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선거 관리, 이대로 방치하잔 말인가? 조갑제닷컴 기사에 대한 반박 칼럼 송재윤(맥마스터대 교수)
2023.11.9. 조갑제닷컴 "조선일보의 뭘 모르는 칼럼, 음모론 도우미인가?" 기사에 대한 송재윤 맥마스터대 교수의 반박 칼럼입니다. ---------------------------------------------------------------------------- 지난 11월 4일 필자가 쓴 조선일보 칼럼 “구멍 뚫린 선거 관리, 해법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조갑제닷컴의 조샛별 기자가 “엉터리” 칼럼이라며 인신공격성 비난을 가하는 영상을 한 지인이 보내주어서 보았다. 조샛별 기자의 비판 요지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개표 방법이 완벽하게 아날로그 방식이고 한 치의 오차도 없는데, 필자가 전자 개표 방식이라 잘못 알고 “엉터리” 칼럼을 썼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 기자는 중앙 선거관리위원회의 해명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선거 때마다 개표 방송을 보아온 필자는 조 기자가 말하는 개표 방식을 훤히 다 알고서 이 칼럼을 썼음을 일단 분명하게 밝힌다. 대한민국의 개표 과정은 전자분류기에 의존한다. 그 전자분류기는 분당 340장의 빠른 속도로 계수하는 최첨단 장비이다. 이라크 등지에 수출되었다가 그곳에서 부정선거 의혹에 휩싸여 사용이 중지된 바 있는 바로 그 기계다. 중앙일보 10월 24일 자 김방현 기자의 칼럼, “베일에 싸인 투·개표 시스템”에 의하면 그 기계에는 통신장비까지 설치되어 있다. 최근 선관위가 매번 선거 때마다 큰 예산을 들여가며 그 기계를 전면 교체한다는 정황도 이미 드러났다.
김방현 기자도 지적하듯, 지난 415총선 때 서울 성북구 개표소에서는 한 기계가 1,810표를 1,680표로 잘못 인식하는 일이 일어났다. 나는 참관인이 찍은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했다. 기계를 교체한 후에도 똑같은 오류가 반복해서 일어나는 바로 그 문제의 장면이었다. 개표 현장에서 7.1%의 오류를 만들어 내는 전자 기계라면 당장 폐기 처분해야 마땅하다. 나아가 왜 그러한 오작동이 발생하는지 국가 기관이 정식 포렌식에 들어가야 한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전자분류기가 한 치의 오차도 없다고 무조건 우겨대고 있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전자개표기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대만도 마찬가지다. 왜 그러한가? 공명선거를 이루기 위해선 정부의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먼저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만은 전자 장비 따윈 전혀 사용하지도 않고 완벽하게 100% 전면 사람의 손으로만 한 장 한 장 카메라 앞에 펼쳐가면서 개표를 진행한다. 대만의 수개표는 “전면 아날로그” 방식이다. 반면 한국의 개표 과정은 “불완전한 아날로그” 방식이다. 필자는 그 칼럼에서 선거 관리의 공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현행의 ‘불완전한 아날로그’ 방식을 버리고 대만 모델의 ‘전면 아날로그’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분당 340장을 세는 통신장비까지 갖춘 최첨단 전자분류기를 사용하는 개표 과정을 “전면 아날로그 방식”이라 주장한다면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디지털 시스템에 대한 기초 지식만 있어도 공적 매체에서 그렇게 비현실적인 무리한 주장을 펼칠 수는 없다. 조 기자는 한국도 “칠판과 지금보다 몇 배나 더 많은 개표 사무원이 있으면” 우리도 대만처럼 전자분류기를 안 쓸 수 있다고 했는데, 대만 선거에 대한 기초 지식도 없이 내뱉는 궤변이다.
대만은 개표 사무원이 많아서가 아니라 시민의 적극적 참여가 있어서 그렇게 완벽하게 투명한 전면 아날로그식 수개표가 가능하다. 대만의 개표 과정이 한국보다 그다지 느리지도 않다. 속도광의 나라 한국은 자정도 안 되어 결과가 대충 다 드러나지만, 대만은 다음 날 아침이나 점심 무렵이면 결과를 알 수 있다. 고작 몇 시간 더 빨리 결과를 알겠다고 1,810표를 1,670표로 잘못 셀 수 있는 괴상한 기계를 써야만 하는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인류는 이미 오랜 세월 전자분류기 따위엔 의존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공명선거를 실현해 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금부터다. 지난 415총선 이후 120건이 넘는 선거 소송이 제기됐음에도 대법원은 ‘선거 소송은 다른 쟁송에 우선하여 신속히’ ‘180일 이내에 처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225조를 철저하게 무시한 채로 재판을 사보타주하고 판결을 지연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칼럼에서 썼듯 재검표 현장에서 신권 다발 같은 빳빳한 투표지가 다량 발견되어 갖은 의혹이 쏟아졌을 때, 선관위는 공식적으로 특수한 “형상 복원 종이”를 썼다고 해명했다. “세상에 그런 종이도 있는가? 있다 한들 왜 하필 일부 투표지에만 그런 종이를 써서 자연스러운 투표 흔적을 없애려 했는가?” 이에 대한 조갑제닷컴의 공식 입장은 무엇인가?
그뿐인가? 지난달 대통령 직속 기관인 국가정보원이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함께 중앙 선거관리위원회의 전산 시스템을 두 달 넘게 점검한 후 국제 해커가 통상적인 수법만으로 투·개표 결과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금융기관이나 대학입시의 전산망을 국제 해커가 쉽게 해킹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전국에서 시위가 일어나서 정부가 마비되는 상태에 이르렀을 것이다. 국정원의 발표를 보고도 충격을 받지 않은 국민이 있을까? 그럼에도 “해킹이 가능할지언정 해킹은 절대로 없었다”며 중앙선관위의 선거 관리는 100% 안전하다고 우겨댄다면, 나태하고, 방만하고, 아둔하고, 교만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문재인 정권은 대선 특보였던 조해주를 선관위원으로 앉힌 후 연임시키려 했고, 선관위는 고용 세습 등 비리를 저질러서 스스로 공적 신뢰를 무너뜨렸다. 지난 10월 20일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과거 선거에서 외부 세력의 투·개표 조작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38.2%에 달한다.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공식적으로 사전 투표와 개표 결과를 포함한 선거 관련 정보를 조작할 수 있다고 발표했는데, 상식적으로 어느 정상적인 국민이 선관위를 신뢰할 수 있는가? 건건한 시민이라면 선관위에 대한 전면적 개혁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서 조갑제닷컴의 입장은 무엇인가? 왜 그토록 디지털 전체주의의 공격과 위협에 대해 무감각하리만큼 천하태평인가?
칼럼에 썼 듯, 지금은 중국 같은 디지털 전체주의 국가, 북한 같은 불량 국가가 실시간 열린 사회의 민주주의에 개입하여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위험한 세상이다. 국정원이 해커가 통상적 수법으로 투개표를 조작할 수 있다고 발표했는데도 무조건 “선거 부정은 없다,” “해킹에 취약해도 해킹은 없었다” 등의 안일하고 나태하고 맹목적인 주장만 한다면, 기자로서의 기본 책무를 방기한 셈이다. 그런 태도로 민주주의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겠는가? 이 상태에선 지금 방식 그대로 선거를 치러봐야 선거 결과에 대한 국민적 불신만 커질 수밖에 없다. 공명선거는 민주주의의 생명선이다. 공명선거를 위해선 돌다리도 두드리며 가는 신중함(prudence)이 필요하다. 지금은 선거 관리를 전면 개혁할 때다. 송재윤 (맥마스터대 교수) ------------------------------------------------------------ 조선일보의 뭘 모르는 칼럼, 음모론 도우미인가? - 우리나라 투개표는 디지털 전자시스템이 아니다. 그런데 아날로그로 바꾸라니?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이 갖는 공통된 착각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 투개표 시스템을 ‘전자 투개표’라고 믿는 것이다. 투표부터 분류, 개표, 집계의 모든 과정이 디지털화된 전자 시스템이라는 것인데, 현장을 전혀 모르는 엉터리 주장이다. 그런데 지난 11.4.자 조선일보에 이런 엉터리 주장을 담은 칼럼이 버젖이 게재됐다.
‘구멍 뚫린 선거 관리, 해법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朝鮮칼럼’인데,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역사학 교수가 기고했다. 제목에서 송 교수가 주장하는 바가 모두 드러나 있다. 첫째 대한민국 선거 관리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둘째 허술한 선거 관리를 극복할 해법을 제안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송 교수가 제안한 해법의 전제가 완전히 틀렸다는 점이다. 잘못된 전제에서 진단하고 처방하니, 그 해법도 결국 엉터리다. 송 교수는 우리나라 개표 시스템이 수개표가 아닌 디지털 방식, 즉 전자 개표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날로그화’가 확실한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한때 인류를 열광시킨 디지털 민주주의의 환상은 이미 깨졌다”면서 내년 총선을 “부패한 선관위의 허술한 전산망에 맡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디지털 선거 관리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해소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며 “독일이나 대만처럼 선거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아날로그 방식으로 되돌리면 된다”고 제안했다.
그가 롤모델로 삼은 것은 대만인데 “시민들이 그 자리에서 손으로 한 장씩 접힌 표를 펼쳐 들고, 기표된 후보의 이름을 외치고, 바를 정(正) 자로 칠판에 결과를 적는다”며 “인간의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개표가 선거 관리의 공적 신뢰를 확보하는 정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전체주의의 공격에는 아날로그 민주주의가 최고의 방화벽”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그의 이런 해법이 결국 ‘말할 필요가 없는’ 허무한 제안이라는 점인데, 우리나라 개표 과정 자체가 이미 ‘아날로그 방식’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나라 개표 시스템은 디지털이 아니다! 아날로그다! 여기서 더 아날로그화 하길 바란다면, 대만처럼 칠판과 지금보다 몇 배 더 많은 개표사무원이 있으면 된다.
적어도 송 교수는 우리나라 선거 개표 현장을 한번도 본 적이 없거나, 개표·분류·집계·공표로 이어지는 개표 전 과정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장을 모르면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 나온다.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우리나라 선거 개표 과정은 이렇다. 개표 현장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지는데, 1) 개함부 2) 투표지 분류기 운영부 3) 심사·집계부이다.
1. 개함부 : 개표참관인의 참관 하에 투표함을 열어 투표지를 꺼내고 1차 분류하는 단계. 선거별, 선거구별로 구분한 후 운반용기에 담아 투표지 분류기 운영부로 인계한다.
2. 투표지 분류기 운영부 : 인계받은 투표지를 투표지 분류기에 투입해 각 후보자별로 분류하는 단계다. 투표지를 분류기에 넣으면 1번 후보를 찍은 투표지는 1번 투표지끼리, 2번 투표지는 2번 투표지끼리 분류되는 식이다. 분류된 투표지의 매수를 개표 사무원이 세고, 무효표 등은 재확인 대상 투표지로 별도 구분한다. 이 모든 과정은 각 정당별 개표 참관원들에 의해 감시된다. 투표지 분류기는 공직선거법 제178조 2항이 규정한 것처럼 “개표 사무를 보조하기 위한 기계장치”일 뿐이다. 분류가 끝나면 개표 상황표에 집계된 매수를 적고, 분류된 투표지와 함께 심사·집계부로 넘긴다.
3. 심사·집계부 : 2번 단계에서 분류된 투표지와 계수된 숫자가 정확한지 한번 더 검증하고 확인하는 절차다. 각 후보자별 투표지를 심사계수기에 넣어 한번 더 카운트 한다. 이 심사계수기는 은행에서 볼 수 있는, 지폐를 빠르게 세는 기계와 비슷한데, 투표 용지 사이즈에 맞춰 제작되어 훨씬 길고, 계수하는 속도가 훨씬 느리다. 도장이 찍힌 면을 위로 향하게 해 투표지를 통과시키는데, 밑으로 떨어질 때 육안으로 도장 찍힌 면을 볼 수가 있다. 이 과정을 모두 개표 사무원이 수작업으로 육안으로 확인하며 진행하고, 이때 정당별 참관원들은 눈에 불을 켜고 지켜 볼 것이다. 최종 집계, 구분한 결과를 개표 상황표에 기재한 후 확인석으로 인계한다.
위 절차를 모두 거친 후 ‘개표상황표 확인→위원검열→개표결과 공표 및 입력’ 순으로 개표는 모두 종료된다. 모든 단계마다 투표 결과에 사활을 건 정당별 참관인이 확인·검증하며, 마지막 결과를 적고 도장을 찍는 순간까지 동의 여부를 묻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디지털로 보이는가, 아날로그로 보이는가?
송 교수가 칼럼에서 지적한 해킹 위험성, 보안 관리의 허술함은 당연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 현재 해킹이 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대규모 투개표 조작으로 이어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아무리 투표지 분류기를 해킹해 결과를 바꾼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개표 사무원 또는 참관인들에 의해 적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디지털 전자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든 투표지 실물과 대조해 볼 수도 있다.
지난 달 국정원의 합동 보안 점검 결과를 침소봉대 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편승한, 엉터리 주장을 조선일보는 검증도 없이 게재했다. 중앙선관위는 이 칼럼에 대한 반박 보도자료도 내지 않았다. 모두의 무책임 속에 음모론은 오늘도 진화하고 있다. 2023.11.9. 조샛별(조갑제닷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