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신고했다가 폭행·조롱 당한 청년…"다시는 신고 안 해"
불법주정차 등 신고하다 폭행 당해
"경찰은 '굳이 신고해서'라는 반응"
상습적인 역주행과 불법주정차를 신고해오다가 피신고자로부터 폭행과 조롱을 당하고, 경찰로부터도 별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사연이 올라와 논란이다.
2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구 동성로 패스트푸드점 앞 도로에 걸린 현수막을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다.
한 건물 입주자가 도로교통법 위반 차량들을 신고한 이른바 '파파라치'를 비난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현수막 왼쪽에는 ‘잠시 주차·정차, 진입 절대 금지’라는 제목 문구가 적혀 있다.
자신을 건물 입주자라고 소개한 이는 “나라를 구하는 불타는 열정과 정의에 가득 찬 대한민국의 젊은 청년 아이가 패스트푸드점에서 손님을 가장해 여러 달째 노트북과 휴대전화 2대의 무기를 가지고 파파라치가 되어 국민신문고, 중부경찰서, 중구청에 신고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7만 8000원의 뚜껑 열리는 과태료 범칙금을 내지 않으시려면 엄청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불법 주정차 신고를 당한 운전자들 항의에 건물 입주자가 내건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사진이 온라인에서 공유되며 SNS 등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자 현수막 속 ‘젊은 청년 아이’라고 밝힌 이가 나타났다.
"99% 불법 역주행한다"
A 씨는 “2층 창가에 앉아서 불법 역주행 지나갈 때마다 신고했다”며 “99%가 불법 역주행이다. 불법주정차는 몇 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단속하는 사람이 없으니 몇 시간을 불법 주차해놔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한다”고 덧붙였다.
한 네티즌이 포털사이트의 거리뷰 화면을 찍어 올린 사진에서도 A씨가 말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좁은 길가 양쪽으로 차들이 세워져 있었다.
사진상 왼쪽 도로 끝부분에 주차된 차량은 트렁크 부분이 보이게 주차된 것으로 보아 ‘진입금지’ 문구를 무시하고 불법 역주행으로 도로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자신이 신고한 내역도 공개했다. 그는 1월 30일쯤부터 신고를 시작해 이달 10일까지 신고했다. 그가 신고한 건수는 총 535건으로, 하루에 평균 10건 이상씩이다.
하지만 A 씨는 “앞으로는 신고하지 않겠다”라며 “불법 주정차 신고하다가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찰, 굳이 신고하냐며 내 탓 하더라"
이어 “경찰들 반응은 ‘굳이 신고해서 맞냐’는 반응이었고, 합의하러 간 병원에서도 나이 많은 사람 신고한 제 잘못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또 “어떤 사람이 불법 촬영한다고 신고해서 경찰이 와서 제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적어가기에 신고도 접고, 이제는 저곳에 가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 저지른 사람은 당당하고 뻔뻔한데 그걸 신고한 제가 나쁜 놈이 되어 있었다”며 “아무도 내 편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A씨의 글이 올라오자 누리꾼들은 “정작 현수막도 불법 아니냐”, “범죄자들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기질이 있다”, “좋은 일 하는데 신고자가 주눅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반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