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의 보이지 않는 가치는 93조
내년부터는 추곡수매라는 말이 사라지고 전 국민이 2개월 먹을 600만 섬만 비축되며 나머지는
모두 시장에 방출된다. 정부의 쌀 매입가격도 시장가격으로 결정된다. 이렇게 되면 농가소득이
줄어들고 농업계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식량정책을 바꾸는 이유는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쌀 협상에 상관없이 저가의 외국 수입쌀이 밀려들어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우루과이라운드 농업협상에서 쌀에 대해 10년 간 관세화를 이행하지 않는 대신 95년
부터 매년 일정 물량의 외국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기로 약속했다. 올해 의무 쌀 수입량만도 20
만5천톤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쌀 수출국과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쌀 협상에 있어
서 중국의 쌀 시장 개방압력이 가장 거세다. 중국 쌀은 국내 쌀과 비교할 때 가격이 80㎏당 3만4
천원 정도로 우리나라 1등품 쌀의 5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의 동북3성에서는 한국수출을
겨냥한 유기농 쌀까지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최근 들어 국제 쌀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것이다. 이
는 세계적인 곡물상들이 유통망을 쥐고 흔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에 쌀이 남아돌고 아무리
노는 논이 늘어난다 해도 곡물전쟁에 대비해 절대농지와 예비양곡은 반드시 확보해 두어야 한
다.
지금까지의 모든 전쟁 수단이 병기였다면 앞으로의 전쟁수단은 병기가 아니고 식량이 될 것이
다. 인류가 만들어낸 인위적 위험 중에 가장 큰 위험은 환경파괴로 인한 식량부족일 것이다. 세
계가 식량부족 현상을 겪게 되면 식량 수출국은 엄청난 값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수입국은 곤경
에 처할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주변부 자본주의국가에서의 맹목적이고 무분별한 산업제일주의가 얼마나 허무
한 것인지를 지금부터라도 깨닫고 식량자급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더구나 우리나라
의 식량 자급률은 30%를 밑돈다. 겨우 쌀 정도 자급하고 있는 수준이다. 나머지 밀이나 콩 등 주
요 곡물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일단 유사시에 식량 주권을 확보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식
량 자급 구도이다.
뿐만 아니라 논농사는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농촌진흥청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는 매년 9조원의 쌀 생산, 하지만 쌀의 보이지 않는 가치는 93조이나 된다고 한다.
여름철 논에 담겨있는 물은 소양강 댐 저수량의 6배에 달하며 논이 함양하는 지하수의 양은 전
국민이 1년 간 사용하는 수돗물의 2.7배에 해당하는 등 논의 식량 외적 기능에 대해선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처럼 논농사로 인한 지하수 함양, 대기정화, 홍수조절 등 비교역적인 공익기능은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대략 93조원 이상의 가치를 생성해 준다고 한다.
또한 벼는 지구상에 생존하는 식물 중 단위 면적 당 가장 많은 산소를 공급한다. 하지만 공기와
같은 보이지 않는 존재는 사라지거나 부족해야 그 가치가 드러난다. 그래서 쌀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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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의 보이지 않는 가치는 93조
초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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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7.03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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