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참 난감한 상황에 맞닥뜨릴 때가 있다.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면접시험에서는 전혀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는 면접관이 있으며, 멀리 여행을 간다고 거짓말을 하며 따돌린 사람과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기 마련이다. 회식자리에서는 술만 마시면 똑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상사 옆에 앉게 되고, 중요한 회의 중 걸려와 모두의 눈총을 받게 만드는 전화는 꼭 "고객님~"으로 시작되는 텔레마케터다.
세계 어디서나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한지라, 미국인들도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한다. 미국 야후 사이트에서는 카운셀러, 에티켓 매니저, 사교술 서적 저자 등 이 방면의 전문가들이 말하는 '가장 난처한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소개했다.
상황 1: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점잖은 신사. 그런데, 그의 바지 지퍼가 완전히 내려가 속옷이 보인다! 눈치를 보아하니 그 자신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말을 해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이런 경우에는 모르는 척하는 편이 현명하다. 특히, 상대가 회사 사장님이라든가 다니는 학교의 교수님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에티켓 컨설팅 회사 '매너스미스'의 대표 조디 스미스는 "그러나,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상대가 큰 창피를 당할 수 있는 위급 상황-많은 사람들이 모인 강당 연단에 서기 직전 등-이라면 적절한 때를 노려 언급해주라"고 조언한다. 주변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살짝, 그리고 예의바르게 "지퍼 잠그시는 걸 잊으셨네요"라고 속삭여 줄 것.
상황 2: 꼭 들어가고 싶은 회사의 최종 면접. 바짝 긴장한 당신에게 던져진 질문은 하필이면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는 시사 문제. 이럴 때 과연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해야 할까?
월스트리트저널의 취업상담 칼럼리스트인 수 셀렌바거는 "중요한 질문을 주셨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생각을 정리해서 답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니 시간을 조금만 더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답하여 일단 그 순간을 자연스럽게 넘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꿀 먹은 벙어리처럼 멍하니 있거나, 우물쭈물 말도 안되는 대답을 하기 시작하면 상대는 당신을 준비 안 된 지원자로 파악하게 된다. 이럴 때는 오히려 침착하고 당당하게 "생각해보겠다"고 말해 시간을 벌고, 머리 속으로 빠르게 답할 내용을 찾는 것이 좋다.또는 "중요한 질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를 다른 방향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라며 자신이 익숙한 흡사한 화제로 넘어가는 것도 부드러운 진행이다.
상황3: 일명 '고장난 레코드'씨가 옆자리에 앉았는데, 역시나 일고여덟번은 족히 들었을 그 이야기를 또 꺼내려 한다면. 꾹 참고 들어야 할까?
재미있는 것은 어디에나 '고장난 레코드'씨가 꼭 한명씩은 있다는 사실. 학창시절의 무용담이나 여행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이야기, 자신의 아이들이 어릴적 보였던 천재적인 면모 등 당신을 지치게 만드는 듣고 또 들은 이야기가 하나 정도는 있을 것이다.
'교양있는 대화법'의 저자인 마가렛 셰퍼드는 "어머, 지난 번에 해 주신 이야기 말씀이군요. 그런데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답니다..."로 대처할 것을 권한다. 상대의 이야기를 무시하지는 않으면서 새로운 화제로 끌고 나갈 계기를 만들라는 것. 이때 가급적이면 주변의 다른 사람을 끌어들여 '화자'를 늘리는 것이 유용하다.
물론 상대가 기억력 감퇴를 겪고 있으신 할아버지,할머니라면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상황4: 부담스럽고 다소 귀찮아 받지 않았던 그의 전화. 3~4번 정도 안 받았으니 이제 연락이 끊기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카페에서 그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얼굴을 마주했으니, 일단은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어머, 여기서 만나다니 다행이군요. 그렇지 않아도 전화하려고 했었는데" 정도가 무난하다. 딱 3분 정도만 그에게 안부를 묻고 주의를 기울여준 다음 돌아설 것.
팜비치데일리뉴스의 칼럼리스트 새논 도넬리는 그래도 거절의 의미를 섞어 전하고 싶다면 "어머, 전화하셨었죠? 이번엔 저를 따라오셨나봐요?"라고 농담처럼 말할 것을 권한다.
마찬가지로, 전혀 반갑지 않은 옛친구를 만난 경우에도 예의바르게 그러나 오버하지 말고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는 인사를 건내자. 이때 조금만 오버하면 상대에게 전화번호를 묻거나 다음 만날 약속을 정할 기회를 줄 수 있으니, '무척 반갑긴 한데 나는 지금 바쁘며 언제 다시 만나길 바란다'는 태도를 견지할 것.
상황5: 흥겨운 파티. 우연히 처음 보는 사람과 합석을 하였는데, 어이쿠 이거 인간 수면제가 따로 없다. 지루한 대화에서 탈출하려면?
재클린 케네디 여사의 사교관계 비서였던 레티시아 맬드리지는 "7~8분간은 대화를 지속해주는 것이 예의"라고 말한다. 짧게 맞장구를 치며 들어주다가 화제가 일단락되는 틈을 타 음료수나 음식을 가지러 가기, 다른 사람을 끌여들여 자연스레 다른 대화하기, "전화통화를 해야해서"라고 양해구하기 등의 방법을 취한다.
비즈니스와 관련된 자리라면, "즐거운 대화였다"며 악수를 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 자연스럽게 대화를 마무리하고 자리를 뜰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상황6: 텔레마케터의 전화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은?
방해받기 싫은 순간이면 꼭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곤 한다. "XXX 고객님~"이라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끊어야 하나 들고 있어야 하나 고민하게 되는데.
고객서비스 카운슬러인 킴벌리 킹은 "감사하지만, 저는 관심이 없습니다" 는 한마디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더 길게 말을 하거나 짜증을 내어 보아야 영쪽 모두에게 시간 낭비일 뿐이라는 것. 무료 보험 가입이라든지, 특별 할인 행사라는 단어에 혹해 전화를 들고 있는다해도, 더 많은 질문을 받고 더 많은 개인정보를 상대에게 제공하는 것 이상의 결과는 얻을 수 없다.
상황7: 쇼핑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타입이 아니라면, 친구의 쇼핑에 동참하는 것은 대단히 피곤하고도 힘든 일이다. 특히, 그와 내 취향이 정반대라면 더욱 그렇다. 옷가게에서 그녀가 고른 옷을 보고 "나라면 돈을 준다해도 저런 건 안 입을텐데.."란 생각이 든다면?
정답은 사람이 아니라 '옷을 탓하라'는 것. <최선의 옷입기> 저자인 클린튼 켈리는 "절대 '너한테 안 어울려'라는 직설적인 말은 피하라"고 충고한다. 대신 "그 바지는 너무 뒷쪽에 주름이 많아서 네 각선미를 드러내지 못해" 또는 "너에게는 역시 빨간색이 더 잘 받는것 같아"라는 식의 우회전술을 택할 것.
아무리 친한 사이더라도 무심코 "옷이 꽉 끼는데, 체중이 늘었니?" 등의 솔직한 멘트를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특히, 여성의 쇼핑에 동반자로 초대된 남성들은 이 시간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란다 하더라도 섣불리 참견을 하며 나서지 말 것. 자칫 그녀의 기분을 망칠 염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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