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화창한 날,
늦잠 좀 자보고싶어 이불속에서 눈만 깜박거리고 있는데 전화가 진동한다.
"엄마, 집에 올거야? 그럼 빨리와~~~"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의 목소리가 생글거린다.
어젯저녁 그리도 싫다하던, 그래서 점수도 늘 안좋았던 과학과, 사회를 100점, 90점 받았다며
신이나서 전화왔길래 오늘 가지고 싶은것 사주마 약속을 했던 터였다.
내가 요양하고 있는 병원은 차로 집에서 30분 거리의 산속에 있는터라,
급한일 있음 집에 다녀올수 있어 참 좋다.
경기도 가평하면 어디를 다녀도 산과 계곡이 아름답지아니한가.....
집으로 향한 길....
늘상 드라이브하는 기분이다.
양옆으로 산과 호수가 따라온다.
아...난 참 아름다운 곳에 살고 있구나......
작년 겨울에도, 올 봄에도 난 이길을 수없이 다녀갔었다.
항암을 하며 기력이 없어 약간은 풀린 눈으로 팔다리가 흩어질까 다잡아 긴장하며,
조수석에서 괜찮아를 되뇌이며 다녔더랬다.
이젠 여유롭게 스스로 운전하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내가 갑자기 새삼스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진다....
그 무엇보다, 아름답다...참 좋구나...하고 느낄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 좋다.....
딸아이게 약속대로 선물을 하고,
병원으로 함께 돌아왔다.
딸아이를 돌봐주시는 이모님이 집에 다니러 가시고, 신랑도 출장중이라 간만에 둘이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병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터라 함께 다니며 인사시키기도 한참....
좀 머쓱해하더니 금방 적응해서 깔깔거리며 웃는다.
저녁을 먹고, 노래방으로 직행...신이나서 부르는데 나도 아직 쓸만한가보다.
한참 요즘노래를 부르는 울딸하고 그냥저냥 맞추어서 노래부를수 있으니...^^
함께 만화책도 보고, 노트북에 다운 받았던 영화도 보고, 저녁내내 나름 바쁘게 보내고는,
오랫만에 딸아이를 꼭 껴안고 잠이 들었다....
아침..
산책을 했다.
둘이 손잡고 구불구불 40분 정도 산책을 하며 도착한 카페에서 차를 시켜놓고,
공짜컴을 하고 있는중...
나는 글쓰고, 딸아이는 저가 보는 동영상을 보여주며 신이 났다.
음악도 좋고...안면있는 친절한 여사장님도 좋고....통창으로 보이는 저 하늘과 산들......
그때는 몰랐었다.
내가 다시 여유로와 질수 있을거라 생각지 못했었다.
그냥 그날 하루하루 버티어 나가기도 벅찼었으니까....
억지로 내보이던 미소뒤에 진짜 나는 엉엉 울고 있었으니까.....
친구도,부모도,신랑도,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딸도,
내가 얼마나 아프고 힘든지 잘 모르도록 늘상 노력했었으니까.....
사랑하고, 감사하며 살고 싶다....
내 이기주의를 다스리며 살고 싶다.....
순간 순간 행복하고 싶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시간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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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딸아이가 말을 걸어온다.
"엄마, 나 다음주에도 병원에서 잘까?? "
병원가기 싫다며, 집에서 혼자 자겠다고 버티던 녀석이.....ㅎㅎㅎ
첫댓글 투병 생활하시는 님의 모습이 눈에 선히 들어 옵니다. 모쪼록 희망을 갖이시고 긍정적인 삶 누리시고 통 크게 사십시요.그ㅡ곳 연인산 ,명지산 등등 다 맑고 청정한 지역이잖아요?*^^*
다음 외래날 좋은 소식만 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즐거고 행복한 시간을 계~속 계~속 만끽하실 수 있도록.........
그렇게만 생활 하시면 완쾌 하시리라 짐작됩니다 그렇게 하루 하루 지내다 보면 5년 세월이 아무도 모르게 지나가겠지요 즐거운 생활 하시길 건강하게.......
처음에는 울분과 좌절이.... 지금은 어느정도의 여유로움이... 다음엔 즐거움과 행복한 나날이 이어지리라 믿습니다,즐겁고 여유로운 생활이 희망을 가져다 줍니다. 건강하시길.......
선선한 저녁바람에 mp3 들으며 산책하고 돌아오니 은근하고 기분좋게 땀이 났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님들이 주신 이쁜글 받아들고 한없이 행복하네요.....^^ 지루할수 있는 홀로 운동길에 음악을 함께 하면 훨 좋답니다. 님들도 한번 해보세요~~^^
교수님 말씀 한마디에 하늘 땅을 오가겠지요 ^^ 늘 감사드립니다
언니 오랫만에 소식들으니... 옆에서 본것같아 기뻐요.... 잘지내고 계시네요... 멋진언니....화이팅!!!
ㅎㅎㅎ 너무 열심히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자기님~건강하셔요~~~
너무나 행복하게 지내시는듯해서 살짝 샘이 나려고 하네요...잘 지내신다니 저도 기뻐요
참..희안하네..자기님이 글올릴때마다 댓글순위 항상1위네요..비결이 뭔가요...ㅎㅎ
모두 님들이 주시는 사랑 덕분이죠~~~^^
저희딸도 초등학교5학년인데....자기님 ...행복해보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