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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 둘레길 길동무 원문보기 글쓴이: 수명산
호남정맥종주 3구간((따리봉ㆍ도설봉ㆍ형제봉ㆍ갓꼬리봉ㆍ수리봉)
종주일자 : 2001년 8월 28 ~ 29일
종주구간 : 한재 ~ 도솔봉 ~ 죽정치
날 씨 : 맑음
도상거리 : 한재 - 0.9 - 따리봉 - 0.85 - 참샘이재 - 1.15 - 도솔봉 - 2.35 - 새재 - 0.62 - 형제봉 - 3.13 - 월출재 - 860봉 - 1.75 - 미사치 - 2.25 - 갓꼬리봉 - 1.5 - 마당재 - 1.5 - 수리봉 - 0.75 - 죽정치 (18.5.km)
거미줄 같은 인연을 엮으며
보여주는소리와 ‘들려주는소리(동편제, 서편제)를 동서로 나누어 놓은 산줄기 호남정맥, 오늘은 그곳을 찾아 떠나는 날이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호남정맥은 풍광이 수려하고 사람들의 삶과 뿌리가 있는 곳, 너무나 아름다운 우리의 산줄기이기에 한시라도 빨리 달려가 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우리가 정맥을 만나 거미줄 같은 인연을 엮으며 목적지를 향해 힘겨운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내리고 거친 바윗길을 매달리며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 걸어가는 것, 그것이 곧 우리 사는 인생의 여정이 아닌가? 끝없는 여정, 길은 멀지만 우리는 가야할 곳이 있기에 아무리 먼 길이어도, 아무리 거친 길이라 해도 찾아가는 것입니다.
.정맥을 걷는다는 것이 고행과 고난의 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어머님의 포근한 품속이기도 합니다. 힘겨운 오름길이지만 봉우리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는 통쾌함은 그리고 목적지에 닿았을 때에 정맥꾼들은 성취감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눈가에 이슬이 맺히고 가슴속 깊이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드는 것입니다.
2박 3일간 필요한 물건들을 다시 한번 꼼꼼히 챙깁니다. 떠날 시간이 다가옵니다. 정맥꾼들이 모여들 덕수궁 대한문 앞으로 가야지, 보고싶은 얼굴들이 하나 둘 얼굴을 들어내겠지...
캐나다 록키산맥 트래킹을 다녀와서 여독이 풀리지 않은 박덕주선배 부부와 임웅규선배가 빠지고 1구간 종주를 회사 일로 참석 못했던 김호택씨가 모습을 보인다. 출발시간, 돈버는 것 외에 못하는 것이 없는 산꾼 중에 산꾼 김종국대장이 직접 운전하는 21승 소형버스는 서울시가지를 빠져나와 경부고속도로를 달린다.
04시 전라남도 구레군 간전면 운천리에 있는 나룻터산장(782-0833)에서 내려다보이는 강 건너 가로등이 비치는 곳이 그 유명한 경상남도 화개면 탐리에 있는 화개장터다. 조영남씨의 화개장터 노래를 마음속으로 부르며 아침밥을 기다린다.
05시 나루터산장 주인 서인석씨의 도움으로 한재를 향해 굽이굽이 돌아 중한치마을을 통과한다. 중한치마을은 조선 중엽(1670년경) 나주 임씨와 파평 윤씨가 현 중대천을 거슬러 오르다 윤씨는 지금의 거석에 머물고 임씨가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으며 점차 마을세가 번창하게 되자 후손들이 인근으로 이주하여 삼한재, 도장동 등의 별촌을 형성하였으나 동일 마을로 운영되어 오고 있으며 재에 오르는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중한치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1948년 여순 반란 사건이 일어났을 때 마을이 전소되고 공비의 침입으로 주민이 소개되었다가 1954년 복원되었으며 1969년 독립가옥집단화로 상한치는 폐촌되고 평지 마을이 신설되었다고 한다.
05시 55 백운산 준령을 넘어 광양과 왕래되어 오던 유일한 육로인 이 재(치) 표고(860m)가 높고 북향으로 되어 있어 추위가 심하다 하여 추운 고개란 뜻에서 한재라 부르게 되었다는 한재에 도착한다.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 갱신조사구 표지기가 달린 잣나무 조림지인 한재에는 광양 백운산 생태계 보호지역이란 영산강 환경관리청에서 세운 금속 안내판과 이정표(백운산:2.7km, 다압하천:8km)가 있다. 북쪽으로 지리산이 능선이 아침을 열고있다.
06시 한재를 뒤로 아름드리 적송군락을 따라 이어지는 넓은 등산로에는 분홍색의 이름 모를 야생화가 대원들을 맞는다. 정맥은 참나무숲을 만나면서 가팔라지고 산길은 군데군데 바위지대를 통과하여 서울대학교 남부연습림 위치표가 있는 작은 언덕을 넘어 오르내림이 이어지면서 동녘에 어느새 태양이 솟아오르고, 지리산 연릉이 시야에 들어온다. 천왕봉, 반야봉 보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
06시 36분 가파른 산죽군락을 지나 올라선 봉우리인 능선분기점에서 왼쪽으로 잠시나마 싸리나무를 헤치며 과외공부를 하고 되돌아와 오른쪽(북서)으로 바위지대를 통과하며 올라선 봉우리가 따리봉(△1127.1m)이다.
06시 50분 백운산 금속안내판에 서있는 따리봉 암봉에 올라서면서 느끼는 시원한 맛! 얼린 맥주 맛에 비할까? 북쪽으로 지리산이 하늘금을 긋고 있고, 지난번 빗속에 내려섰던 백운산이 그리고 가야할 도솔봉이 너무나도 우뚝 솟아 보인다. 참나무숲 사이로 진달래와 억새가 어우러진 따리봉을 내려서면서 뚝 떨어지는 바윗길 군데군데에 철계단이 설치되어있다. 야생화가 꽃길을 열고있는 내리막길을 내려와 산죽군락의 날등을 통과하며 철계단 앞에서니 다시 한번 지리산 연봉이 다가와 정맥꾼들을 즐겁게 한다. 군데군데 산허리를 감사고 있는 구름바다 역시 보기 좋다.
07시 13분 급경사에 내림길 뒤에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지며 국수나무, 떡갈나무, 철쭉군락을 따라 억새밭에 헬기장에서 잠시 내려선 곳이 참샘이재다. 다시 오름길 싸리나무와 억새군락을 오르면서 뒤돌아보니 어느새 따리봉이 너무나 멀어진 느낌이다.
07시 17분 980봉 헬기장이다. 시야가 좋은 980봉에서 보는 백운산의 바위봉과 연릉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리고 산마을, 키가 넘는 싸리나무를 헤치며 내려선다. 물푸레나무군락과 고로쇠나무 옆으로 큰 물통도 보이는 힘겨운 오르막을 정맥꾼들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쉬어가며 오른다. “산사랑 인간사랑”이란 글귀가 쓰여진 하얀색 리본이 눈에 띈다.
07시 47분 규모가 적은 헬기장과 백운산 안내도가 서 있는 도솔봉(△1123.4m)에 오른다. 휘둘러보는 조망이 뛰어나다. 북쪽으로 지리산 연릉이 동쪽으로 지나온 따리봉과 그 옆으로 백운산, 남쪽으로 광양제철소의 굴뚝도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오고, 가야할 호남정맥 연릉들이 용트림 치듯 뻗어나간 모습에 정맥꾼들은 환호성을 친다. 삼각점(하동, 308 1985년 재설)을 확인한다.
07시 55분 도솔봉을 뒤로 한차례 뚝 떨어지다가 오르내림이 이어진다. 잡목에 가려 희미한 헬기장을 통과하며 시원한 바람은 정맥꾼들은 반갑다. 바람 한 점 없는 정맥길을 내내 걸었던 지난 여름을 생각해 보니 오늘은 이게 웬 떡이냐 싶다. 잡목을 헤치며 내리막길은 길게 그리고 오르막길은 짧게 연이어 이어진다. 능선분기점에서 오른쪽으로 완만한 바위지대를 내려선다. 참나무 숲에서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에 놀란 새들이 야단들이다.
08시 27분 리본들의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능선분기점 890봉이다. 왼쪽으로 일반등산로가 선명하다. 성불계곡으로 내려설 수 있으며 비교적 아담한 규모에 속하는 성불계곡은 곳곳에 평평한 바위가 많고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과 수림이 어우러져 좋은 경관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주변에는 성불사, 형제의병장사당, 백운저수지, 드림원관광농원이 있다. 잠시 다리쉼을 하고 오른쪽(서)으로 내려서는 길은 한차례 뚝 떨어지다가 정맥 상에서 다시 만나는 철계단을 통과하며 오르내림이 이어진다.
08시 50분 새재(810m)에 내려선다. 왼쪽으로 성불계곡으로 내려설 수 있는 길이 선명하게 나있다. 새재를 뒤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서 야생화의 천국이다. 보라색, 분홍색 정맥에서 만나는 그들은 너무나 아름답다. 7분 후 형제봉 인줄 알고 올라선 푸른 소나무 두 그루가 서있는 무명봉...
09시 1분 잠시 내려섰다 올라선 곳이 첫 번째 형제봉이고, 오른쪽으로 급사면을 내려섰다 철계단을 올라선 곳이 바위봉인 두 번째 형제봉(△861.3)이다. 시력만큼 볼 수 있는 조망, 앞으로 가야할 859.9봉이 잡힐듯하다. 먼저 도착한 대원들은 가야 된다는 것도 잊은 채 바위에 걸터앉아 자연에 빠져 있었다. 잠시 다리쉼을 하고 내려서는 길에 왼쪽으로 갈림길을 통과하고, 곧이어 능선상에서 삼각점(하동, 426번 85년 재설)을 만난다. 넓은 구릉지대를 통과하여 내려선 곳이 십자로 안부다.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노랑색, 분홍색, 주황색, 흰색, 보라색의 야생화가 서로 뽐내며 정맥꾼들을 맞는다. 한쪽엔 엉컹키도 선을 보이고, 원추리도 꽃잎을 들고 나 여기 있어요 하며 웃고 있다.
09시 22분 금남정맥에서도 본 듯한 부부팀의 종주리본을 보며 진달래와 잡목을 헤치고 올라선 무명봉에셔 서북방향으로 내려서는 평탄한 내림길을 바위지대를 통과하며 산죽군락과 진달래며 철쭉이 성가시게 하는 산허리길을 지나 1분 가량 키가 넘는 조릿대숲을 가르며 헤쳐나가야 한다. 다시 쓰러진 나무를 낮은 포복으로 통과하고 작은 오르내림이 이어지면서 왼쪽으로 월출재로 오르는 비포장 도로가 시야에 들어온다. 바위봉을 우회한다.
09시 56분 능선분기점에서 왼쪽(북서)으로 다시 구불구불 노송들이 푸른 모습을 잃어 가는 봉을 넘어 몇 그루의 소나무가 잡목에 고문을 당하는 801봉에 오른다. 801봉을 뒤로 내려서는 길은 미끄러지듯이 내려서면서 이어진다.
10시 1970년 865번 지방도 개설공사로 구례군 간전면에서 용수동을 경유 월출봉을 넘어 광양과 교통이 이어졌다는 월출재(700m)에 내려선다.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임도라고 해야 맞을 것 같은데 엄연한 비포장 지방도다. 그런데 이곳에서 정맥꾼들은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도로를 따르다 내려선 곳엔 계곡에 물이 흐른다. 물을 건너 진행하다가 리본을 만나면 리본을 따라 역으로 따르기로 하고 능선에 붙는다. 머지 않은 곳에서 정맥을 만나고 반대 방향으로 따라 올라서니 월출재로 오르는 도로가 나타난다. 도로를 따라 우리가 내려섰던 곳에서 뒤돌아 정맥길을 이어가지만 찜찜한 마음 버릴 수가 없다. 도로와 능선이 맞물려 너무나 독도가 까다로운 구간이다.
10시 35분 도로에서 오른쪽으로 한차례 뚝 떨어졌다 가파르게 올라 봉을 넘으면서 이어지는 평탄한 정맥길엔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는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너무나도 처량하게 들린다. 억새밭의 헬기장(표고 710m)에서 평탄한 날등을 타고 이어지고 철쭉군락과 싸리나무 숲을 헤치며 힘겹게 올라선 830봉 능선분기점에서 왼쪽으로 평탄하게 정맥길은 이어간다.
11시 16분 삼각점(하동, 24번 91년 재설)이 있는 859.9봉이다. 좁은 공터에 시야가 가려있다. 허기를 메우기 위해 그늘을 찾는다. 20여분간의 식사를 마치고 올라선 능선분기점인 봉우리엔 “환영 잔디밭산악회 호남정맥 종주대”라고 쓰여져 있는 빛 바랜 분홍색의 리본이 대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누굴까? 대원들은 반갑기도 하지만 궁금하다. 우리보다 앞서가며 부착해 놓은 산우는 누구일까?
11시 45분 능선분기점에서 이다. 그대로 직진하면 계족산과 비봉산(555.3m)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정맥은 좋은 길을 버리고 오른쪽(서)으로 내려서는 희미한 길을 철쭉군락을 헤치며 뚝 떨어지다가 다시 분기점(12:00)에서 직선길을 버리고 오른쪽(북서) 비탈길을 내려서야 한다. 몇 개의 봉을 오르내리며 층층나무와 철쭉군락을 지나 도로공사를 하면서 임시로 설치한 측량점을 만나고 철사에 걸려 넘어질 번하며 내려서면서 송전탑을 통과한다. 갓꼬리봉으로 오르는 오르막이 너무나 가팔라 보여 걱정이 앞선다. 억새풀이 가득한 헬기장이다. 여기서 보는 708봉이 너무나 당당해 보인다.
12시 32분 칡넝쿨과 싸리나무를 헤치고 내려선 곳이 잔디가 곱게 깔린 십자로 안부 미사치(440m)다. 왼쪽으로 계족산에서 발원한 정혜사 계곡을 비롯하여 갓꼬리봉, 수리봉 등에서 뻗어 내린 계류가 모여 이루어진 계곡이 청소골이다. 약3Km의 말굽 같은 능선에 둘러싸인 골짜기 청소골계곡은 물이 맑고 주위환경이 깨끗하여 많은 시민들의 하계 휴양소가 되고 있고, 계곡을 따라 오르면 보물 제804호가 소재하고 있는 정혜사가 있으며, 오른쪽 황전면 덕림리 미초마을은 최근 산림청으로부터 산촌 종합개발 사업 대상 마을로 확정되어 버섯, 산채등 지역 특산물 개발 및 산촌 휴양지 조성 등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됨에 따라 생활 환경 개선은 물론 소득 기반이 조성되는 산촌으로 가꾸어 질 예정이란다. 전남 순천시와 광양시의 경계인 계족산 서쪽 중턱에 자리한 정혜사는 신라 시대에 혜조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고찰로서 고려 때 원감국사 충지(1266~1292년)가 참선했다는 기록이 있다. 한때는 대찰로서 이름났지만 여러 차례의 난을 겪으면서 규모가 즐어들었으며 귀중품들도 많이 잃었다. 정혜사는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을 끼고 있어서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가을 단풍도 매혹적이다. 그러나 상류 쪽 계곡은 철조망으로 막아 놓아 접근할 수 없으며 정혜사 진입로 중에 550m쯤은 일반차량의 통행이 제한된다. 조용히 수도하는 사찰이기 때문이다. 잠시 다리쉼을 하고 오르는 길이 너무나 가파르다. 키를 넘는 싸리나무와 잡목을 헤치며 코가 땅에 닿을 것 같은 오르막을 오르는 길은 바람도 불지 않아 땀은 비 오듯하고 멈추기라도 하면 다시는 못 오를 것 같은 오르막을 한 발 한발 힘겹게 오른다.
12시 55분 전망대 바위에 올라선다. 859.9봉에서 지나온 능선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잘못 내려설 번했던 능선분기점도 선명하다. 지리산 연릉 그런데 채석장인지 산허리를 파헤쳐 놓아 보기 흉하다. 다시 힘겹게 올라선 봉우리가 708봉이다. 시야가 가려있다. 갓꼬리봉을 향한다. 바위지대를 통과하며 내려선 곳엔 싸리나무, 으름나무, 쥐똥나무, 억새 천국이고 잡목을 헤치며 오른다.
13시 10분 610봉이다. 이제 머지않아 갓꼬리봉에 오를 수 가있다. 갓꼬리봉만 넘으며 오늘 종주도 무난히 마칠 것 같아 모두들 서둘러 길을 재촉한다. 5분 뒤 올라선 봉우리가 갓꼬리봉 이겠지 하고 열심히 걸었는데 갓꼬리봉이 아니란다. 정매꾼들은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다시 내려섰다 암릉지대를 넘어서며 평탄한 능선길에 들어서니 숲에 가려있던 시야가 터진다. 수직의 암릉을 걷는다. 바위에 붙어사는 부처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가며 바위지대를 통과하여 봉에 오르지만 또 다시 내림길, 내림길은 다시 오름을 뜻하기에 내림길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13시 43분 산불초소가 보인다. 갓꼬리봉(△687.6m)에 오른다. 갓꼬리봉은 사료에 처음 보이는 서면의 명칭은 '승평지'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시야가 가려있다. 삼각점(구례, 313번 85년 복구)을 확인한다. 정상에는 목포 푸른산악회, 광주 교육대한산악회, 전주 산벗들의 마르금잇기, 포항제철 덜타산악회, 나도산우회등 호남정맥 종주리본들이 줄줄이 매달려 있다. 마치 리본들의 전시회장을 방불케 한다. 차라리 군데군데 필요한 구간에 달아 주었으면 좋으련만...
능선분기점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길에 순천시가지의 삘딩숲이 시야에 들어온다. 순천시를 남북으로 가르며 용트림 치듯 뻗어나가는 정맥능선이 시야에 펼쳐진다. 송치로 오르는 도로상의 콘크리트 구조물도 확인할 수가 있다. 낙엽이 수북한 완만한 내리막길을 지나 수직에 가까운 암벽구간엔 밧줄을 설치되어있어 잡고 내려설 수가 있다. 금북에서 그렇게 지긋지긋하던 칡넝쿨이 보라색 꽃을 피우고 꽃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미운 놈이 잘 보아달라는 것인가? 한길이나 넘는 싸리나무와 억새밭을 헤치다보니 엉뚱한 길로 들게되어 확인하며 진행한다. “앞 잔디”, “뒤 잔디” “금잔디” 우리는 모두 잔디가족...
14시 10분 안부에 내려섰다 조망이 트이는 바위봉을 넘어 630봉 헬기장을 통과한다. 630봉을 내려서는 길도 역시 싸리나무와 억새가 시야를 가린다. 거기에다 미운 놈이 또 발목을 잡는다. 힘겹게 방해꾼들을 뿌리치고 나서니 모처럼 길이 트이기 시작하며 한차례 뚝 떨어지는 내리막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잡목들이 성가시게 한다. “아이쿠” 나도 모르게 소리 지른다.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진 것이다. 김종범씨가 “어떠세요”하고 걱정스러운 모습이다. 다시 뚝 떨어지며 내려서는 길에 능선 좌우로 임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오늘의 종착지 죽청치 같다.
14시 38분 마당재(430m)를 통과한다. 측백나무군락지다. 다시 오르는 길에 부산 명승산악회 리본이 반긴다. 금북정맥 은봉산 침투 작전시 보았던 리본이다. 백두대간과 정맥 종주일지가 기록된 리본이다. 작은 언덕을 넘어 한차례 철쭉터널을 헤치며 가파르게 올라서서 넓은 반석을 지나 고도계가 500m을 가리키는 봉에 오른다.
14시 53분 500봉에서 완만하게 내려서면서 만나는 능선분기점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정맥은 모처럼 푸른 소나무 숲을 만날 수가 있다. 그러나 정맥엔 여전히 제 버릇 남 못 주는 명감덩굴과 산딸기 가시까지 가세하여 정맥꾼들을 괴롭힌다.
15시 17분 수리봉(△508m)에 오른다. 온통 칡넝쿨에 덮여있는 수리봉에 오르니 갈매봉(468m)라는 표지판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 ‘갈매봉(?) 468m(?)’ 이상하다는 대원들, 그러나 또 다는 양철판에 “윤춘병 작사 박제윤 작곡의 어머니의 은혜‘ 가사가 적혀있어 대원들 모두가 노래를 부르며 동심으로 돌아가 본다. 뒤쳐졌던 대원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15시 40분 긴 휴식을 끝내고 수리봉을 내려선다. 발걸음이 가볍다. 참나무숲에 외로운 소나무가 홀로 서있는 능선길이다. 완만한 구릉지대 오늘 힘겨웠던 종주길을 보상이라도 해주듯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정맥길이다.
15시 55분 죽정치 임도에 내려선다. 순천시 황전면 죽청리에서 서면 운평리를 잇는 임도로 공사가 준공 된지 얼마 안 되여 보인다. 죽청치 정상까지 올라온 소형버스로 청소리까지 내려서는 임도는 너무나 위험하다. 구불구불 이어지고, 패어나간 곳도 여러 곳이나 나타난다. 내일 어프로치 할 일이 걱정된다.
17시 30분 순천시 황전면 괴목리에 있는 오목회관(754-0048)에 짐을 내린다. 황전면은 '누랏'이라 부르던 본황과 황학하전의 명당이 있다고 전하는 황학에 황전이란 이름을 얻은 것 으로 생활권이 구나무장과 구례장으로 나뉜다. 구례구역에 있는 용림을 비롯한 몇 마을이 구례 생활권이어서 삶이 다양하고 문화도 다양하다고 한다. 이러한 지리적 여건 때문에 1994년 행정구역 통폐합의 의논이 들끓을 때에 섬진강 연안에 있는 구례 생활권의 주민들이 구례로 통합되었으면 하는 주장을 하기도 하였단다. 17번 국도와 전라선이 지나는 괴목리에서 푸짐한 전라도 음식으로 저녁상을 받는다.
첫댓글 고생하셨습니다
덕분에 많은 공부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