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물동이
석야 신웅순
가을이 오면 조용히 혼자 부르는 곡이 있다.「아, 가을인가」이다.
나운영이 작곡한 매우 서정적인 곡이다. 나직이 이 가곡을 부르면 가을이 오는 모습이 보이고 가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 가을인가 아 가을인가 아 아 아 가을인가 봐
물동에 떨어진 버들잎 보고 물 긷는 아가씨 고개 숙이지
-김수경의「아, 가을인가 봐」1절
물동이에 물을 가득 채운다. 물 위에 버들잎 하나가 툭 떨어진다. 아가씨는 똬리 꼬리를 입에 물고 머리를 숙인다. 그리고는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돌아선다.
어렸을 적 우물가에서 이런 물 긷는 아낙네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둥근달이 고요히 창을 비추면, 가랑잎이 우수수 떨어지면 가을이 온다는 아름다운 노래이다.
저녁길을 걸었다. 가랑잎이 툭툭 떨어지고 있었다. 더위가 길어 가을이 올 것 같지 않았는데 그새 우리를 처다보지도 않고 가을은 저만치 가고 있다. 나뭇잎들도 며칠 새 노란색, 주황색, 붉은 색으로 흠뻑 물이 들었다. 얼마면 물방울이 맺혀 뚝뚝, 아니 낙엽 되어 우수수 떨어질 것이다.
우레 소리
해조음 소리
에돌다
가는 저쪽
길 잃은 만추의 끝자락이 저랬을까
이 저녁 강가에 떨어진
무심한 낙묵 한 점
- 신웅순의 「시조」
저녁 강가에 떨어지는 무심한 낙묵 한 점. 만추의 끝자락이다. 인생에서 제일 아름답고 값진 시간이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노을이요 꽃보다 더 고운 단풍이다. 이것이 인생에서 제일 소중한 우리들의 지금 시간이다. 많이 남아있지 않다.
아, 가을인가 했더니 어, 겨울 초입이다.
꽃잎 떨어져 바람인가 했더니 세월이더라
차창 바람 서늘해 가을인가 했더니 그리움이더라
그리움 이 녀석 와락 안았더니 눈물이더라
세월 안고 그리움의 눈물 흘렸더니
아! 빛났던 사랑이더라
하늘이 새파랗다. 툭 치면 하늘이 유리창처럼 '쨍그랑'하고 쪼개질 것 같다. 작자 미상의 이 시 한 수가 오늘 따라 그렇게도 가슴을 친다.
-2024.11.6.석야 신웅순의 서재,여여재.
첫댓글 물동에 떨어진 버들 잎 보고 고개 숙였던 그 아가씨 !
오래 전 결혼하여 그 손주, 손녀들이 다 컸다지요. 아마 ~~~
그렇겠지요?
가을은 시간이 더 빨리가는 것 같습니다.
찾아주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