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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최세훈 교수님의 글
힘도 없는, 곧 바뀐다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말 몇 마디에
파업을 돌이키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이
진행/완료된 상태이다.
첩약 급여화는 건정심을 통과 한 것이고,
의대정원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문제 역시
다 결정한 후 이제 입법 과정만 남겨 놓은 단계이고
저들은 언제든 법을 통과시킬 수 있는 180석 거대 여당이며,
공공의대는 저들에게 선거호재이다.
이렇게 진행된 ‘4대악 의료정책'을 철회하는 것은
이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정치적 부담을 넘어선다.
렇게, 애당초 다 정해진 상태에서 의사 파업이 시작되었다.
반면, 우리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미 의사국시를 취소한 상태에서 본과 4학년 유급은
확정되었다. 의대생들이 낼 수 있는 가장 센 카드를 이미
사용하였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인턴/전공의도 곧 최강의 카드(사직서)를 사용할 태세다.
이제 휴전을 주장하는 의사는, 의대생 구제의 구체적인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는, 적전 분열이고 프락치로
여겨질 뿐이다. 이미 다리를 건넜다.
이 문제의 원인은 명백하게 ‘할 수 없는 것/해서는 안 되는 것’을
코로나 사태 와중에 밀어붙인 정부의 잘못이다.
열심히 일 잘하고 있던 의사들에게 불쑥
‘4대악 의료정책’을 들고 와서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통보를 한 것이다.
2000년 파업과는 크게 다르다.
당시는 리베이트가 이슈였고 개원의들이 주축이었기
때문에 정부와 여론의 공격에 취약했는데도,
4개월 동안이나 파업을 진행하였다.
지금은 잘못된 ‘4대악 의료정책’을 들이대는 정부에 대한
저항이며 주력도 젊은 의사들이다.
젊은 의사들은 세무조사도 두렵지 않고,
밥그릇도 상관 없는 반면에, 급증한 의사 수 앞에서
싼 값에 정부 정책대로 휘둘릴 암울한 의사로서의 미래는
너무나 크게 다가온다.
여지껏 비급여 진료의 숨통이라도 남아있었지만,
의사 수가 늘어나고 한의사까지 몇 시간 보수교육 후
시장에 쏟아져 들어온다면, 방법이 있나?
싼 값에 쫓겨다니며 생존을 위한 이전투구를
벌이는 수 밖에. 이 ‘4대악’ 정책으로 인하여
바뀔 의료의 미래를 알고서도 이에 반대하지 않는
젊은 의사가 있다면 오히려 이해할 수가 없을 듯 하다.
사회주의/자본주의 의료, 우리 나라 의료의 미래를
건 싸움이다. 나는 나의 입장을 정할 수 밖에 없다.
나를 교수이게 한 것은 학생들이며,
내가 그동안 마음껏 수술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 것은
나의 전공의들과 전임의 들이다.
같이 정말 즐겁게 많은 환자들을 살렸다.
그들이 옳은 주장을 하며 다른 어떤 대안도 없는
상태에서 우는 심정으로 진료 현장을 떠나기로
결정하였는데 내가 어찌 그들을 돕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나의 투쟁을 할 것이다.
명백히 잘못한 것은 정부이다.
외래에서 만나는 모든 환자들에게, 택시를 탈 때,
가족모임이나 어디서든, 의사의 파업을 설명하고
설득할 것이다. 여론전이다. 어떤 파업이라도
생명보다 소중할 수는 없기 때문에 생명이 위협받는
환자에게는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지만,
그 이상의 진료는 모두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돌아온 후로 미룰 것이다.
적어도 내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는
학생/전공의/전임의 누구도 이번 파업으로 손해를
보지 않게 할 것이다.
그들은 안에 있든 밖에 있든 내 팀원들이다.
코로나 와중에 그래도 시간이 허락한다면
밀렸던 책을 읽고, 아들들과 밀렸던 많은 대화들을
할 것이다. 하나님과 정의와 희생과 사명과 투쟁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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