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끄러운 사람을 만나야 한다.
가기 싫지만
어쩌랴
월급쟁이가 밥값을 하려면
차를 가져가면
교통 상황에 따라 실례도 할 수 있으니
전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어라
서울시 어르신교통카드가 없네
며칠 전
지갑을 정리하며 그동안 고이 모시고 있던
이 카드를 쓰지도 못한다며 빼놓았는데
하필 오늘 쓸 기회가 왔던 것인데
누구는
이걸로 전철 투어도 한다는데
난 생 처음 쓸 기회에 이러니 나한테 무척 화가 났다
그래서
난 돈내고 탔다고 당당한 마음으로
경노석에 앉았다.
몇 정거장을 지나자
나보다 연상 있듯한 여성분이 앞에 선다
그냥 눈감고 무시했지만 불편하다
그래서
양보하려고 일어 나는데
“됐어, 됐어” 하며 나를 다시 앉힌다.
그 분의 나한테 한 주요 내용
“힘 들어도 기술은 배우야 되는 겨”
“옷은 깨끗이 입고 다녀 그래야 여자가 쳐다나 보지”
“돈 아끼지 말고 잘 먹어 삐쩍 마르면 복 도 안 들어와”
“술먹지 말고 기집질 하지 말고 착실하게 살어”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올겨”
나는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잠깐 내 모습을 설명한다.
진흙이 묻어있는 등산화
주름이 가로로 있는 겨울용 등산바지
안전마크가 선명한 꾸질 꾸질한 회사 잠바
그리고 문제의 모자
(남들한테 자랑할려고 해외 제품을 직구 했는데
뭐가 잘못 되어 10대나 어울리는 모자가 왔고
내 직원들 한테는
자존심이 있어 내맘에 딱이라고 했지만
나 한테는 정말 안어울리는 모자)
그리고 무늬가 있는 커다란 옅푸른 마스크
약간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진정 내 모습은 1도 없음
총평하자면
현장에서 모자를 안전모로 바뀌면 근엄한 관리 감독자지만
전철 안에서는 노숙자 스타일의 피로에 쩔은 10대 모습
그 여성분 눈엔
요즘 보기 드물게 노가다에서 삽질하며 사는
뭔가 도와주고 싶은 자식 같은 애
너무 피곤해
경노석에 졸고있는 불쌍한 자식같은 애
좌불안석
내가 아니다라고 할 수도 안할수도 없어
목적지가 아니지만 내릴 수 밖에
그런데
내 허리춤을 잡으며
가방을 뒤적이더니 운동후에 먹을려고 했던거라며
사과를 내 손에 쥐어준다
그러면서 앉으며
“젊은 사람이 앉은 자리라 따솝구먼”
포도주가 곁들인 늦은 점심을 하며
얘기를 하다보니
현장 관련사항에 대한 얘기는 오분도 안하고
그 분에 대한 얘기만 30분 넘게 했다
자기가 겪은 일처럼 재미있게 듣고 말했다
“자넨 복받은 사람이네”
난
고맙다고 그 사연이 있는 사과를 선물했고
그 분은
즐거운 선물 고맙게 받는다 하며
복 값이라하며 오만원 두장을 내민다
아니다 했지만
이런 좋은일 끝을 잘못 정리하면
복이 화가 된다는 말에
좋은 일에 쓰겠습니다 하며 받았다.
이것으로
한 세상 잘 살았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그저
보는 사람마다 자랑하고 싶다.
10만원 짜리 사과 본 적 있어?
첫댓글 젊어 보이셨네유.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편안한 시간이 되세요.
옷이 날개랍니다.
네
옷이 날개 인 줄 알지만
주로 현장에서 보내다 보니
나갈 떄 난감 할 떄 많아요
재밉게 봐주어
고맙습니다.
그 돈으로
아침님에게 잘 어울리는 모자를
새로 구입해도 좋을 듯 하네요...
ㅎㅎ
그러고 싶은데
좋은데 쓴다고 했는데
님이
쬐끔 책임도 져 주실는지
@맑은아침
나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법인데...
그 좋은데가
공공의 이익이라든가~
공공의 善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덧셈뺄셈 배우기보다 어려운...
아침님 며칠쯤 고민해야 할 듯...
옵빠예~~~진짜라예?..ㅋㅋㅋㅋㅋㅋㅋ
우찌하면 모자만 썼닥꼬 10대가 될수 있어예??..ㅋㅋㅋㅋ
사과가 백만언짜리 같아예~~..ㅎㅎㅎㅎ
님의 글은
통통 튀는 10대 같아요
그리고
사과값 만큼이나
고맙습니다
앗참!!..추쵼 해야징~~총총총
님의
통통 튀는 즐거움에
걱정이 미처 못 따라오는 것 같아요
@맑은아침
착한걱정
-원미연
따지고 보면
잘못한 것도 없는데
다 잘못한 것 같고
시험 끝난 다음
답 고치고 싶은 학생처럼
그때그때
잘못한 생각이 나
그 순간을 후회하며
고치고 싶고 지우고 싶은.
이별 당한 사람의
착한 걱정
..
걱정이란 말씀에 또 괜히 생각나는 작한 시 한편..ㅎㅎㅎ
@연실 뭐여
이쁘고(남들이 그런 것 같아)
통통튀는 젊음
거기에 시심까지
혹시
보쌈이라고 옛말을 아시는지
조심하세요
그리고
사과 본 값으로
님이 좋아하는 음악 부탁해도 되는지
@맑은아침 오키토키~~~
https://youtu.be/Qult43QJOr0
좋아하시려나 모르겠습니다 ~^^
멜로 드라마처럼 살고자 ~..ㅎㅎㅎ
PLAY
10만원짜리 사과 이쁘네요..
사과가 그림그리기에 가장 기본이지요
다음에는 아주 살짝 우측 어두운부분에 역광을 조금만....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게 만들어 주시는
선생님
이렇게 지적질해서 죄송해요
그런데 맑은아침님의 갈증을 알것같아서
아는체 하니 이해하시길요...
수십년 하던일이라 직업병인가 봐요 ㅋㅋ
부담없이 드린말이어요
아시죠?
@이젤 너무 황송할 따름입니다
지적질이 아니고
가르침이예요
열심히 받겠습니다
가을 초입에
연실님과 전철을 탔는데
노인석에 어떤 할매가
저 혼자 세칸 다 차지하고
누웠다가
벌떡 일어나며
연실님을 부르더군요.
"아가씨~ 여기 와서 앉아."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실은 깜놀하여 다소곳하게 그분 명령에 눼~~하며 언능 경로석을 차지 하였답니다~~..ㅎㅎㅎ
@연실 연실님의
그 때 모습에 웃습니다
두 분 오래 오래
즐거운 인생 함께 하시길
응원합니다.
마스크의 힘이 컸군요 ㅎ
십마넌짜리 잘보고갑니다 ㅡ
마스크와 모자로
내 모습은 없어요
댓글
고맙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살다보니
코로나 덕도 보네요
오늘도
즐겁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