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울산겨울수련회 9 - 저녁강의(하) 중에서 발췌)
◈ 소쉬르 - 記票 안에 記意가 항상 따라다닌다 !!
그렇다면 인간이 언어를 구사할 때 어떤 틀을 가지고 있는고 하니, '소쉬르'는 여기에 대해서 뭐라고 했는고 하니, 이 소쉬르는 제가 여러 번 이야기했는데, 중요하니까 다시 한번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소쉬르가 언어학자로서 위대하다는 점은, 기표(형식) 안에 의미(기의)가 항상 따라다닌다고 보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군대에서 상병이 혼자서 상병이 아니라, 이병이 있고, 일병이 있고 해야 비로소 상병이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여자들은 일병이 먼저인 줄 알지만, 이병이 먼저입니다. 이것 좀 바꾸면 안 되는데, 저도 가끔 헛갈리는데 말입니다. 이렇게 차이가 나야 계급의 의미를 안다는 것입니다. 파란불과 빨간불의 경우에도, 파란불이 있으니까 빨간불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변별성' 이라고 하는데, 혹은 '차이성' 이라고도 하고 말입니다.
그러니 의미라는 것은, 차이가 없으면 의미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야, 니 잘랐다" 라고 하면 반드시 누구와 비교가 된다는 것입니다. 비교되는 대상이 없으면 의미가 부각되지 않게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쉬르 이전까지는 뭐라고 이야기했는고 하니, 의미라는 것은 누구를 지시함으로서, 그 지시대상과 일치할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나무' 라고 하면, 그 지시하는 나무와 일치하기에 그렇다고 보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무 자체에는 나무라는 의미와 나무가 서로 일치하는 것이지, 나무라는 기표와는 일치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 말이 이해가 됩니까? 그런데 이 기표가 그 의미를 모두 담아냅니까?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기표 자체가 나무가 아니니까 차별화밖에는 별 도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소쉬르가 언어학에 공헌한 것이 무엇인고 하니, 언어는 자체 내에서 법칙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랑거' 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경상도 사투리로 '대구리 쑤그리' 라고 하면, 대부분 어리둥절해 하겠지만, 그러나 랑거라는 언어법칙에 의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대구리 쑤그리' 라고 하는 것이 "머리를 숙여라" 라는 의미인데, 물론 주어는 생략되었지만, 목적어와 동사가 분명하고, 또 이것을 표현하는 것이 사람마다 다 특색이, 즉 사람들마다 하는 표현도 다르고, 또한 음성도 모두들 다르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언어가 가지는 일정한 법칙을 두고서 '랑거(langue)' 라고 하고, 또 각각 특색이 있는 것을 '빠롤(parole)' 이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점점 더 복잡해지니 머리가 좀 아프지요?
언어를 이렇게 구별하는 것은, 한국어 따로 배우고 영어를 따로 배우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전체 언어를 하나로 뭉치기 위해서, 즉 랑거를 하나로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언어라도 이런 법칙을 만들어서 컴퓨터에 집어넣으면 모두 다 해석이 된다는 것입니다. 바벨탑 사건으로 언어가 흩어졌다면, 이제 랑거로서 하나로 모으자는 것입니다. 사실 언어학 자체가 모든 언어를 총괄해서 지배해야 의미가 있으니, 언어학자들은 이런 연구를 계속해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 그레마스 - 의미생성사각형, 내러티브구조 !!
소쉬르의 이러한 이론을 아주 멋있게 써먹은 사람이 누구인고 하니까, '그레마스' 라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구조주의 언어학자인데, 이 세상의 모든 언어는 이 법칙에 의해서 움직이니, 이것만 마스터하면 끝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레마스가 만든 '언어 사각형' 이라는 것인데, 이것을 좀 더 정확하게 '의미생성사각형' 이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보면 참 재미있다 싶은데, 첫 번째로, 모든 언어는 차별화 되는데, 그냥 차별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모순'과 '반대'말을 동원해서 차별화가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여기 '남자'가 있다면, 이 '남자'의 반대는 '여자'이고, 또 '남자'의 모순은 '비(非)남자' 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모순은 말이 성립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여자'의 경우에도 '비(非)여자'가 서로 모순관계가 되고 말입니다.
또 예를 들어서, 여기 달이 있는데 이 달의 반대말을 해라고 한다면, 이렇게 되면 해가 아니고 달이니 의미가 생기고, 또 모순이 비(非)달이 되는데, 그것은 달팽이도 될 수 있고, 책상도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나감으로서 달의 의미를 밝혀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작품에서 다 말입니다.
이것이 왜 중요한고 하니까, 어떤 작가의 작품을 비평적 입장에서 볼 때, 이 작가는 어떤 모순관계와 어떤 반대관계를 주위에 배경으로 깔아놓고 의미를 도출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방법 외에 다른 방법으로는 의미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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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마스(Algirdas-Julien Greimas, 1917~1992) - 1917년 발트해 연안 러시아령 리투아니아에서 출생한 그레마스는 거기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프랑스의 그레노블 대학, 파리 대학에서 공부하고, 프랑스어사의 대가 브뤼노(Ch. Bruneau)의 지도하에 1946년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46~1949까지 프랑스 국립학술연구센터(CNRS)의 연구원으로 근무한 후, 1962년까지 이집트 등지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쳤다. 그후 프랑스로 돌아와 포와티에 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그의「구조의미론(Structural Semantics)」은 1963~1964년까지 파리대학 이학부(Institute H. Poincarre)에서 강의한 것을 근거로 해서 1966에 간행되었다. 언어학보다 오히려 문학이론에 더 가까운 이 저서는 프랑스에서도 난해하기로 정평이 나있는데, 그 원인을 본문은 물론 각주에서조차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소쉬르 야콥슨 옐름슬레우 등의 현대 언어학과 논리학,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인류학 롤랑 바르트의 신화학 프로프의 민담형태론, 특히 칸트 헤겔 후설 메를로-퐁티 그리고 하이데거로 이어지는 현대철학에 대한 이해 없이는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1992년 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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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주의 기호학자 그레마스는 내러티브 구조를 발생시키는 내러티브 문법을 제안했다. 그는 프롭의 일곱 가지 역할을 기호학적으로 환원시켜 세 가지 유형의 내러티브 통합체를 제안했다(Greimas 1987; Culler 1975, 213).
실행 통합체(syntagms performanciels) - 직무와 투쟁
계약 통합체(syntagms contractuels) - 계약의 수립과 파괴
분리 통합체(syntagms disjonctionnel) - 출발과 도착
그레마스는 모든 내러티브 주제들, 행동, 인물 유형 3가지의 기본적인 이항대립을 설정한다.
주체와 대상(subject-object) (프롭의 경우, '영웅'과 '관찰자')
발신인과 수취인(sender-receiver) (프롭의 경우, '급파하는 자'와 '다시 영웅')
협력자와 반대자(helper-opponent) (프롭에 경우, '협력자'와 '제공자' + '악인'과 '거짓 영웅')
여기서 그레마스는 주체와 수취인을 둘 다 영웅이라고 주장한다. 주체는 찾는 것이고, 대상은 찾아진 것이다. 발신인은 대상을 보내고, 수취인은 대상의 목적지이다. 협력자는 행동을 돕고 반대자(적)는 그 행동을 방해한다. 그레마스는 주어-동사-목적어 문장 구조로부터 추론한, 이야기 구조의 원리로서 '행동소 모델(actatial model)' 제안하였다. 그는 전통적인 통사론의 '기능들'이 - 행위를 수행하는 것으로서 주체와 주체를 경험하는 존재로서의 - 단어들의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이야기는 공통의 '문법'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 '문화기호학, 문화 읽기의 이론적 틀 (김영순)'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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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예를 들어서, 대나무를 이야기하면 곧게 높이 자란다는 의미가 있고, 독수리를 이야기하면 더 높이 나른다는 것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언어란 낮은 것이 있어야 높은 것이 나오고, 밤이 있어야만 낮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반대와 모순을 동원해서 의미를 도출해나간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경우에도, 그냥 "나를 사랑하라" 라고 하지를 않고, "자기를 부인하고 나를 사랑하다" 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도 인간의 언어구조를 인정하고 들어와서, 자신의 뜻을 은유로서 이야기해서 못 알아듣게 한다는 것입니다. 즉 무슨 말인지 알기는 아는데 함축된 의미를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씨뿌리는 비유를 하시는데, 들어보면 알아듣지만, 그런데 문제는 왜 자기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는 것입니다. "너는 마귀에게 잡혔다" 라는 뜻인데, 그것을 알아듣지를 못한다는 것입니다. "너는 새들이 씨를 물고 가듯이 그렇게 물고 갔어" 라는 뜻인데, 그렇다면 그냥 쉽게 "너는 마귀에게 물렸어" 라고 하시지 않고, 왜 "참새가 날아와서 씨를 물고 갔다" 라고 하느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곧바로 "너는 마귀에게 물렸어" 라고 해도 상대방이 인정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오히려 예수님을 보고서 "당신이 마귀에게 물렸어" 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안 믿으니 말입니다.
그 다음에 또 그레마스가 이야기한 것이 무엇인고 하니, '내러티브(서사) 구조' 라는 것인데, 이 세상 모든 문학을 이 법칙 하나로서 다 끝내버린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춘향전이든, 심청전이든, 백설공주이든,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귀신 씨니락 까먹은 소리이든 말입니다.
무슨 내용인고 하니, 이렇게 주체자가 있으면 이 주체자를 돕는 사람이 있고, 이것을 방해하는 자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체자는 이 방해자를 극복하고 자기 목적을 이루는데 있어서, 이런 목적에 대해서, "얘야, 이 목적을 이루거라" 라고 목적을 수여하는 자가 있고, "예, 알겠습니다" 라고 수여를 받는, 수익자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 간단한 도식이, 전세계의 모든 영화와 드라마에 모두 다 합치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춘향전을 살펴봅시다. 주체를 누구로 잡느냐에 따라서 그때그때 다르다는 것입니다. 춘향이를 주체자로 잡으면, 그녀를 돕는자가 이도령이고, 그 반대자가 변사또이고, 그리고 춘향이는 목적이 있는데 신분상승이라는 것입니다. 어사부인이 되는 것 말입니다. 그 어떤 것이라도 다 한번 넣어보세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지 말입니다. '플로프' 라는 러시아의 민속학자도 이러한 주장을 했고 말입니다. 이 그레마스의 언어해석법이, 국문학과에 다니는 학생들은 알겠지만, 모든 비평에 다 투입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약간의 변형은 있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서강대 총장을 역임했던 신부인 서인석 교수가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구조주의적 성경해석법' 이라고 해서 소개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히트를 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총신대나 장신대도 다 따라서 교수들이 이것을 소개했다는 것입니다.
'내러티브 성경해석법' 이라고 해서 말입니다. "너희들 촌구석에 살다가 왔으니 이런 성경 해석법 들어봤어?" 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여기서 무슨 성령이 나오고, 십자가가 나옵니까? 어떻게 이 따위 것을 가지고 성경을 해석하느냐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 이 시간에 강의하는 것이, '아담 안'에 있는 인간들이 기껏해야 쏟아내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것을 살펴보고 있는 것입니다. 모든 인간들의 언어는 자기들끼리의 패를 만들기 위한 의사소통용이지, 하나님 앞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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