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적이다’, ‘폭력적이다’, ‘비문명적이다’ 복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말하자면 대충 이렇다. 적어도 10년 전까지는 그랬다. 주먹 하나만 믿고 피땀 흘려가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는 어느 복서의 눈물겨운 성공담도 그때는 종종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복싱은 달라졌다. 스포츠로서는 물론이고 생활 체육으로 눈부신 성장을 보이고 있다. 복싱 체육관은 더 이상 어두침침하고 으슥한 ‘그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여배우 이시영 씨의 아마추어 복싱 데뷔와 다이어트 열풍으로 복싱은 생활 체육의 한 종목으로 당당히 자리매김 하고 있다.
특히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훌륭한 탈출구로 등극하면서 복싱은 이제 ‘주먹 좀 쓸 줄 아는 특별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젊은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과 중·고생들, 심지어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인기다. 운동량이 부족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중·고생들의 문의 또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지난 7월 산남동에 새로 문을 연 ‘장관식·김원일 복싱·헬스·에어로빅’이 화제다.
복싱, 헬스, 에어로빅 등 다양한 운동 즐길 수 있어
산남동 기업은행 옆 건물에 위치한 ‘장관식·김원일 복싱·헬스·에어로빅’은 상호 그대로 복싱과 헬스, 에어로빅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체육관이다. 주부들을 위한 에어로빅부터 정통복싱, 요즘 ‘핫하다’는 뮤직복싱, 다이어트의 기본인 유산소 운동을 할 수 있는 헬스기구까지 90평 공간을 참 야무지게 활용한다.
여러 가지 운동을 하는 곳이라고 해서 이것저것 대충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장관식·김원일 복싱·헬스·에어로빅은 전 국가대표 복싱선수 3명이 맘을 모아 문을 연 곳으로 정통 복싱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이다. 복싱을 전문적으로 했던 6명의 코치들이 상주하고 있으며 복싱의 기초부터 100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미트훈련을 할 수 있다.
또한 11월부터 12월까지 등록하는 신규 회원 30명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실시한다. 입관비와 글로브를 무료로 제공하며 2인이 함께 등록하면 1만원, 3인 이상 함께 등록하면 2만원을 추가로 할인해준다.
복싱의 운동효과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것은 운동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한다. 장관장은 “다이어트는 기본적으로 체력이 받쳐줘야 가능하다”며 “복싱으로 우선 체력을 기르고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한다면 10㎏정도는 누구나 무난하게 감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부 안윤경 씨는 “그동안 복싱은 다가가기 힘든 운동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니 생각만큼 어렵지도 않고 살도 빠진다고 해서니 나도 한번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운동의 ‘운’자도 모르는 초보라고, 또는 복싱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곳에서는 복싱의 기본 스텝부터 팔을 뻗는 방법 하나하나 배울 수 있다.
복싱이 최근 급부상한 것은 스트레스와도 관련이 있다. 샌드백을 치면서 스트레스를 날려 보낼 수 있기 때문. 장관식 관장은 “장시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복싱은 잠시 답답한 마음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열심히 운동하고 나면 기분도 상쾌해지고 그만큼 더 공부에 집중할 수 있으며 자신감도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싱은 나의 인생~
1970년대 빠른 발놀림과 무서운 펀치를 날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를 기억할 것이다. 50, 60세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알리의 모습은 선명하다. 흑백 TV 속에서 호랑이라도 때려잡을 듯 한 기세로 주먹을 날렸던 알리.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그의 말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장관식 관장도 그런 알리를 알고 있다. 한때 그를 동경하기도 했다. 비록 알리를 어깨너머 흑백 TV로 보며 성장하지는 않았지만 장 관장은 복싱과 함께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사실 장 관장은 유년시절부터 복싱을 한 것은 아니다. 중학교 1학년 때 28㎏이었다니 운동과는 거리가 있어도 한참 있었다. 하지만 타고 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걸까? 장관장은 허약한 몸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복싱을 배운지 1년 만에 전국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물 만난 물고기였던 셈이다. 급기야 고등학교 3학년 때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한국체육대학에 입학했고 그 후 국가대표 복싱 선수로 8년을 살았다.
2014년부터 ‘조석환 복싱클럽’에서 3년간 체육관을 운영해 본 경험을 십분 발휘해 이제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체육관을 운영해볼 계획이다. 운동선수였던 것도 행복했지만 체육관을 운영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나누는 삶도 참 행복하단다.
현재 장관식 관장은 분평동에서 ‘장관식·김원일 복싱·헬스·에어로빅’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문을 연 산남동 체육관은 2호점인 셈이다.
‘주먹이 운다’ 때리면서 스트레스 풀고 어려운 이웃 도와
장관식 관장은 일명 ‘주먹이 운다’로 유명하다. 주먹이 운다는 한 달에 한 두 번씩 산남동 먹자골목에서 매를 맞고 불우이웃을 도울 성금을 걷는 이벤트다. 남자는 1만원, 여자는 5000원을 내면 참가자들은 1분 동안 장 관장을 때리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재미와 함께 훈훈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다.
장 관장은 ‘주먹이 운다’ 이벤트로 모은 성금을 산남주민센터에 기탁, 어려운 이웃들에게 쌀 50가마를 후원할 계획이다. 이벤트의 시작은 영화 ‘주먹이 운다’에서 남자 주인공으로 나오는 강태식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했다. 강태식은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로 잘 나가던 복서였지만 도박과 공장 화재 등으로 가진 것을 모두 날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거리의 매 맞는 복서로 나서게 된 캐릭터다. 이전에도 연탄 나눔 봉사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장관장은 “평소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주먹이 운다’ 이벤트를 통해 봉사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편 장관식·김원일 복싱·헬스·에어로빅에서는 두 달에 한 번씩 회식을 연다. 회식은 관원 전체가 한 자리에 모여 서로 얼굴도 익히고 사는 얘기도 나누는 시간이다. 장 관장은 “관원들이 서로 친해지면 그만큼 서로에 대해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만큼 체육관에 오려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복싱이 주먹 쓰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화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사회는 점차 복싱에 대해 마음을 열어가고 있다. 복싱은 더 이상 폭력적인 운동이 아니라 친근하고 열려 있는 운동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30여 년 전 ‘쨉! 쨉!’ 주먹을 날리며 친구들과 장난쳤던 추억이 떠오른다. /문의 291-1282(산남동 기업은행 옆 건물 스타빌딩 4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