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의사가 병을 만들고 환자를 만든다[PART1]-9.암 수술하면 사망률이 높아진다
다짜고짜 메스부터 들이대는
백의의 신사들
에도(江戶) 시대에는 무사들이 자신의 칼을 시험하거나 검술을 닦기 위해 밤길에 숨었다가 행인을 베는 일이 많았다. 막부는 이 같은 죄를 저지른 무사들에게 벌을 내리고 사형에 처할 정도로 죄를 다스렸지만, 이런 일은 끊이지 않았다. 사람을 베고 싶어 하던 무사가 많았던 것이다. 이처럼 외과의사 중에는 무사가 행인을 베듯, 만나는 환자마다 칼을 들이대는 의사가 있다. 애초에 그들은 메스를 드는 일이 좋아서 외과의사가 된 사람들인 데다, ‘이왕이면 병을 철저하게 치료하자’라는 의사로서의 사명감이 더해지면서 이런 행동에 거침이 없게 된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수술이 성행했다. 일본인은 서양인에 비해 날씬하고 지방이 적어 수술에 적합한 체형이며, 수술로 사망하는 확률도 서양에 비해 낮았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지금도 수술 절대주의가 만연해 있다.
그 결과 나을 가망이 없는데도 하는 수술, 다른 치료법이 명백히 효과적인데도 하는 수술, 수술 자체로 인해 환자의 수명이 단축되고 마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내가 방사선과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다음과 같은 점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는 후두암 1기의 경우 방사선 치료를 하기 때문에 약 90퍼센트는 후두를 절제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1기라도 그냥 후두를 잘라낸다.
설암도 진행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초기 치료 때는 수술이 거의 필요 없다. 그런데도 일본에서는 설암으로 판명된 환자들의 80퍼센트에 달하는 사람들이 수술을 받으며, 대부분 혀의 림프절까지 절제된다. 설암 2기는 혀를 절반 정도 절제하기 때문에, 혀가 있던 부분에 다른 곳에서 잘라낸 근육을 심어 넣는 재건술도 필요하게 되어 그야말로 대수술이 된다. 그 결과 혀가 잘 움직이지 않으므로 이후 식사도 힘들고 일자리를 잃는 경우도 많다.
자궁경부암도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는데도 환자들의 70퍼센트는 림프절까지 광범위하게 절제해 이후 배뇨와 배변 장애, 다리가 붓고 질이 짧아지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게 된다. 한편 방사선 치료를 할 경우 치료율은 수술보다 높고, 후유증은 가끔 직장 출혈이 보이는 정도다.
그러나 인생과 생활의 대부분을 수술에 바치는 일본 외과의사들에게 “미국에서는 이런 경우 전부 잘라내는 수술은 하지 않는다”라고 조언해도, 그들은 “미국 의사들은 솜씨가 서투르다”, “위함 연구와 치료는 일본이 가장 앞서 있다”라며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암 수술과 사망률 간의
관계
유방암의 ‘할스테드 수술(Halsted’s operration : 암 덩어리가 있는 유방을 포함해 주위의 가슴근육과 겨드랑이 림프절까지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수술)’의 경우,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서양에서는 30년도 전에 폐기되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변혁이 늦어 약 10년전까지도 이 수술을 시행했다.
유방은 수술을 할 때 손이 헛나가도 생명에 지장이 없다. 따라서 젊은 외과의사의 ‘연습용’으로 애용되고 있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동료 의사들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암 수술의 문제점 중 하나는 ‘암은 절제하더라도(즉 수술은 성공해도) 수술 후의 장애로 사망할 위험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환자가 암 수술 직후에 사망하는 일이 많은데도, 재판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지는 경우가 극히 드문 것도 이상한 일이다. 수술 전에 암에 대한 공포심이 한껏 조장되기 때문에 유족이 ‘암이었으니 어쩔 수 없다’라고 포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른 병이나 부상도 마찬가지이지만, 암으로 의사가 수술을 권할 때는 그 수술이 정말로 필요한지 철저하게 알아보고 결정해야 한다.
*위 글은 곤도 마코토(近藤誠)의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더난출판, 이근아 옮김) 중 일부를 옮겨본 것입니다. 곤도 마코토는 1973년 게이오대학교 의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 가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립 도쿄 제2병원(현 국립병원 도쿄 의료센터) 방사선의학센터를 거쳐, 1983년 임상 동기들 중에서 가장 빨리 게이오 의과대학 방사선과 전임강사가 되었다. 유방온존요법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으나 암은 무조건 수술이나 항암데 위주로 치료하는 기존 의학계 입장에서는 눈엣가시라 전임강사에서 출세길이 막혀버렸다. 정년을 1년 앞둔 2013년에 곤도 마코토 암 연구소(www.kondo-makoto.com)를 개설하여 세컨드 오피니언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항암제는 효과가 없다’, ‘건강검진은 백해무익하다’, ‘암은 원칙적으로 방치하는 편이 좋다’는 등의 위험한 고백으로 의학계에서는 눈 밖에 났지만 환자 중심의 치료를 실현하기 위해 의료정보 공개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항암제의 독성돠 확대 수술을 위험성 등 암 치료에 관한 정보를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소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제60회 기쿠치간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환자를 상품으로 취급하는 현실에서 자신보다 환자를 더 사랑한 의사의 진심 어린 고백을 담고 있다. 과잉 진료로 이어지는 조기 암 진단이나 건강검진에 현혹되지 않도록 의학 상식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병원과 약을 멀리함으로써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