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일곱의 우리 엄마는 늙지 않으신다. 아니 점점 더 젊어지는 모습으로 보일 때가 있다. 딸들 셋이서 나들이를 모시고 다닐 때면 딸들보다 엄마가 더 곱고 멋쟁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들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실제로 엄마는 아직 곱고 단정하시다. 그런 엄마를 보면서 나도 이십년 후에 엄마만큼 건강하고 곱게 나이 들어갈 수 있을까 하고 생각을 하게 된다. 엄마의 그런 모습이 늘 고맙고 감사하다.
요즘 우리 엄마는 손주 또래의 젊은 트로트 가수들에게 푹 빠져서 지내신다. 방송국마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가 나오는 요일과 시간을 꿰뚫고 계신다. 즐기시는 차원을 넘어서 엄마가 트로트를 듣고 평가하는 수준은 전문가에 가까웠다. 엄마의 판단은 늘 적중했다. 실력 있는 가수와 전도 유망한 가수를 정확히 가려내시는 수준에 도달하셨다. 오디션 프로가 방송되는 날 밤이면 한밤중에도 수시로 나에게 전화를 하셨다. 가수가 혼신을 다해서 노래를 부르고 나면 그 감동을 혼자서 느끼시기에 마음이 벅차신 듯 참 노래 잘한다고 칭찬도 하시고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가수는 자식의 일처럼 안타까워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