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당 용혜인이 지난 9월 13일 장관 후보자직을 내려놨다. 비례대표 겸직 및 정당보조금 부당 수령 등 여러 논란과 별개로, 용혜인이 성평등가족부를 이끄는 것 자체에 대해 의문을 품는 이들이 많았다.
실제로 서울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에서 여성 인권변호사로 20년 넘게 활동해온 원민경 현 성평등가족부 장관과 달리 용혜인은 여성 및 가족 정책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속한 용혜인의 의정활동 중 성평등가족위원회 소관 법률 대표발의가 ‘0건’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용혜인의 주변 사림들을 봐도 장관에 임명됐다면 오히려 젠더 갈등이 심화됐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실제로 용혜인과 함께 정치를 시작했거나 측근으로 지내는 기본소득당 소속 사림들은 과거부터 남성들의 반발을 부르는 발언을 일삼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왼쪽부터 기본소득당 노서영, 신지혜, 김진서, 양지혜
미투운동 선두주자 양지혜
대표적으로 용혜인 사무실 소속 양지혜다. 용혜인과 함께 기본소득당 창당에 참여한 양지혜 1997년생으로 지난 문재인 때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미투(Me too)운동’의 선두주자 중 한 명이다. 당초 ‘미투’는 성범죄나 폭력을 당한 여성들이 자신들의 과거를 폭로하는 단체행동으로 시작됐지만, 본래의 취지가 변질돼 없는 사실을 지어내는 경우도 수없이 발생했다.
양지혜는 2022년 9월부터 용혜인 사무실에서 비서관으로 근무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5급으로 승진했다. 2020년 기본소득당 창당에 관여한 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회 기본소득당 비례대표 후보에 출마했을 때는 본인을 ‘우리동네 페미후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양지혜는 2022년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라는 페미니즘 단체의 사무처장으로 본인을 소개했는데, 당시 그가 쓴 글의 일부가 논란이 된 바 있다. 2022년 1월 한 지역 언론에 기고한 ‘군인 존중이 필요하다는 말에 대해’라는 글이 대표적이다.
해당 글에서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쟁이 됐던 한 여고생의 위문편지를 언급하며 군 장병들을 상대로 보내는 위문편지가 ‘반민주적, 성차별적, 반강제적인 억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위문 문화는 ‘지키는 이’로의 군인과 ‘지킴받는 이’로의 여성, 청소년, 장애인 등의 소수자라는 이분법을 강화한다”며 “군대에 가지 않거나 가지 못하는 이들은 ‘이등 시민’의 위치에 자리하게 되고 주체적인 시민성을 훼손당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양지혜가 언급한 여고생 위문편지는 2022년 1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되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모 여고 2학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고생은 편지에 “군생활 힘드신가요? 그래도 열심히 사세요^^” “앞으로 인생에 시련이 많을 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가 아닐까요?” “저도 고3이라 뒤지겠는데 이딴 행사 참여하고 있으니까 님은 열심히 사세요”라고 썼다.
당시 양지혜는 “‘군대도 안 가는 여고생들이 감히 신성한 병역을 조롱한다’는 네티즌들의 반응은 이 논란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며 “위문편지 논란은 여성, 청소년 등 ‘이등 시민’에 대한 무분별한 분풀이와 ‘여자도 군대 가라’는 오래된 양비론에서 기인한 일종의 백래시(backlash·후폭풍)”라고 했다. 또 징병제에 관해서도 “페미니즘은 군인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드는 가장 빠른 해답”이라며 “징병제는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아니라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용혜인, 보좌진은 비공개
양지혜 외에도 후보자 관련 기자회견 때 용혜인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3명 역시 과거 페미니즘 단체에서 활동한 인물들이다. 노서영, 신지혜, 김진서 등이다.
노서영은 대학생 페미니즘 단체인 ‘유니브페미’에서 활동했다. 유니브페미는 2021년 용혜인과 함께 혐오표현을 규제하기 위한 입법의 필요성 등과 관련해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신지혜는 경기도 고양시를 소재로 활동하던 페미니즘 단체인 ‘고양페미’ 대표를 지냈고, 김진서는 기본소득당 내 페미니즘 집단인 ‘베이직페미’ 소속이었다. 특히 김진서는 성평등을 중시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활동명에 모(母)의 성(윤씨)을 부성(김씨)에 앞세운 ‘윤김진서’로 쓰기도 했다.
세 인물 모두 가족 및 양육 정책, 청소년 정책보다는 여성 인권 위주로만 활동해왔다. 용혜인 지명 시 여성 정책 계획이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한 언론사 질의에 노서영은 “기본소득당 성평등 정책 비전은 9월 10일 기자회견문과 13일 사퇴 회견문에 담겨있다”고 말을 아꼈다.
현재 국회 홈페이지 내 용혜인 사무실 소개 화면에는 보좌진 명단이 전부 공란으로 비워져 있다. 정당을 불문하고 타 의원실은 보좌관 이름을 모두 기재해 놓는데 용혜인만 이를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보좌진이나 당내 인사들이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라서 일부러 공개를 안 한 것’이란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젠더 갈등 관련 베스트셀러 ‘이대남은 왜 동네북이 되었나’ 저자인 이선옥 작가는 “성차별 이데올로기인 페미니즘을 신봉하는 자가 장관이 되는 것은 성평등가족부로 이름을 바꾼 취지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가족제도를 비난하는 페미니스트가 장관에 앉는 것은 이론상으로나 현실상으로나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