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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雲 兪熙東 시조집 평설>
자연과 생명을 경외(敬畏)하는 순수서정
野城 이도현
(국제펜한국본부 자문위원)
1. 序言
靑雲 兪熙東 시인이 첫 시조집 「파란 하늘이 깊다」를 상재한다. 고희를 넘어 느지막하게 시조집을 출간함에 얼마나 가슴이 설레고 벅찰까? 축하를 드린다.
그는 충남의 알프스라고 부르는 칠갑산, 청양(靑陽) 운곡(雲谷) 출신으로 일찍이 학업을 마치고 경찰공무원으로 30여년 봉직하다가 정년 한다. 2012년 계간 <미래문학>에서 시 부문으로 등단하고, 2016년 <가람문학> 시조 전문지에서 신인상을 수상,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작품 창작에 정진하고 있다.
경찰공무원으로 재직하는 동안에는 경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함은 물론 직원간의 유대를 돈독히 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치안과 질서를 유지함에 솔선하여 내무부장관 표창 등 모범공무원으로서 널리 알려진 분이다.
이번에 발간하는 시조집엔 84편의 작품을 4부로 나누어 구성하고 있다. 사랑, 봄날, 꽃, 생명, 미소, 초록빛, 젊음, 낭만, 보름달 등 사용한 시어들이 밝고 긍정적이며 내용에 있어서도 춘하추동 계절 순으로 수록되어 있어 시조집 초고(草稿)를 읽고 이해함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유 시인이 시조집 서문에서 밝힌바 “문학의 창작은 무언가 표현하고 싶은 욕구에서 시작된다. 본인도 시를 짓고 메모를 남기면서부터 들꽃을 보고 향기를 느끼며, 꽃과 나무와도 대화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와 같이 그의 시조 창작은 대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것과 대화를 나누면서 체험하고 느낀 소회(所懷)들을 천의무봉(天衣無縫), 꾸밈없이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쉽게 읽혀지면서 깊은 뜻을 함의(含意)하는 장점을 갖는다.
이러한 작품들은 청양(靑陽)이라는 맑고 쾌적한 자연환경에서 출생하고 성장하여 그간 갈고 닦은 순정(純正)한 심성(心性)과 생명을 보호하고 치안을 유지함에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철저한 사명감에서 비롯한 건강한 작품들이 우리 고유의 정형시, 시조라는 그릇에 여과되어 이른바 ‘자연과 생명을 경외(敬畏)하는 순수서정’으로 경작되어 있었다.
세상 사람들이 흔히들 위만 바라보고 파란 하늘을 동경하지만 유희동 시인은 호수속의 파란 하늘을 굽어보면서 그곳에 정지된 하늘의 깊이와 고요함을 찾고자 한다. 여기서 유시인의 시조는 주목을 받게 된다.
2. 사랑의 계절
새 생명 돋아나는
봄날은 좋은 계절
흥겨운 봄노래도
사방에서 들려오고
대자연
사랑 속에서
모든 생명 기뻐하네.
계절 속의 봄날은
사랑이 피는 시기
한겨울 동토에서
죽은 듯이 숨어 있던
새싹들
자라나면서
부활의 꽃이 핀다.
-<사랑의 계절>전문
두 수로 된 연시조이다. 역시 봄은 사랑의 계절이다.
대자연의 모든 생명들이 사랑의 계절, 봄을 맞이하는 환희와 기쁨을 노래한다. 겨우내 꽁꽁 얼어붙은 동토(凍土)에서 죽은 듯이 움추린 초목이 다시 부활하는 모습이다. 봄은 생명이요, 부활이다. 생명의 존엄, 생명의 경외(敬畏)를 찬양하는 사랑이 샘솟는 작품이다.
부모님 귀천 후에
자주 못간 고향집
금년 봄 살구꽃은
예전처럼 피었으리
꽃 보고 늘 웃으시던
어머님 환한 얼굴.
부모님과 함께 했던
시골집 어린 시절
내 가슴에 떠 오른
그리운 영상들
비 오면 더욱 선명히
빗소리로 사무쳐.
-<내 고향>전문
누군들 고향이 없으랴? 그러나 유희동의 고향은 더욱 살구꽃처럼 다가선다. 고향을 지키시던 귀천(歸天)하신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을 살구꽃으로 환치(換置)한다. 마당가에 살며시 피어오른 살구꽃을 상상하면서 어머님의 얼굴을 떠 올린 정경이 다소곳하게 분위기를 감싼다.
어디 꾸민 자국이 한 치라도 있는가? 시를 미화하려고 애쓴 흔적도 없이 독자를 안으로 끌어 드리고 있다. 있는 그대로 소박하게 올려놓은 동양화 한 폭을 본다. 빗소리로 가만가만 다가서는 작품이다.
미소는 사랑의 꽃
아름다운 향기여라
서로가 배려하며
이기심을 버릴 때에
사랑은
곱게 피어난
한 송이 꽃이었다.
-<미소>전문
초장에서 미소는 사랑의 꽃이요, 아름다운 향기라고 병치은유(竝置隱喩)한다. 중장에서는 서로가 배려하며 이기심을 버릴 때에 미소는 사랑으로 피어난다고 일깨우며, 종장에서는 사랑이라는 관념을 꽃으로 형상화(形象化)하면서 작품을 마감한다. 위의 작품 ‘미소’와 같이 시조는 3장 6구 12소절 45자 내외로서 한 편의 작품을 만든다. 옛 부터 단수(單首)가 기본이요, 대종(大宗)을 이루어 왔다.
미소는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속의 우리네 삶을 밝고 건강하게 이끌어가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하루하루를 미소 지으며 기쁘게 살 일이다.
오월의 내 가슴에
웃고 있는 찔레꽃
향기로 말하며
벌 나비 불렀는가
볼수록
화사한 꽃송이
바람도 웃음 놓네.
연초록 새순들이
키 자랑 경쟁할 때
맨손으로 순 하나
껍질 벗겨 맛보면
입술 끝
향긋한 단맛
새봄의 사랑일레.
-<찔레꽃>전문
어린 시절 고향의 봄을 추억하는 청순한 감각이다. 첫 수에선 찔레꽃을 의인화 하여 향기로 말하며 벌 나비 불렀는가? 벌 나비 모여드는 꽃송이를 보고 바람도 웃음을 놓는다고 묘사하고, 둘째 수에선 연초록 새순을 뚝 꺾어 껍질 벗겨 맛을 보면 향긋한 단맛이 입술 끝에 감긴다고 표현한다.
“맨손으로 순 하나/껍질 벗겨 맛보면”의 대목은 어린 시절 고향의 추억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실감을 한층 더해 주고 있다. 동심으로 돌아가 동영상을 보는듯한 순수서정을 맛보게 하는 가작이다.
3. 해변의 낭만
사막의
물 한 모금
생명수요 사랑 일세
한여름
가믐 속엔
초목들도 몇 방울 물
금보다
소중하다네
물 한 모금
사랑이.
-<사랑 한 모금>전문
위의 작품에서 “물 한 모금/ 생명수요 사랑일세”의 은유는 곧 “물 한 모금=생명수=사랑일세” 와 같이 등식으로 표기할 수 있다. 한 모금의 물은 생명을 살리는 물이며 사랑이라는 것이다.
물처럼 소중한 것이 있을까? 그러기에 관자(管子)에서는 물을 신으로 예찬했으며, 탈레스는 물을 만물의 근원이라 했고, 노자(老子)는 도덕경에서 물을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하여 이 세상에서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 하였다. 따라서 물 한 모금이 금보다 소중하다고 물의 가치를 예찬하고 있다.
<가>
낭만이 춤을 추는
푸른 바다
해변엔
태양(太陽)에
도전하는
청춘들이 넘실대고
푸른 꿈
파도를 타고
구만리를 항해한다.
-<해변의 낭만>전문
<나>
청춘은
푸른색의
계절이라 자만 말라
봄 한철
피는 꽃도
열흘 못가 낙화하듯
우리네
한평생 삶도
일장춘몽(一場春夢) 꽃잎 하나.
-<청춘>전문
위의 두 작품 <가>와 <나>는 같은 ‘청춘’을 소재로 한 작품이지만 내용면에서는 서로 대조(對照)를 이룬다.
작품 <가> <해변의 낭만>에서는 뜨거운 태양에 도전하면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 젊음의 꿈과 낭만을 펼치는 역동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마치 50년대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린 민태원의 수필 ‘청춘예찬’을 방불케 하고 있는 작품이다.
주먹을 불끈 쥐고 금시 천상(天上)에라도 뛰어오를 듯 젊음이 용솟음치고 희망이 약동하는 정서다.
그러나 작품 <나>에서는 사뭇 달라진다. 청춘은 푸른색의 계절이라고 자만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봄 한철/피는 꽃도/열흘 못가/낙화 하듯(花無十日紅)” “우리네/ 한평생 삶도/ 일장춘몽(一場春夢) 꽃잎 하나”라고 비유하면서 청춘을 오만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우리 삶의 과정에서 청춘은 얼마나 중요한 계절인가? 때문에 약동하는 희망을 가져야 하고, 멋진 낭만의 꿈도 꾸어야 하며, 하늘을 치솟을 듯 태산 같은 포부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꿈이 실현성(實現性)이 없고 일장춘몽으로 헛된 꿈이 된다면 얼마나 허무할까? 이를 경계하고 있는 깊은 뜻을 함의(含意)하는 작품이다.
4. 파란 하늘이 깊다
들국화 핀 곳에는/누님의 얼굴이
바람에 흔들릴 때/웃음은 퍼져나고
청명한/가을 하늘에/피어나는 하얀 웃음.
찬바람 불어와도/그 얼굴은 언제나 봄
찬 서리 내리어도/예쁨을 잃지 않는
들국화/고고한 향기/그리운 누님의 정.
-<들국화>전문
들국화는 우리나라 가을을 상징하는 대표적 야생화이다. 시인은 첫수에서 들국화를 누님의 하얀 웃음이라 은유 했고, 둘째 수에선 누님의 고고한 향기라 했다.
들국화를 의인화하여 누님의 얼굴과 웃음을 떠올리고 누님의 향기까지를 상상하는 정서이다. 시각과 청각 그리고 후각까지 융합하여 공감각(共感覺)으로 반죽한 아름다운 그림 한 폭이다. 야산에 하얗게 그리고 다소곳하게 핀 들국화 가을 그림 한 폭을 본다.
하늘은 내 발아래
호수에도 있었네
늘 우리 머리 위
높은 곳에 있었지만
이 가을
호수 속에는
파란 하늘 있었네.
물속의 하늘에는
기러기 떼 날아가고
물속의 하늘에는
조각구름 지나간다
호수는
깊어서 푸르고
깊은 하늘 더 고요하다.
-<파란 하늘이 깊다>전문
시집제목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그만큼 시인의 생각과 경륜이 함축된 작품이다. 첫 수에서는 하늘은 늘, 우리 머리위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 가을 호수 속에서 파란 하늘을 발견한다.
둘째 수에선 호수 속 하늘에는 기러기 떼도 날아가고, 조각구름도 지나간다 하고, 호수는 깊어서 푸르고 깊은 하늘이 더 고요하다고 술회한다. 시인은 호수 속에서 반사되는 하늘의 참모습 곧 하늘의 진면목(眞面目)을 거울을 보듯이 그려낸다. 명경지수(明鏡止水)를 찍어내고 있다.
잡념과 가식이 없는 고요하고 평정한 마음가짐을 깊은 호수에서 찾아낸다. 그래서 이 작품의 화두(話頭)를 파란 하늘이 깊다고 말한다. 이러한 생각, 이러한 정서가 곧 시인의 평소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70평생 세상을 살아온 그의 경륜이 함축된 대목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시집 전체에서 감지된다.
세상 사람들은 흔히 들 파란 하늘을 높은 하늘에서만 찾는다. 그러나 유희동은 호수 속에서 굽으리어 아래를 보고 그 고요함을 찾고 있다.
시인의 평소의 생각과 세상을 낮게 살아가는 자세 그리고 철학이 내재된 작품이다.
늦가을
노을빛도
장미처럼 물들고
노을빛
바라보는
산자락도 물들고
저물녘
강가의 물결도
울어가며 물들고.
-<만추(晩秋>전문
늦가을, 날이 저물어 물들어가는 노을빛의 정경을 노래한다. 만추(晩秋)는 가을의 끝이요, 노을빛은 해가 저무는 하루의 끝자락이다. 노을빛이 곱다고는 하지만 그저 우리를 쓸쓸하게 만드는 황혼(黃昏)임에 틀림없다.
황혼녘의 쓸쓸한 정경을 이처럼 표현한 작품 또 있을까? ‘물들고’를 반복하여 만추의 정감을 한껏 점층 시킨다. 늦가을 노을빛을 바라보는 물들어가는 산자락 그리고 저물녘 강가의 소리 지르는 물결을 반죽하여 쓸쓸하고 고적하게 분위기를 이끈다.
이렇듯 시조는 읊을수록 멋이 있고 음미할수록 깊은 맛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시조만이 갖는 리듬이요 오묘한 가락이다.
홍시를 바라보며 추억 여행 하시는가
가을볕에 붉고 곱게 잘 익은 세월아
빛나는
어머니 시름
매어달린
가지 끝.
-<홍시>전문
홍시처럼 잘 익은 작품이다.
어머니처럼 고생하시고 어머니처럼 존경받아야 할 사람 또 있을까? 백번을 부르고 천 번을 불러보아도 다시 부르고픈 어머니! 그러기에 어머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고귀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유시인은 지금 홍시를 바라보며 어머니를 추억한다.
“가을볕에 붉고 곱게 잘 익은 세월아” 중장(中章)에서 홍시를 바라보며 시인의 어머니께서 누려온 긴 세월을 ‘붉고 곱게 잘 익은 세월’이라고 표현한 대목이 일품이다. 또한 종장 첫구에서 어머니의 자식을 위한 시름, 걱정을 ‘빛나는 어머니 시름’이라 표현한 대목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역설적인 시어의 결합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거양하고 있다. ‘어머니 시름’은 빛나는 훈장으로 읽혀지기 때문이다.
5. 그대 이름 부르면
그대 이름 부르면
대답소리 들려오고
대면하면 웃으며
손을 잡고 반겨올 듯
그 생각
다시 하면서
그대 흉상 바라본다.
부음소식 들려오고
떠 난지 오래지만
남자다운 그 목소리
늠름한 모습이여
면면히
들려올 듯한
생존 시의 임재엽군!
-<그대이름 부르면>전문
*임재엽군은 2010, 3, 26 백령도 앞바다에서 북한 잠수정의 기습적 인 어뢰공격을 받아 천안함이 침몰하면서 46명의 용사와 함께 산화 하였음.
2016, 3, 26 백령도 앞바다에서 북한 잠수정의 어뢰공격을 받아 천안함이 침몰하면서 국군 46명의 용사가 산화되었다.
그 중 임재엽군은 충남기계공고 졸업생으로서 그날을 기억하려고 동문회에서 모교교정에 흉상을 세웠다.
유시인은 10여년 이상을 충남기계공고에 몸담아 봉사하면서 아침저녁으로 임재엽 군의 흉상을 바라보며 꽃다운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 서해를 지키다 산화한 그의 넋을 위로하고 추모하고 있다.
<가>
웃음꽃은 남녀노소/누구나가 피운다
우리 모두 밝게 웃어/행복을 불러오면
행복은 /권문세가의/전용물이 아닐세.
울고불고 하지 말고/웃음꽃 피워보세
웃음꽃 자주피면/향기 따라 복이 오고
한 가정/화목함속에/거울도 웃는다.
-<거울도 웃는다>전문
<나>
마음을 가볍게
늘 비우고 살라한다
비워야 맑고 밝은
고운소리 울린다고
빈 가슴
늘 유지하라
쌓이면 짐이 된다.
욕심을 절제하고
가슴속을 비우라
가득차면 무거워
가던 길도 못 간다고
언제나
마음을 비우고
오름길을 가란다.
-<마음을 비우고>전문
작품<가>는 <거울도 웃는다> 전문이요, 작품 <나>는 <마음을 비우고>전문이다. 작품 <가>에선 웃으며 살라 하고, 작품 <나>에선 비우며 살라 한다.
작품<가>를 보자.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 하였다. 웃는 가정에 복이 깃든다는 말이다. 첫수에서는 행복은 권문세가(權門勢家)의 전용물이 아니고 모두 밝게 웃으면 복이 들어온다 하였고, 둘째 수에서는 웃음꽃이 자주 피는 가정엔 거울도 웃는다고 익살스럽게 묘사한다. 우리 모두 웃으며 살아야 겠다.
작품<나>를 보자. 모든 성자(聖者)들은 마음을 비울 것을 가르치고 있다. 비워야 채워진다. 마음 하나 비우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 세상 모든 악기(樂器)가 속이 비어 있기에 고운 소리를 내지 않는가?
성경에서도 “심령이 가난한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너희 것이요.” 라 했고노자(老子)는 道의 무위자연(無爲自然)에서 “모든 존재는 도에서 생기고 도는 無에서 시작한다고 하였으니 빈 곳이 있어야 채워지지 않을까? 성인들의 말씀을 인용하여 독자들에게 교훈하고 있다.
6. 결어
지금까지 유시인의 작품을 살펴보았다. ‘사랑의 계절’에선 봄을 맞이하는 환희와 기쁨을 노래하고, 고향을 찾아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귀천(歸天)하신 부모님을 회고하고 사무치기도 한다. ‘해변의 낭만’에선 물 한 모금이 생명수(生命水)임을 예찬하고, 청춘을 구가하면서도 자만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파란 하늘이 깊다’에선 가을 들국화를 보고 누님의 얼굴을 떠 올리며, 만추의 노을빛에 황혼녘을 쓸쓸해하기도 한다. 호수에 잠긴 파란 하늘, 명경지수(明鏡止水)를 굽어보며 거기서 인생의 삶의 깊이와 고요함을 찾는다.
‘그대 이름 부르면’에서는 국토를 지키다 산화한 젊은 병사의 넋을 추모하고, 이 세상을 웃으며 살자고 그리고 자기를 비우며 살자고 교훈하기도 한다.
이렇듯 유시인의 작품 속엔 희노애락(喜怒哀樂)의 정서가 들어 있다. 고향의 산천초목과 부모님을 비롯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겨있다. 자연을 사랑하며 살아 숨 쉬는 작은 생명에도 아파할 줄 아는 뜨거운 눈물이 들어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편린과 자랑스러운 경륜(經綸) 그리고 보람 있는 봉사의 손길들이 아름답게 빛난다.
유희동 시인은 시조(時調)를 사랑한다.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 했다. 시조는 천년을 이어오는 우리 겨레 고유의 정형시(定型詩)가 아니던가? 그러기에 우리는 시조를 더욱 갈고 닦아 한류(韓流)를 타고 시조를 세계화(世界化)함에 앞장서야 한다.
유시인은 이제 첫 시조집을 발간하면서 시조문단의 한 일원으로 참여하며 활동하게 된다. 더욱 건승하시고 빛나는 문운이 활짝 열리기를 충심으로 기원해 드린다.
2018, 봄
초록마을에서 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