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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너 왜 울어 최동영!!!!'
'...엄마랑..아빠가 보고 싶어서요...누나...ㅠ0ㅠ..'
학교를 마치고 평소처럼 친구들과 떡볶이를 사 먹은 그 날.
....
유난히 떡볶이 국물이 하얀 교복 위로 많이 튄 그 날.
.......
집에 도착해보니 언제나처럼 권우를 포함해 재신이,동영이가 우리 집에 와 있었다.
그리고.
난생 처음보는 짱 깜찍한 얼굴을 하고 있는...
교복에 달려있는 퍼어런 명찰에 '박도율'이라고 써져 있는 자그마한 남자애까지.
.....
그런데.
평소처럼 게임을 하거나 와구와구 밥을 먹는 게 아닌
훌쩍훌쩍 거리며 코만 풀고 있는 세 명의 모습, 그리고 도율이의 모습.
나는 가방을 집어던지고 녀석들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
가장 서럽게 울고 있는 동영이를 향해 새침스럽게 말했더랬다.
....
그러면 동영이는 눈물에 젖은 그 강아지를 닮은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고...
나보다 쬐깐한 네 명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우는 모습에
녀석들이 불쌍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너무 귀여웠다.
.....
.....아마 그 때부터 변태 취향이 생긴건가부다...=_=...
...........
'왜 엄마 아빠가 보고싶어!?'
....
녀석들 앞에 철퍽 주저 앉으며 내가 했던 그 말.
.......
나에겐 언제나 옆에 있는 엄마였기에.
너무 당연한 듯 곁에 있는 엄마였기에.
...
엄마가 보고싶다는 동영이의 말을 의아하게 여겼었다.
.....
'...나는 엄마 아빠가 없으니까요.누나.....'
...
동영이의 젖은 한마디.....
...고개를 숙여가는 나머지 삼인방....
...
나는 놀란 눈을 꿈뻑거리며....
아직 초등학생의 티를 벗지 못한 녀석들의 가녀린 어깨를 끌어안았다.
나 역시 작은 체구였기 때문에
네 명을 한 꺼번에 다 안기란 무리가 있었지만
나는 태어나서 그렇게 크게 팔을 벌린 적이 없었다.
........
...
'동영이가 울어서 너네들까지 우는거야?'
'...아니요.....'
'그럼 너네들은 왜 울구 있는건데? 한 놈씩 차례대루 말해 봐=_=.'
.....
...
명령어조로 말하는 나.
그러면 동영이를 제외한 녀석들은 꿈뻑꿈뻑 눈을 껌뻑이며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을 서로 눈치를 보다가....
'자.거기 강재신이..!..너부터 말해 봐.'
끌어안은 녀석들을 품에서 떼어내며
평소 젤 좋아하던 재신이 녀석을 손가락으로 척 가르키며 말했다.
'그 다음에 너. 박도율이 말 할 준비 하고 있구.
그 담에 송권우가 말하고.'
...
.............
'.....저도 엄마 없거든요.
아빠는 돈 벌러 저 멀리 지방 가 계시고....'
'....'
'...저는 그냥 부모님이 너무 싫어요......
우리 엄마는요..나 성적 떨어지면 차라리 죽으라구 그러구요...
아빠는 나 공부 안하면 하루종일 방 안에 가두거든요....'
'.............'
'...누나 나는 그냥 애들 울길래 따라운거야ㅠ0ㅠ...'
.....
...........
이제 고작 중학교 올라 온 작은 아이들.
여자인 나보다도 키가 작아서 맨날 나한테 꿀밤 얻어 맞는 그 아이들.
....
...........
이 아이들에게 이렇게나 큰 상처가 있는 줄 알았다면
꿀빰이 아니라 따뜻한 손길 한 번 더 건내주는 거였는데
.....
왜....
이 녀석들이 울고 난 뒤 알았을까...
'걱정하지마!!!!!!!!!!!!!!!!'
그리고 난...
왜 그렇게 말도 안되는 얘길 꺼냈을까...=_=.....
.....
..............
'누나가!!!!!!!!!!!!
앞으로....!!!!!!!!!!!!!!!!!!!!!
...........느그들 엄마다!!!!!!!!!!!!!!!!!!!!!!!!!!!!!!!!!!!'
........
....
......................
.......
\삼신 병원 205호, 9:00PM
...
침묵한 병실 안...
멍하니 5년 전의 기억을 떠올린 내가....
...
나도 모르게 주르륵..한방울 눈물을 흘려보내면.
당황한 네 명의 말썽꾸러기들....
"누......누나....충격받았어요!!!!?
아니 나는 누나가 진짜로 나를 낳았다는게 아니라...!!!"
"....그걸 지금 말하면 어떡해........"
"........예....?"
....
상처투성이 손으로 내 눈물을 슥슥 닦아주며
동영이 녀석이 다급한 목소리로 내게 말하면.....
나는 그런 동영이의 손을 거두고
다시 차오르는 눈물을 꾸욱꾸욱 삼키고 말했다.
.....
...............
".....지금 생각났잖어.....니들 오 년전 모습...."
"........"
"....미국에서 누나가 너무 우울했거든.......
그래서 한국에서의 기억을 되짚는 것보단.....
어떻게하면 미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만 했거든....."
"......"
"...그래서 너네들을 아예 잊어먹구 살았거든.............."
......
...........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뚝 흘리기 시작하는 도율이....
......
넋이 나가버린 표정으로 나를 주시하는 동영이......
...........
나를 쳐다보지 못하고 바닥으로 고개를 떨구는 권우...
.....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곤 천장만 바라보는 재신이..............
.....
그런 녀석들을 한 명씩 쳐다봐주는 나....송권아.
...........
...
"...오 년 만에 만난 니들이 너무 변해있어서......
그 코흘리개 녀석들이 잘 빠진 수컷으로 변해있어서....."
".........."
".....미안해..누나가 정말 너네들 몰라봤어........"
"........."
"...엄마 얘기 하니까 기억난다.........
너네들 그 때 누런 콧물 질질질질 흘렸던거............"
"...................누나..."
".....그래 맞어....내가 너네 엄마해준다고 소리질렀었는데....
..........하필 내가 좋아했던 재신이 니가
자기 엄만 이렇게 못생기지 않았다고 하는 바람에...
...그 말에 상처입구 나도 거기서 펑펑 울었었잖어........"
.....
.................
....
녀석들과 내 기억속에 나란히 자리잡은 추억에.
동영이가 소리내어 웃으면....
도율이는 그 때처럼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내게 달려와
내 어깨를 감싸쥐었고.
........
....
나는 그 때....
다시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강재신 놈의 뜨뜻하고 기분좋은 웃음을 보았다.
...........
.....
..............
...........
.....
\10:20PM
한참동안 녀석들과 떠들썩거리다가...
병실 안 환자분들이 차례대로 잠이 들면.
더 이상 여기서 수다를 떠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제 그만 집에 가야겠다고 말했다.
아쉽다는 듯 내일 도시락 챙겨서 병문안 오라는 동영이와
자기껏도 꼭 싸가지고 오라는 도율이. 넌 학교가야지 임마=0=.
"누나 나는 동영이 잠드는 거 보고 갈께."
그러면 권우는 내가 앉았던 자리를 빼앗아 빙글빙글 웃는다.
그런 녀석에게 나의 으르렁거리는 이빨을 보여주고는
뒤를 돌아 병실 바깥으로 향하려는데.
"잠깐 누나. 재신이가 데려다 줄꺼야.=0=.
집 들어가서 문자해."
뜬금없는 권우의 말.
왜 하필 강재신 놈인데!!!=0=
안 봐도 뻔하다 이 자식.....!!!!!!!
내가 재신이 좋아한 걸 또 꾹꾹 찔러댈 참이잖아!!!!!!!!!!!!!!
뒤를 돌아 재신이를 살펴보니
재신은 그런 말 한 적 없다는 듯 권우를 향해 눈총을 쏘아대던 참이었고....
나 역시 강재신 놈이 오 년 전부터 그럴 만한 놈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그리고 내 오 년전 기억을 가지고 놀 생각인
녀석들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재빨리 다시 고개를 돌렸다.
"됐어 쨔샤.=_=. 누나 혼자서도 잘해요."
"아 뭐 혼자서도 잘해!!!재신이랑 오붓한 시간 만들어준다는데!!!!!!
......그리고 가다가 소매치기 만나면 우짤라고...=_=."
"야 거 참 소매치기 얘기 좀 안하면 안되냐!!!!!!=0="
무슨 말만 하면 소매치기 얘기야 저눔시끼는....=_=.....
신경질적으로 병실 문을 닫고 나온 내가
저 멀리 창밖으로 이미 어둠이 짙게 깔린 바깥을 바라보며
복도를 뚜벅뚜벅 거닐고 있는데.
뚜벅뚜벅뚜벅..
..뚜벅뚜벅뚜벅..
내 뒤를 쫓는 듯한 발걸음 소리에 휙 뒤를 돌아 본 나는
재신이 놈과 마주하고 있었다.
....
"...=0=........왜 따라나왔냐."
"권우가 누나 집 들어가는 거 보고 오래서요."
"....오 년만에 송권우 충신이 된거냐=_=...?"
"진짜 한 대 맞아볼래요....?"
....
..........
....
........
.................
.....
한적한 길가.
나란한 네 개의 발들이 내는 규칙적인 소리....
........
병원 복도에서 나눈 이야기를 끝으로
우리 둘은 아무 대화도 없이 그저 열심히 길을 걷고 있었고...
....
다른 놈들이라면 모르겠는데
하필 재신이 놈이랑 이런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으니
여간 불편하기 짝이 없던 나는 재신이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착각하지마!=0="
"...........?"
"내가 아직도 너한테 흑심 품고 있을거라는 착각!!=_=하지마라고."
뭐 이런 병신같은=0=이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재신이.
어디서 이런 낯간지러운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온건지....
생각해뒀던 말이 뇌를 거치지 않고 나오는건지
아니면 거칠 뇌가 없는건지...=0=...
....
........
"..나는 너네들 엄마 해 주기루 했으니까!!!!"
...제 정신인거냐 송권아.....ㅠ0ㅠ....?
...........
말을 해놓고 열심히 재신이 눈치를 보는 나.
그런 나에게 이젠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는 재신이 놈....=0=...
그래. 오 년만에 더 바보같아졌네 라고 말 안해도 알아.=_=..
"생각보다 더 바보같아졌네요, 누난."
...말 안해도 안다고............ㅠ0ㅠ....
긴 다리를 휘적휘적 걸어
어느새 나보다 약간 앞서는 듯한 재신이.
나는 녀석의 결함 없는 옆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곤 다시 정면을 향했다.
....
"...기대는 하고 있었는데."
"........응...?"
"누나 모습."
".......=_=...아.그래...."
"...근데 우리도 기억 못하는 븅신이 되서 올 줄은 몰랐는데.=_=..."
어..미안하다고...=0=...
미안하다고 새키야!!!!!!!!!!!!!!!!!!!!!!!!!!!!!!!=0=
나는 부르르르 떨리는 주먹을 가까스로 제어해내며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 단지에 제발 빨리 도착해달라고
마음속으로 열심히 기도했더랬다.=_=...
.....
...............
\성재 아파트 단지
"이년아!!!!!!!!!!!!!!!!!!=0="
밤바람을 뚫고 내 귀에 박히는 한 여자의 목소리.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있다가 들은거라 그런지
깜짝 놀란 나는 어깨를 한 번 크게 들썩인 후
재빨리 앞서가는 재신이 놈 옆에 찰싹 붙었고....=_=....
....
저 멀리서 사람 형체를 한 무언가가 두 개씩이나 이리로 달려오고 있었다.
"...헉...재신아 저게 뭐지!!=0=..!!!"
"....누나 아는 사람 아니에요?"
"나 한국에 아는 사람 별로 없어!!!!=0=
울 집 아는 사람은 더더욱 없고!!!!!!!!!!"
"............"
숨가쁘게 헉헉 거리며 달려오는 두 형체에...
그리고 아는 사람이 아니라며 불안한 듯한 내 모습에...
"....누나.뒤로요."
"...엉..?ㅠ0ㅠ.."
"뒤로 빠지라구요."
재신이 녀석은 그 이상의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이제 가까이로 다가온 두 사람을 향해 주먹을 꽉 쥐여보였다.
....
'와락!!!!!!!!!'
....
그리고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두 사람은 이내 속력을 더 내어 미친듯이 달려오더니
재신이 놈은 쳐다봐 주지도 않고 지나쳐 버린 뒤
내 몸을 와락하고 끌어안아버린 것이다.=_=...
......
놀란듯한 재신이가 휙 뒤를 돌아 나를 살피면...
나 역시 왕방울만한 눈으로 재신에게 손을 뻗었고....
"...누....."
"아이고!!!!권아 이 뇬아ㅠ0ㅠ도대체 어딜 갔다 온겨어!!!!"
나를 부르려는 재신 놈의 말을 끊고
나를 껴안은 두 사람 중, 여자가 나를 품에서 떼어놓으며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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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소리....
".............고모...=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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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안와서 한편더쓰구가요!
모두들 안녕히주무시고 학교잘다녀오세여!!!!
첫댓글 앞으로 어케될지 궁금하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ㅇ^!!!!더재밌는내용많이생각해낼께요!
ㅋㅋㅋ고모?????
넹고모!!00편보시면 가까운곳에 고모가살고있었답니다~!!!!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ㅋㅋㅋㅋㅋ헉다시보니뒤끝잇는것도같고...!!감사합니다^ㅇ^!!앞으로 더열심히쓸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