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실력이 뻔하기 때문에 영어와 캐나다 (문화) 이야기를 매일 할 밑천은 없는데,
한국에서는 요즘이 추석 연휴 기간이다보니 그와 관련된 동사가 하나 생각나 또 쓰게 됐습니다.
다름 아닌 `쇠다'라는 표현이지요. `쇠다'는 사투리 같지만 표준말...
(기력이) `쇠하다' 와 어원이 같은지는 모르겠는데, 한자의 `제(除 - 덜다, 없애다)'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묵은 해, 악귀 같은 것들을 없애 보낸다는 뜻으로
영어 remove, subtract, clean 에 해당되겠지요. 그래서 `설을 쇠다'에만 써야 할 텐데 추석에도
명절을 보낸다, 지낸다는 뜻으로 함께 쓰게 된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우리말 해설은 그만하고 생활영어 얘기로 돌아가서...
(어떤 날을) `쇠다'는 우리가 먼저 쓰기 보다는 저쪽에서 물어오는 경우가 더 많아
`리스닝'을 위해 알아야 하는 단어의 하나입니다. 아무래도 종교나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그럴 텐데요... 크리스마스 때 특히 그렇지요.
Do you celebrate Christmas?
`크리스마스 쇠세요?' 라는 뜻인데 처음 들으면 무슨 말인지 못알아듣기 쉬워요.
celebrate ?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느냐고? 라고 의아해하면서 말입니다. `아마도 너희 나라는
종교가 다를 텐데 너희도 똑같이 그날 쉬면서 즐기느냐' 이런 질문이겠지요.
그러니까 celebrate 는 우리와는 약간 달리 명절을 단순히 쇠는 게 아니라 무엇을 축하(자축)하며
즐기는 축제 같은 날에 쓰는 단어라고 하겠습니다. 크리스마스도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날이잖아요. 생일하고 똑같지요. 우리도 `생일을 쇤다'고 하지 않습니까?
We celebrated Amanda's fifth birthday last night.
딸의 생일을 쇘다고 할 때 이렇게 말하면 되는데.
We had a big party to celebrate ~ 라고 해도 되겠지요.
사실 우리의 설이나 추석도 새해와 풍성한 수확을 축하하고 감사하는 날이므로
의미는 동일한데 `새해 축하합니다' 라거나 `추석 축하합니다' 라고 잘 하지 않기 때문에
celebrate 란 단어가 생소하게 들리는 것 아닐까 합니다.
Do you celebrate Christmas? 라고 물으면
Yes, I do.
라고 간단히 답해도 되고 길게 설명을 해줄 수도 있겠지요.
Absolutely! Many people celebrate Christmas in Korea, even if they are not all christians.
It's one of national holidays.
추석 연휴가 지난 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 (How've you been?) 고 물었을 때
`추석 쇠느라 바빴다' 고 대답하고 싶으면
Very good. I've been super busy with lots of work to celebrate Korean Thanksgiving Day.
Cooking, dishing... you know.
`추석 쇠러 고향에 간다' 라고 말하려면
I'm going down to Pusan to celebrate Choosuk tomorrow morning.
`공휴일, 기념일을 쇠다'는 뜻의 영어로는 observe, commemorate 도 있는데 뭔가 좀
공식적이고 의식적인 느낌을 주며 대화보다는 신문 같은 데서 주로 사용합니다.
celebrate 의 명사형은 celebration... `축하'로도 쓰지만 `자축'의 의미로도 많이
쓰이는데 이 또한 우리에게 약간 덜 익숙한 용도 같습니다.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면 선수들이 골을 넣고 나서 자축하는 몸 동작을 하지요.
지난 여름에 여기 TV 의 스포츠 뉴스를 보니까 그것을 goal celebration 이라고 하던데
한국 매스컴에서는 `골 쎄리머니 (goal ceremony)' 라고...
아마도 일본에서 그렇게 써서 그대로 옮겨 오게 됐는지, 아니면 `쎌리'와 `쎄리' 앞 글자들
발음이 비슷하고 그 몸 동작, 율동 들이 어떤 의식(ceremony) 같이 보여서 그렇게 말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Anyway, 모두들 추석 잘 쇠십시오.
Happy and joyful holiday!
첫댓글 celebrate가 쇠다라는 의미라면..."I'm not a christian. but my kids like christmas. they wait and enjoy it." 이렇게 쓰면 이상한가요? 아니면 아이들끼리 즐긴다고 해도 celebrate라고 하는 것이 맞는것인가요? 왜냐하면 크리스마스는 본래 예수님의 생일인데, 많은 한국의 아이들은 그런 의미보다 산타에게 선물을 받는 날로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아... 그건 여기 아이들도 마찬가지겠지요. 교회나 성당 안가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더라고요. 그러므로 지킬 것 지키고 해야 할 것 하는 엄밀한, 종교적 의미에서의 celebrate 가 아니더라도 그렇게 쓸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꼭 정확하게 밝히고 싶으시다면,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어서 celebrate 하지 않지만 아이들에게 선물도 주고 하루 쉬기 때문에 모두가 그날을 즐긴다고 하면 되지 않을까 하네요. 하여간 `바람' 선생님은 너무 정확하려고 해서 탈이어요... 하하. 추석 쇠느라 많이 바쁘고 스트레스도 받았지요? 부재중이시던 단 며칠이 대단히 길게 느껴졌습니다. Take care.
정확하려는 게 아니라, 잘 몰라서 물어보는 건데요...ㅠ ㅠ 하여간 celebrate란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명절 스트레스는 별로 없는 편이랍니다. ^ ^ )
우리말 '쇠다'에 그런 심오한 뜻이 있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ㅎㅎ 늘 좋은 정보에 감사합니다....
궁금했던 표현들이었는데.... 감사해요 ^^ 열심히 입으로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