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한가운데 서있는 콧대가 낮아
되레 광대뼈가 더 높아 보이는 내 얼굴을
우리 딸내미가 그대로 닮았다.
그나마 낮은 콧잔등에 시금자깨처럼 콕콕 주근깨가 박혀 있어
어렸을 때 내 별명이 '삐삐' 아님 '캔디' 였다.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시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돈 없으면 성형 못해 못생긴 거란다.
성형의 시대를 아나 딸내미는
하루는 쌍거풀 수술 해달라, 또 하루는 콧대를 높여달라 졸라서
내가 한 마디 했다.
'누가 아냐? 니 그 얼굴이 귀엽다고 좋다고 졸졸 따라다닐 줄 모르는 겨?'
" 그런게 어딨어 남자들은 이쁜 여자들만 쳐다보는 거 아녀?'
그 질문 대답으로 너는 자연산이고 성형미인보다 훨씬 정직하구 얼마나 자연스러운 건데 하면서 살살 달랬다. 그 말을 잘 들었는지 몰라도 별 투정을 그 동안 투정을 안했지만,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내 얼굴은 늙어서 할 수 없구, 딸내미 얼굴은 좀 어떻게 해 볼까 하다가 에라이 모르겠다 기도를 해야 되겠다 싶었다.
" 어떤 사위 눈에 사랑의 콩깍지를 쒸워서 울 딸을 졸졸 따라다니게 하여 주시옵고,
착하고 속 안 썩이는 사위를 만나게 해주십시오" 했다.
장애인이라 어따가 말해도 보나마나 일테고, 지들끼리 좋아서 만나야 자연스러운건데 이것 저것 아무리 생각해도 울 딸내미 결혼 할려면 좀 애로 사항이 있지 않을까 내심
걱정도 했다. 사실 나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당신 닮아 못생겼다고 그 당시 나중에 사위한테 천만원 줘야 데려 갈까 말까 했다는데, 지금 남편 아직 이 애길 모른다. 혹시 지금이라도 청구하면 없었던 거로 도로 무르자고 해야지.
작년에 내 기도 응답을 하나님이 준비해 주셨나 울 딸래미가 넌즈시 애길한다.
" 엄마 내가 이쁘고 귀엽다고 오빠가 나랑 사귀자고 하는데 만나 말어?" 이런다.
" 뭐시 그럼 만나야지 소개팅이여?'
물었더니 직장 동료 언니가 해 줬는데 자기가 귀엽고 좋단다.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아이구 하나님 감사합니다. 나 닮아 못생긴 딸내미가 귀엽고 이쁘다고 하면 틀림없이 하나님이 콩깍지를 제대로 씌워 준거다라고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뭐하는 놈이냐 학교는 뭐 이런 거 묻지도 않았다. 그저 울 딸만 좋아만 해줘도 어딘데.
그런데 오월달에 느닷없이 딸내미 문자가 왔다.
" 엄마 나 생리를 안 해 왜 그런겨?"
그 문자를 보고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아이구 하나님 애기는 달라고 안 했는데 이게 뭔 일아라요?
그래서 부랴부랴 병원에 데려 갔더니 임신 7주란다.
그러면서 초음파를 찍는데 눈곱만한 점이 콩칵콩닥 뛰는 것이 애기 심장이란다.
의사가 축하합니다. 산모도 애기도 건강하니 걱정말란다.
아직 결혼을 안했는데 덜컥 임신을 했으니 이를 어쩐다?
그래서 또 사위를 우선 먼저 만나야겠다 하고 쫒아 갔더니 사진으로 본 것보다
훨씬 더 잘 생겼다. 우리 딸이 어디가 좋은 겨 하고 물었더니
" 그냥 좋아유~~"
그 말 듣고 내가 허허 웃었다. 그려 그 말이 정답이지.
하나님이 제대로 사랑의 콩깍지를 입혀 놨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급박하게 상견례를 잡았다.
양가 부모를 만나는 자리에서 내 눈을 의심했다.
돌아가신 시아버님 얼굴하고 사돈 어른 모습하고 너무 닮았다.
혹시 이거 일가친척 아닌가 했다. 사돈어른이 먼저 한 말씀 한다고 하는데
" 저기 울 딸도 일본으로 24살때 유학을 보냈더니 아 글쎄 교회에서 사위를 만나가지고
덜컥 애를 가져서 얼렁뚱땅 결혼을 시켰어유. 그래서 사돈네 맘도 제가 십분 이해 합니다. 울 아들 부족한디 거두 절미하고 우선 결혼시킵시다!' 하신다.
딸 사위가 원자력 공학박사인데 독일에 가서 산단다. 그래서 딸을 멀리 보냈더니 이젠 며느리를 보는데 손자까지 데리고 오니 얼마나 고마운지 딸내미는 걱정 말란다. 형님이 의사라서 아프면 병원비는 걱정 마시고 예단이고 혼수도 하지 말란다. 애들한테 도움 되는 것으로 몰아 주고 결혼 비용도 부담하겠단다.
아이구 하나님 이게 무슨 일인지요?
제가 원한 것은 울 딸에게 사위 사랑의 콩깍지를 씌워달라고 햇는데,
이게 무슨 일이 랍니까?
독일에 있는 딸이 아이 나으면 독일산 유모차도 선물로 보내준다고 미리 약속도 했단다.
산모용품도 안사돈이 다 준비해놧으니 몸만 조심 조심 오란다.
머릿속이 뱅뱅 돈다. 세상에 하나님은 너무 자상하시다.
"제가 뭐 좀 하나 여쭤 볼께요 혹시 종교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했더니
" 기독교예요. 울 외손자 이름이 예수님 은혜받고 낳아서 예은이예요!" 한다.
나 뒤로 넘어질 뻔했다. 오 마이갓 ! 이 말이 저절로 튀어나오는 이유를 알겠다.
이미 하나님이 준비하신 예비사위 인 셈이다.
" 울 아들이 교회를 잘 안 갈려고 하니까 결혼하면 같이 꼭 예배드려야 한다 알았지?"
안 사돈이 울 딸을 보고 그런다.
사돈 내외가 독일을 갔다와서 곧 결혼식을 치루자고 하면서
작은 결혼식을 조심스레 말씀 하시는데
저도 동의한다고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원래 큰 결혼식이든 아니든 그런거 사실 별 차이는 없는데, 원체 비싼 결혼식장 임대료도 그렇지만, 무리하게 진행하다가 빚만 남는 것을 보니 서로 부담가는 거 하지 말자고 하면서 독일 간 딸네 사돈덕에 진짜 딸도 몸만 보냈단다. 그러니 우리도 울 딸내미에게
부담 주지 않고 몸만 오란다. 받았으니 돌려줘야 한다며 손주도 같이 오니 감사하단다.
상견례를 하고보니 이 모든 것이 모두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을, 축복이라는 것을 어떻게 이리 치밀하게 준비하시고 예비해놓으셨는지 부족하고 미련한 이 딸내미가 하나님의 영광을 돌리게 하시려고 하셨나 보다.
돌아오면서 그 동안 울 딸 키우면서 일어났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약을 안먹겠다고 도망다니는 아이를 겨우 겨우 달래서 먹이면 토하고 울고
이젠 약 안먹겠다고 떼를 부리면서 액봉지째 몰래 버린 적도 한 두번이 아니었다.
시험 성적이 빵점 나와서 엄마 나는 왜 시험지에 비만 내리는 거야? 하고 묻던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 이젠 결혼을 하게 되었다.
모든 고난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 !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 기도만 나온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멘
첫댓글 ..........!!!!!!!!
아고 감사드리유 울 딸내미 사윗감도 보내즈셔요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진심!진심!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