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훈 시집, <고요한 노동>, 푸른사상, 2024년 10월
정세훈 시인은 열일곱 살 때 공장에서 작업하다가 안전사고로 참혹하게 즉사한 동갑내기 동료를 잊지 못한다. 소규모 공장들에서 일하다가 진폐증으로 작업장을 떠날 때까지는 물론이고 시를 쓸 때마다 그 일에 대한 슬픔과 분노에 목이 멘다. 그리하여 노동자를 살리지 못하는 시는 함부로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비정규직 노동자, 해직 노동자, 산업재해 노동자, 가난하고 힘없는 노동자를 위한 투쟁의 노래를 부른다. “늙은 국수공장 주인”처럼 “낡은 국수공장 기계를/눈물로/방울방울 어루만진다”(「몸이 몸을 어루만진다」). 깎아지른 절벽에서 바위와 한 몸이 되어 살아가는 나무들과 같은 자세를 갖는다. 위장 폐업으로 문을 닫고 철거한 공장의 공터에 등 돌리지 않고 “노동을 하듯/꽃을 심는다”(「꽃을 심는다」). 생이 다할 때까지 노동의 뿌리를 지키겠다는 시인의 시들은 아프고 슬프지만 간절하고 애틋해서 따뜻하다. 인간답게 살아가려고 노동하는 우리에게 위로와 아울러 연대의 힘을 준다.
― 맹문재(문학평론가 · 안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