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곤 씩씩 거리며 옥상을 나왔다.
*
"잠깐만."
- "탕탕-"
"정이나!!"
"어차피 죽여야했어, 김영원."
난장판이 된 사무실. 그 안에 영원과 한 여자가 서있다.
한 여자는 차갑디 차가운 얼굴로 바닥에 누워있는 남자를 향해 총을 겨누었고,
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피는 여기저기 튀었고, 그 모습에 영원은 눈살을 찌푸렸다.
"너 요새 이상해. 냉정하던 김영원은 어디갔는데.
어차피 내 부모, 네 부모 죽인 놈들이야.
죽여도 상관 없는 놈들이라고."
"...알겠다."
그리고는 영원은 그 어지러진 사무실을 나왔다.
홀로남은 그 여자는 어질러진 사무실을 둘러보고는 영원을 뒤따라 나왔다.
*
"놔라."
"너 저번에 안 나왔잖아."
"내가 안나간다고 했었잖아. 이거 놓으라고."
옥상에서 므흣한 일이 있고 난 며칠 후,
얼마동안 안보이길래, ' 그래. 너도 민망하겠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이 자식은 다시 뻔뻔하게 내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다짜고짜 나에게 어디를 가잔다.
"대체 어디 가는데."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나 바빠. 독서실 갈거야."
"내가 살게. 그냥 넌 내 앞에서 먹어주면 된다니까."
"내가 대체 왜!"
"잊었어? 내가 너 꼬셔본다고 했잖아.
우리 옥상에서 키스한................."
"야!! 너 미쳤어?!!!!!!"
내가 주변을 둘러보며 얼른 영원의 입을 가렸다.
이 미친자식이!! 그건 무덤까지 가져갈 비밀이란 말이다!!
"조용히 해! 너 그거 다른 애들이 알았다간 가만 안둔다!!"
"그럼 가서 밥 먹어."
"야! 너는 어떻게 며칠동안 사라졌다가,
아무렇지않게 짠- 하고 나타나서는 태연하게 밥먹으러 가자고 할 수 있어?
너 나 보는거 안 민망해?!"
"응. 안 민망해. 그럼 너는 민망해?"
"그래!! 아주 민망해 죽겠다!!
너랑 어떻게 마주보고 밥을 먹어!!"
"설마....첫키스?"
"이....!!!!!!"
설마 첫키스냐는 질문에 난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꼈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였다. 혹시나 이 자식이 볼까하는 마음에.
"우와, 진짜야? 첫키스라는거?"
"..."
"난 또. 엄청 걱정했는데."
"..."
"너같이 예쁜 애는 벌써 첫키스 해봤겠다 싶어서."
"..."
"다행이다. 나중에라도 졸업하고 서로 헤어지게 되면
네 기억속에는 내가 계속 남아있겠네.
'열아홉의 어느날, 옥상에서 김영원과 첫키스' 라고 말이야."
"...시끄러워."
내가 첫키스라는 걸 자꾸 강조해서 반복말하기하는 이 놈 때문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빨갛게 달아오른 내 얼굴 정말 창피하다.
"그게 그렇게 부끄러워? 고개 좀 들어봐.
오늘 갑자기 왜 그래? 평소 같았으면 내 정강이 차야되는거 아니야?
알겠어. 비밀로 할게. 그러니까 너도 나랑 밥 먹어줘."
"...정말이지?"
"응. 대신 세가지 소원 들어줘."
"밥만 먹자며!!"
"이건 평생 묻고 갈 비밀인데 그건 좀 약한것 같아.
대신 오늘 하나 쓸게. 너랑 밥 먹는걸로. 그니까 먹으러 가줘."
"알겠어. 대신 무덤까지 묻고 가."
"응."
그리고는 환한 미소로 답했다.
약속 안 지키기만 해봐.
진짜 그때는 정강이 걷어찰거야, 김영원.
첫댓글 으아....재밋다. 짱 재밋어요! 역시 몬가 생일때문에 더 보게 된다능!ㅋㅋㅋ
감사합니다 :) 앞으로도 쭉 관심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