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지구상의 모든 신화는 공통적으로 태초에 ‘혼돈’이 있었다고 말한다.
‘혼돈’이란 무엇인가?
메소포타미아의 신화에 의하면 ‘하늘과 땅이 생겨나기 전에는 ’물‘만 있었다. 물은 민물과 짠물이 있었다. 민물의 신은 에아이고, 짠물의 신은 타이마트이다. 태초에 이들은 서로 섞여 있었다. 폴리네시아 신화도 태초에는 움직이는 바다만 있었다. 태초에는 물만이 끝없이 있었다는 것이다.
성경의 창세기에는 ’끝없는 물(혼음의 물)‘을 말한다. 그리스 신화에는 혼돈의 허공에서 태어난 여신의 천지를 창조했다. 말하자면 태초를 ’혼돈의 허공‘으로 표현했다.
’거대한 알‘을 혼돈의 허공을 표현한 신화는 많다. 중국의 창조신화인 반고 신화에는 반고가 거대한 알에서 깨어나 생명을 얻는다, 라고 하였다. 중국의 예를 하나 들자면, 장자의 혼돈 이야기는 유명하다.
혼돈이라고 한 ’우주의 알‘은 미래의 모든 생명을 가지고 있지만 ’혼돈‘의 상태이다. 우주알에서 생명이 태어났다. 생명이란 우리가 숨 쉬며 살고 있는 이 세상이다. 위의 내용을 하나로 뭉뚱거려보면, 이 세상이 나타나기 전의 우주를 혼돈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혼돈은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반대가 되는 개념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질서가 잡혀있는 사회라면 혼돈은 질서가 없는, 무질서라고 할 수 있다.
창조의 개념은 무질서에서 질서를 잡아주는 것을 말한다고 하겠다. 이 개념을 잘 드러내주는 것이 장자의 ’혼돈 이야기‘이다.
북해왕과 남해왕(이들은 창조주라는 개념이 있다.)이 혼돈의 집에 놀러 갔다. 혼돈을 보니 입도, 코도, 눈도, 귀도 없는 밋밋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도 답답해 보여서, 눈도, 코도, 입도, 즉 오공(五孔)을 뚫어주었더니(질서를 만들었더니) 혼돈이 그만 죽어버리더라,’는 내용이다. 질서가 생기면 무질서가 사라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혼돈은 바로 무질서이다.
질서란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규범을 말한다. 도덕이며 법률이며, 관습까지도 --
인류사에서 동물처럼 생존을 유지하다가 사회질서인 도덕이 나타나고, 법(금지)이 나타나는 것을 창조로 본다는 것이다.
혼돈이란, 인간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여러 규범이 나타나기 전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