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례
2021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으로 고독과 죽음의 고통을 겪는 노인들을 위로하고, 신앙의 전수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서 노인의 역할과 중요성을 되새기며 그들의 소명을 격려하고자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제정하였다. 한국 교회는 보편 교회와 함께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 기념일’(7월 26일)과 가까운 7월 넷째 주일을 ‘조부모와 노인의 날’로 지낸다(주교회의 2021년 추계 정기 총회).
본기도
주님, 주님의 종들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주님의 은총을 인자로이 더해 주시어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언제나 깨어 주님의 계명을 충실히 지키게 하소서.
제1독서
<하느님께서는 지은 죄에 대하여 회개할 기회를 주십니다.>
▥ 지혜서의 말씀입니다.12,13.16-19
13 만물을 돌보시는 당신 말고는 하느님이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께서는 불의하게 심판하지 않으셨음을 증명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16 당신의 힘이 정의의 원천입니다.
당신께서는 만물을 다스리는 주권을 지니고 계시므로
만물을 소중히 여기십니다.
17 정녕 당신의 완전한 권능이 불신을 받을 때에만 당신께서는 힘을 드러내시고
그것을 아는 이들에게는 오만한 자세를 질책하십니다.
18 당신께서는 힘의 주인이시므로 너그럽게 심판하시고
저희를 아주 관대하게 통솔하십니다.
당신께서는 무엇이든지 원하시는 때에 하실 능력이 있으십니다.
19 당신께서는 이렇게 하시어
의인은 인자해야 함을 당신 백성에게 가르치시고
지은 죄에 대하여 회개할 기회를 주신다는 희망을
당신의 자녀들에게 안겨 주셨습니다.
제2독서
<성령께서 말로 다 할 수 없이 탄식하시며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해 주십니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8,26-27
형제 여러분, 26 성령께서는 나약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우리는 올바른 방식으로 기도할 줄 모르지만,
성령께서 몸소 말로 다 할 수 없이 탄식하시며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해 주십니다.
27 마음속까지 살펴보시는 분께서는 이러한 성령의 생각이 무엇인지 아십니다.
성령께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성도들을 위하여 간구하시기 때문입니다.
복음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3,24-43
그때에 예수님께서 비유를 들어 군중에게 24 말씀하셨다.
“하늘 나라는 자기 밭에 좋은 씨를 뿌리는 사람에 비길 수 있다.
25 사람들이 자는 동안에 그의 원수가 와서 밀 가운데에 가라지를 덧뿌리고 갔다.
26 줄기가 나서 열매를 맺을 때에 가라지들도 드러났다.
27 그래서 종들이 집주인에게 가서, ‘주인님, 밭에 좋은 씨를 뿌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가라지는 어디서 생겼습니까?’ 하고 묻자,
28 ‘원수가 그렇게 하였구나.’ 하고 집주인이 말하였다.
종들이 ‘그러면 저희가 가서 그것들을 거두어 낼까요?’ 하고 묻자,
29 그는 이렇게 일렀다.
‘아니다. 너희가 가라지들을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도 모른다.
30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수확 때에 내가 일꾼들에게, 먼저 가라지를 거두어서 단으로 묶어 태워 버리고
밀은 내 곳간으로 모아들이라고 하겠다.’”
31 예수님께서 또 다른 비유를 들어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하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가져다가 자기 밭에 뿌렸다.
32 겨자씨는 어떤 씨앗보다도 작지만, 자라면 어떤 풀보다도 커져 나무가 되고
하늘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인다.”
33 예수님께서 또 다른 비유를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하늘 나라는 누룩과 같다.
어떤 여자가 그것을 가져다가 밀가루 서 말 속에 집어넣었더니,
마침내 온통 부풀어 올랐다.”
34 예수님께서는 군중에게 이 모든 것을 비유로 말씀하시고,
비유를 들지 않고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말씀하지 않으셨다.
35 예언자를 통하여 “나는 입을 열어 비유로 말하리라.
세상 창조 때부터 숨겨진 것을 드러내리라.”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
36 그 뒤에 예수님께서 군중을 떠나 집으로 가셨다.
그러자 제자들이 그분께 다가와,
“밭의 가라지 비유를 저희에게 설명해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37 예수님께서 이렇게 이르셨다.
“좋은 씨를 뿌리는 이는 사람의 아들이고, 38 밭은 세상이다.
그리고 좋은 씨는 하늘 나라의 자녀들이고 가라지들은 악한 자의 자녀들이며,
39 가라지를 뿌린 원수는 악마다.
그리고 수확 때는 세상 종말이고 일꾼들은 천사들이다.
40 그러므로 가라지를 거두어 불에 태우듯이, 세상 종말에도 그렇게 될 것이다.
41 사람의 아들이 자기 천사들을 보낼 터인데,
그들은 그의 나라에서 남을 죄짓게 하는 모든 자들과
불의를 저지르는 자들을 거두어, 42 불구덩이에 던져 버릴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43 그때에 의인들은 아버지의 나라에서 해처럼 빛날 것이다.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밀과 가라지는 이것의 있고 없고 차이
오늘 복음은 밀과 가라지의 비유입니다. 밀은 하느님의 사람이고 구원 받을 사람이며 가라지는 사탄의 씨를 받은 가짜이고 불 속으로 갈 운명입니다. 이는 마치 하늘나라의 비유 중 심판에 관한 물고기를 종류대로 골라 어떤 것은 담고 어떤 것은 바다에 다시 던지는 내용이나, 혹은 양과 염소를 구분하는 내용과 같습니다. 이 모든 비유는 인간의 행위가 아닌 ‘새로 태어남’으로만 구원에 이를 수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다시 태어나는 방법은 ‘말씀’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씨 뿌리는 농부의 비유처럼 그리스도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미사 때 말씀의 전례, 성찬의 전례가 그리스도를 우리 안에 심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이제 단순한 인간이 아닌 신이 된 인간입니다. 그런데 하느님 말씀을 받아들임은 ‘십자가’를 받아들임과 같습니다.
이태리 몬테팔코라는 작은 동네에 가면 십자가의 글라라 성녀가 있습니다. 어느 날 성녀가 기도하고 있는데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지나가고 계셨습니다. 왜 슬퍼하시느냐고 성녀가 묻자 “요즘엔 내 십자가를 꽂을 굳은 땅이 없단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성녀는 너무 가슴이 아파 “당신 십자가를 제 심장에 꽂으세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그리스도는 당신 십자가를 성녀의 심장에 꽂았고 성녀의 심장에는 그 십자가가 새겨져 지금도 썩지 않고 있습니다.
그분의 십자가를 받아들였다고 다 가라지가 아니라 밀일까요? 생명나무를 먹기 위해서는 선악과를 바쳐야만 했습니다. 모든 땅의 소출의 10분의 1은 하느님 것입니다. 아담과 하와는 뱀 때문에 감사를 잊어버렸습니다. 아이가 부모의 뜻을 따라주는 때는 감사할 때 뿐입니다. 감사하지 않으면 저항합니다. 밀과 가라지의 구분은 성체를 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감사를 준비했느냐는 것입니다. 유다 이스카리옷은 감사하지 못해서 성체를 영하고도 구원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감사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오프라 윈프리는 흑인으로서 미국 첫 앵커가 되었고 엄청난 성공과 영향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그렇게 된 데는 ‘감사 일기’의 힘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억지로라도 감사를 찾으려고 했더니 정말 감사한 것들이 눈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때부터 그녀의 인생은 바뀌었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감사를 받으면 더 감사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자존감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칼릴 라파티라는 사람은 노숙자에 마약 중독자였습니다. 그는 어떤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이 자신에게 도움을 받고 싶으면 먼저 길거리에 떨어진 휴지부터 주워 쓰레기통에 넣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웃에게 친절하고 같은 노숙자들에게 자신의 것을 나누라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순종 하였더니 주위 사람들이 감사하다고 했고 그의 자존감은 높아졌습니다. 처음 느껴보는 행복이었습니다. 이것에 저절로 감사가 나왔다고 합니다. 그의 삶도 그 이후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감사의 마음을 가지냐, 가지지 않느냐는 나의 ‘선택’입니다. 김지은 씨는 북한에서 9년 간 한의사로 일하면서 절망을 느꼈습니다. 이에 맨몸으로 두만강을 건너 갖은 고생을 하다가 구사일생으로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다단계 판매사원으로 일했습니다. 그러다 정착금으로 받은 것을 몽땅 잃었습니다. 먹고 살 길이 막막했습니다. 북한에서 하던 한의사 일을 계속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보건복지부를 찾아갔습니다. 담당 공무원은 무심하게 “북한에 가서 대학 졸업 증명서를 가져오세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녀는 유서를 써 놓고 문을 닫아 걸었습니다. 1분 후면 목숨이 끊어질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생각이 사라지고 고요함이 밀려왔습니다. 시야가 매우 투명해지고 지나간 일들이 영화처럼 스쳐 갔습니다.
‘지금보다 더 힘들 때가 많았구나! 그런데 왜 세 끼 밥을 다 먹을 수 있는 지금 죽으려 하는 것인가? 그렇다. 욕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시 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이전의 욕심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모든 것이 조금씩 잘 풀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직장 동료들은 그녀의 한의대 진학을 도와주었습니다. 몇 년 후 마침내 한의사 국가 고시에 합격하였습니다. 그녀는 남북한의 한의사 자격증을 모두 가진 최초의 한의사가 되었고 개인 병원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당신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요즘에는 체벌이 없어졌지만, 저 때만 해도 무서운 선생님께 체벌당했던 기억이 많습니다. 자율학습에 졸았다고 맞고, 반성적이 떨어졌다고 연대책임이라며 맞고, 수업 태도가 좋지 않다고 맞고, 때로는 예의 없다면서 맞는 일도 있었습니다. 체벌 도구도 다양해서 마대, 당구 큐 대, 아니면 두툼한 몽둥이 등이 쓰였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하나 내겠습니다. 20명의 학생이 10대씩 맞는 상황입니다. 20명의 학생 중에서 가장 아프게 맞은 학생은 누구일까요?
첫 번째 학생이 가장 아플 것 같습니다. 선생님 체력이 제일 좋을 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마지막에 맞은 아이가 제일 아프다고 합니다. 이 아이는 자기 앞 19명의 맞는 모습을 보면서 불안을 키웠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불안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나쁜 감정을 극대화하기에, 불안을 자기 안에서 치워 버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야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 세상을 잘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불안이 사라지는 순간은 나를 지켜 줄 커다란 힘에 대한 믿음이 생겼을 때입니다. 어린아이는 부모가 옆에 있으면 얼마나 자신 넘치는지 모릅니다. 평소보다 말도 잘하고,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합니다. 부모보다도 더 큰 힘을 가진 사람이 ‘나’를 지켜 준다면 어떨까요? 불안을 가질 이유가 없어질 것입니다. 실제로 부모보다 더 큰 힘을 가지신 주님께서 우리 곁에 계십니다. 이 사실을 잊어버리지 말아야 불안이 사라지고, 하고자 하는 용기와 의욕이 가득해질 것입니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집니다. 그러나 이렇게 힘센 주님을 잊어버립니다. 오히려 악이 더 힘센 것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이를 오늘 복음의 가라지 비유에서 묵상하게 됩니다.
우선 밀과 가라지는 모두 커서 제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는 식별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구분이 되기 시작했을 때, 가라지가 보인 것입니다. 밭에 좋은 씨를 뿌렸기에 가라지가 있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주인은 원수가 했음을 알아챕니다. 종들은 “저희가 가서 그것들을 거두어 낼까요?”라고 묻습니다. 주인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지요. 잡초의 생명력은 대단합니다. 즉, 밀보다 더 탄탄하게 더 넓게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밀이 뽑힐 수도 있습니다.
가라지의 비유에서 지상에서 자라는 하느님 나라 공동체 안에는 인내로써 견뎌야 할 악의 씨앗이 뿌려져 있음을 상기시키고, 하느님 나라의 자녀들은 악마 졸개의 기세에 눌려 고생하지만 역시 하느님의 심판은 선인들의 편임을 확신케 합니다. 최후의 승자는 악마가 아닌 선인에게 돌아간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편에 붙어야 할까요? 가라지로 표현되는 악을 제거하지 않는다고 악의 힘이 하느님보다 센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계속 우리에게 당신을 믿고 따를 기회를 주시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악의 유혹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철저히 하느님 편이 되어 ‘밀’의 모습을 갖추어야 합니다. 마지막 날에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나는 내가 결국 해낼 것임을 알았다. 그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머라이어 캐리).
오늘은 조부모와 노인의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