), 지혜로운 성품을 지성(知性), 지식이 있는 것 또는 지식에 관한 것을 지적(知的), 알아서 깨달음 또는 그 능력을 지각(知覺), 지식과 도덕을 지덕(知德), 아는 사람 또는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봄을 지인(知人), 새로운 것을 앎을 지신(知新), 은혜를 앎을 지은(知恩), 지식이 많고 사물의 이치에 밝은 사람을 지자(知者), 제 분수를 알아 마음에 불만함이 없음 곧 무엇이 넉넉하고 족한 줄을 앎을 지족(知足), 자기 분에 지나치지 않도록 그칠 줄을 앎을 지지(知止), 거문고 소리를 듣고 안다는 뜻으로 자기의 속마음까지 알아주는 친구를 지음(知音), 여러 사람이 어떤 사실을 널리 아는 것을 주지(周知), 어떤 일을 느끼어 아는 것을 감지(感知), 비슷한 또래로서 서로 친하게 사귀는 사람을 붕지(朋知), 기별하여 알림을 통지(通知), 인정하여 앎을 인지(認知), 아는 것이 없음을 무지(無知), 고하여 알림을 고지(告知), 더듬어 살펴 알아냄을 탐지(探知), 세상 사람들이 다 알거나 알게 함을 공지(公知), 서로 잘 알고 친근하게 지내는 사람을 친지(親知), 나이 50세를 말함으로 50세에 드디어 천명을 알게 된다는 나이를 달리 이르는 말을 지천명(知天命), 천명을 알 나이라는 뜻으로 나이 오십을 이르는 말을 지명지년(知命之年), 자기를 가장 잘 알아주는 친한 친구 또는 서로 뜻이 통하는 친한 벗을 일컫는 말을 지기지우(知己之友),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적의 형편과 나의 형편을 자세히 알아야 한다는 의미의 말을 지피지기(知彼知己), 참 지식은 반드시 실행이 따라야 한다는 말을 지행합일(知行合一), 누구나 허물이 있는 것이니 허물을 알면 즉시 고쳐야 한다는 말을 지과필개(知過必改),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사람을 일컫는 말을 지명인사(知名人士), 지식과 행동이 한결같이 서로 맞음 또는 지식과 행동이 일치함을 일컫는 말을 지행일치(知行一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뜻으로 믿는 사람에게서 배신당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지부작족(知斧斫足), 알면서 모르는 체함을 일컫는 말을 지이부지(知而不知), 형세가 불리한 것을 알면 물러서야 함을 이르는 말을 지난이퇴(知難而退), 모든 일에 분수를 알고 만족하게 생각하면 모욕을 받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지족불욕(知足不辱), 은혜를 알고 그 은혜에 보답함을 이르는 말을 지은보은(知恩報恩), 지자는 도리를 깊이 알고 있으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미혹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지자불혹(知者不惑), 사리에 밝은 사람은 지식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함부로 지껄이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지자불언(知者不言), 밝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드러내지 않고 대우大愚의 덕을 지키는 일을 일컫는 말을 지백수흑(知白守黑), 대우를 잘 받아서 후의에 감격하는 느낌을 이르는 말을 지우지감(知遇之感), 족한 줄을 알아 자기의 분수에 만족함을 일컫는 말을 지족안분(知足安分), 족한 것을 알고 현재에 만족하는 사람은 부자라는 뜻을 이르는 말을 지족지부(知足知富) 또는 지족자부(知足者富), 간악한 꾀가 많아 선을 악이라 하고 악을 선이라 꾸며 대어 상대방을 곧이 듣게 함을 이르는 말을 지족식비(知足飾非) 등에 쓰인다.
▶️ 病(병 병)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병질엄(疒; 병, 병상에 드러누운 모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丙(병; 분명하여지다)으로 이루어졌다. 상처, 병이 더하여지는 일을 말한다. ❷형성문자로 病자는 '질병'이나 '근심', '앓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病자는 疒(병들 녁)자와 丙(남녘 병)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病자를 보면 침대에 누워 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병에 걸려 힘들어하는 사람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금문에서 부터는 땀을 흘리는 사람 대신 丙(남녘 병)자가 쓰이면서 발음역할을 하게 되었다. 고대에는 病자와 疾(병 질)자 모두 '앓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글자가 분리된 이후부터 病자는 비교적 심각한 병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고 疾은 비교적 가벼운 병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래서 病(병)은 (1)생물체의 전신(全身) 또는 일부분에 생기는 정상적인 활동이 파괴된 상태. 질병(疾病). 질환(疾患). 탈(頉) (2)잘못이나 탈을 비유하는 말 (3)병집 등의 뜻으로 ①병(病), 질병(疾病) ②근심 ③흠, 결점(缺點), 하자(瑕疵) ④성벽(性癖), 좋지 않은 버릇 ⑤손해(損害) ⑥병들다, 앓다 ⑦피로하다, 지치다 ⑧시들다, 마르다 ⑨괴로워하다 ⑩괴롭히다, 욕보이다 ⑪어려워하다, 꺼리다 ⑫헐뜯다, 책망하다 ⑬원망하다 ⑭손해를 입히다 ⑮굶주리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병든 사람을 진찰이나 치료 및 예방하기 위하여 설비를 갖추어 놓은 곳을 병원(病院), 병을 일으키는 세균을 병균(病菌), 다치거나 병이 들어 앓는 사람을 병자(病者), 병의 이름을 병명(病名), 병이나 질병으로 어른의 병의 높임말을 병환(病患), 병자가 앓아 누워 있는 자리를 병석(病席), 병으로 앓는 증세를 병증(病症), 여러 개의 병실로 된 병원 안의 한 채의 건물을 병동(病棟), 병자가 눕거나 또는 누워 있는 자리를 병상(病牀), 환자의 병의 발생이나 진행된 경과나 치료 과정을 병력(病歷), 병의 원인이나 발생이나 경과나 결과 따위에 관한 이치를 병리(病理), 병이 들어 앓는 모양과 형세를 병세(病勢), 병으로 인한 죽음을 병사(病死),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환자가 따로 거처하는 방을 병실(病室), 신체의 온갖 기능의 장애로 말미암은 병을 질병(疾病), 병이 남을 발병(發病), 앓는 사람을 찾아보고 위로함을 문병(問病), 아픈 사람의 곁에서 돌봄을 간병(看病), 계절에 따른 유행병을 시병(時病), 거짓 앓는 체하는 병을 허병(虛病), 병에 걸림을 이병(罹病), 열이 몹시 오르고 심하게 앓는 병을 열병(熱病), 병이 고황에까지 들었다는 뜻으로 병이 위중하여 치료할 수 없는 것을 이르는 말을 병입고황(病入膏肓), 바람에 병들고 더위에 상함이라는 뜻으로 고생스러운 세상살이에 쪼들림을 이르는 말을 병풍상서(病風傷暑), 병이 없는 데 스스로 뜸질을 한다는 뜻으로 불필요한 노력을 하여 정력을 낭비함을 일컫는 말을 무병자구(無病自灸), 같은 병자끼리 서로 가엾게 여긴다는 말을 동병상련(同病相憐), 병 없이 오래도록 삶을 일컫는 말을 무병장수(無病長壽), 어떤 한 가지 약이 여러 가지 병에 다 효력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만병통치(萬病通治), 재주가 많은 사람은 흔히 약하고 잔병이 많다는 말을 다재다병(多才多病), 병도 아닌 데 괴로워 앓는 소리를 낸다는 뜻으로 곧 별것도 아닌 데 떠벌려 소란을 떨거나 엄살을 피움을 이르는 말을 무병신음(無病呻吟)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