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아직 어린애군요.
사랑을 가르쳐준기로 했다라니."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하핫. 문제까지는 아닙니다.
다만, 그런 말은 현실에서 통하지 않기 때문이죠."
현실에서 통하지 않는 말.
'사랑'
그건 나도 알고 있다.
내가 겪어 봤으니까.
세상은 너무나도 험난해서 '사랑'이라는 것만으로는 살아갈 수가 없다.
"알아요, 저도."
"안다구요?"
"네. 하지만..
적어도 저희는 아직 학생이니까..
어른이 되기 전에 앞으로는 누리지 못할 것들을 누려보았으면 해요.
사랑, 우정, 뭐 이런것들 말이에요."
"..."
"시간이 너무 늦었네요.
죄송하지만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풉..."
"...?"
"푸하하하하!!"
갑자기 정신나간 사람처럼 웃어대는 아저씨.
카페가 떠나가라 하고 크게 웃어댄다.
이쯤되면 주인이 눈살을 찌푸릴 법도 하지만 주인이 20대 여성이었으므로
오히려 얼굴을 붉게 물든채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하.. 미안해요, 미안."
얄밉게 다 웃고 나서 사과한다.
미간을 좁힌 나는 아저씨를 흘겨보고 카페를 나서려고 했다.
"잠깐만요. 제가 데려다 줄께요."
"사양하겠습니다."
화가 나면 심하게 정중해지는 내 성격이 기어코 나오고야 말았다.
"세윤양을 혼자 보냈다는 걸 한준이 그녀석이 알면..
아마 다시는 세윤양과 이렇게 앉아서 대화 할 수 없을꺼에요.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병실에 누워서는 가능하겠지만..
그러니까 사양마요."
"..."
"집이 어디에요?"
"... 제 이름까지 알았다면 저에 대한 기본적인 뒷조사는
다 끝내시지 않았나요?"
"... 무섭네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올라왔다고 하면 아무도 안 믿겠는데요?
뭐, 여기서 가까우니까 걸어서 데려다 드리죠."
여태까지 걸려 있던 미소는 사라지고
사무적인 태도로 정색을 하던 아저씨는 나를 지나쳐 계산대로 가서 결제를 했다.
*
*
"잘 가요."
"안녕히 가세요."
집까지 오는 내내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았던 터라
어서 이 사람과 멀어지고 싶은 생각 밖에 없었다.
"아. 세윤양.
다음 번에 만날 때는 너무 딱딱하게 굴지 마요.
"
뭐야.
또 만날 일이 있다는 건가.
하.지.만
나는 이 사람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심지어 꿈에서라도.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거실에 불이 켜져 있는게 보였다.
시계를 보니 8시가 넘은 시각.
엄마가 퇴근하시고 오셨나보다.
"엄마?"
아니나 다를까, 엄마가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계셨다.
나를 발견하신 엄마는 미소를 지으시며 말했다.
"세윤이구나. 저녁 먹었니?"
저녁은 먹지 않았지만 오기 전에 아지트에서
수많은 과자들을 먹었던 터라 배가 불렀던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방으로 들어가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오늘 어땠어?"
"음.. 괜찮았어. 부자학교라서 그런지 진짜 크고 멋있더라."
"친구들은?"
"많이 사귀었어.
생각보다 나를 친근하게 대해주던데?"
"역시 우리 딸이야.
그동안 엄마 직장 때문에 전학가는 학교마다 친구들 잘 사귀는건 누구 닯았는지 몰라."
나는 뜨끔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미소를 지어보였다.
"참, 이제 전학 안가도 될 것 같더라.
오늘부로 여기 이 지부에서 일하기로 했거든."
"잘됬네!"
정말 잘된 일이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얘기해놓고 전학가버린다면
우리 반 애들이 얼마나 황당해할까.
"근데 땰 표정이 왜 그래?"
"뭐가?"
"고민이 있는거 같아서."
"어..어?
고민은 무슨..엄마도.."
역시 엄마야.
내 기분 상태를 정확히 짚어내다니.
"말해봐. 응?"
내 연기가 어색했던지 엄마는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무슨 말을 해."
"... 알겠어. 대신에 고민있으면 언제든지 엄마한테 말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tv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신인 탤런트 김예근.
이름이 워낙 특이해 기억에 남았나 보다.
토크쇼에 나온 김예근은 긴장하는 기색하나 없이 앉아서
mc가 하는 말에 재치있게 대답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사귀어본 여자친구 수는?
아, 참고로 그 거짓말 탐지기 되게 좋은 거니까 조금만 거짓말을 해도 찌릿찌릿할꺼에요.
하나, 둘, 셋!!! ]
[0명!]
[자신감있게 외친 예근군!
과연 결과는.. 아!! 진실입니다!]
우리 학교 다니면 돈있고 빽있는데다
얼굴잘생겼지, 성격좋아보이지.
그런데 여자친구가 없었다고?
별일이네.
[김예근군, 왜 여자친구가 없었죠?
혹시 성격이 너무 안좋아서..
아이구, 제가 더 말을 이었다가는 안그래도 높은 안티팬 수가 늘어나겠는데요?]
[저희 팬분들은 그러 실분들이 아니에요~
얼마나 착하신 분들인데. 그렇죠?]
[네~]
[이야, 방청객 여러분들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대본에도 없는 리액션을 하시네요..
역시, 김예근군의 인기란..하하하.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여친이 없었던 이유는?]
[아직 여자친구 사귀고 싶은 마음이 없거든요.
하하. 아직 17살이어서 그런가?]
[17살이면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어하는 나이 아닌가요? 독특하네요...]
서서이 지겨워진다.
어느 연예인이든 똑같은 질문을 하는 mc가 보기 싫었던 나는 리모콘을 들어
다른 프로로 틀어버렸다.
[끼아아악! 괴물이 쫓아와요! 어서 피해...]
이건 몇년 전에 본 스릴러 영화잖아.
팟-
[지금부터 담배가 몸에 안 좋은 이유를 알아...]
굳이 안봐도 학교에서 시청각자료로 보여줘서 다 아는데...
팟-
[아기는 사알짝 신 벗어 놓고...]
쳇. 동요 대회잖아.
팟-
[뚜기뚜밥 메뚜기 밥-]
광고..
"엄마, 나 방에 먼저 들어.. 응?"
옆을 돌아보니 피곤하셨는지 턱을 괴고 꾸벅꾸벅 조는 엄마가 보였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나는 엄마를 살짝 흔들어 깨웠다.
"엄마. 방에 들어가서 자."
"응? 아... 그래..."
탁-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소파위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진짜 사랑이란게 뭔지 내가 깨닫게 해줄께.']
['나... 한 번 믿어봐, 얘들아.']
['9반애들이랑 약속했거든요. 사랑.. 가르쳐주기로']
오늘 했던 낯간지러운 말들이 떠올랐다.
그 중에서 제일 최강은 이거였다.
['그런데 삶에 자신감을 잃고 의지도 잃고 죽지못 해 살아가던 내가 사랑을 알게 되었어.
[그 사건]이 있던 후 처음으로 사람들은 똑바로 보기 시작했어.
점점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아, 사랑인게 이런거구나' 하고 사랑의 진짜 뜻을 알게 되었다고.']
거짓말이 섞여들어간 낯간지러운 말.
내가 사랑을 알게 되었다고?
... 참...
나도 대단하지.
어떻게 나도 모르는 사랑을 걔들 한테 알려줘.
어설픈 위로는 오히려 더 큰 상처가 될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내가 어떻게....
그러고 보면 오늘 하루 한 말들 중 반이 거짓말이다.
아무리 걔네들이 상처입은 '진짜 나'의 모습처럼 보였다 해도,
누군가가 내게 해주었으면 하는 말을 내뱉다니.
그 아이들이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생각한 단어가 '동질감'이었다.
그래서 이 아이들과 친해지면 내 상처가 아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인.기.피.증.이라는, 엄마에게 까지 숨기고 있는 병이 치료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학가는 학교마다 미스터리하게도 [그 사건]이 알려져
유치원생때 부터 중학생때까지 왕따를 당해 생긴 '대인기피증'
아아.
그래.
지금까지 엄마한테 내가 왕따를 당했다는 사실을 숨겼다.
엄마가 알게되면 자책감에 내게 많이 미안해할거다.
"하아..."
복잡하다.
내가 '사랑을 가르쳐주겠다' 라는 말을 한 이유도 모르겠고,
어떻게 사랑을 가르쳐줄지도 모르겠고,
만약에 그 아이들이 [그 사건]을 알게되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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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오늘 셤공부 포기!!
캬하 벼락치기 해야죠 뭐....
아아아!!
어쩌면 [세.문.반] 처음부터 재수정 들어갈지도 모르겠습니다아....
세준고등학교에 대해서도 써야되고..-그래야 후반부로 갈수록 내용이해가 된거든요...-
무엇보다 우리의 여주 세윤이가 학교에 너무 일찍 전학 온 거 같기두 해서...
스토리전개가 힘들어져요..
꺄아아아아!!
아직 확정된건 아니지만 열심히 고민중입니다....
첫댓글 후움...그렇군요..ㅇㅅㅇ... 그 사건이란게 멀까~요.ㅎㅎ 작가님 퐈이팅!
흐흐.. 그 사건이란게 뭘까요?? 요게 세윤이를 괴롭히는 최악의 과거죠...
빨리빨리 빨리 올려 주세요완전 잼있어요 ㅎㅎ 까!!!
꺄!!! 언제나 부족한 풀잎강아지지만 열심히, 빨리 올리겠습니다!!
ㅋㅋㅋㅋㅋ
헤헵 ^______________^
아아아아 재밌어여~~담편오면 쪽지주세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궁금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