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雨水)의 단상(斷想)
오늘은 입춘과 경칩 사이에 있는 24절기 중 2번째 절기인 우수입니다.
입춘으로부터 15일 후에 오는 절기로 눈 대신 비가 내리고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된다는 뜻인 우수(雨水)입니다.
창밖엔 눈 대신 비가 내립니다.
절기(節氣)의 오묘함을 느끼는 아침입니다.
들에서 나락을 먹던 기러기도 이젠 떠나야 할 시기입니다.
아주 오래전 기억이 떠오르네요.
회사 동료들과 이맘때면 고로쇠 물을 마시러
전라도 남녘 광양으로 가곤 했습니다.
남성들이 제일 귀가 솔깃한 ‘정력’에 좋다고 해서.
회사 광양지점 직원들이 예약해서 산속 깊숙이 들어가
수년째 단골인 민박을 합니다.
고로쇠나무 수액을 많이 마시려고 짜디짠 젓갈을 안주로 술을 마시고
식사는 아주 적게 먹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고로쇠 물을 마시기 시작하면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지요.
누가 많이 마시느냐,
어느 분이 제일 먼저 소변보러 나가시느냐,
그리고 어느 어르신이 밤을 못 새우고 잠자리 들어가느냐.
남자들, 아재들의 치열한 자존심 싸움이었지요.
지금은 뿔뿔이 흩어져 어찌 사는지 알 길이 없지만
정다운 얼굴,
젊은날의 초상화들이
계묘년 우수(雨水)에 바로 엊그제 이야기처럼 생각납니다.
아
이게 우수(憂愁)인가 봅니다.
세월이 참 빠르게 지나갑니다.
- 창졸(滄卒)
출처 : ez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