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알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행동도 존재하고 불만족스러운 부분에 가려 좋은 점은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인의 자화상 또한 한국인이기 때문에 더 잘 알 수도 있겠지만 제대로 알기 더 힘들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대중매체는 자화상을 알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중매체에 나타난 한국인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일까?
첫번째는 '빨리빨리'라는 특징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 특징은 양면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건 바로 하나는 긍정적, 다른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면으로는 산업화를 빠르게 진행시켰다는 점이다.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과 그 과정에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산업화는 몇 십년에 걸쳐 빠르게 진행되었고 대중매체에서는 이를 '한강의 기적'이라 불렀다. 하지만 과정에서의 충실함보다는 신속한 결과를 추구하는 '빨리빨리'였기 때문에 확인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았고, 결국 삼풍백화점, 성수대교의 붕괴 사고로 이어졌다. 또한 경부고속도로의 건설도 세계에서 정말 빠른 기간안에 1km당 1억이라는 놀라운 비용으로 완성을 했지만, 개보수공사비용으로 건설 때의 몇 배의 비용을 들인 점이 '빨리빨리'의 특징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두번째는 열정적이고 통합적인 모습이다.
이 모습은 월드컵때 붉은 티셔츠를 입고 거리응원을 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월드컵이란 국제적인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고자 노력하고 관심을 보였으며 온 국민이 한 마음이 되어 열정적으로 응원한 결과 4강신화도 이뤄낸 것이었다. 월드컵 당시 경기가 있는 날에는 붉은 옷을 입은 시민들이 시청 앞과 종로 앞에 모여 응원을 펼치는 모습은 외국인에게도 신선한 충격으로 보도까지 이어져서 세계 속 한국의 이미지를 남북 분단국가에서 '열정을 가진 나라'로 상승시키는데 큰 몫을 담당하였다.
세번째는 냄비현상이다.
냄비현상은 빨리 뜨거워지고 금방 식어버리는 것인데 올림픽보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단 보도엔 항상 비인기종목, 인기종목이란 용어가 등장하는데 이건 지속적인 관심보다 반짝 관심을 가지는 종목이 있기 때문이다. 핸드볼의 경우도 국내 실업팀이 한 자리에 불과하며 열악한 환경인데 은메달을 따내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잠깐 국내경기에 관중이 가득찼다고 한다. 하지만 핸드볼 감독은 핸드볼이 올림픽 때만 반짝 인기종목이 된다며 냄비현상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을 바란다고 했었다. 대중매체 또한 냄비현상을 보여준다며 관중이 드문드문 있는 코트장을 보여주지만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어떤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해결방법으로 꾸준히 보도를 해주고 관심을 유도하는 것도 대중매체의 몫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알아본 대중매체에 나타난 한국인의 자화상으로는 '빨리빨리'와 '열정적인 모습' '냄비현상' 이 있었다. 이 모습들이 한국인의 전부는 아니며 고정화시키기엔 무리가 있지만 어느 정도 나타나는 특성들을 포착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대중매체를 취재,보도,편집하는 사람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의 주관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완전히 공감할 수 있고 객관적인 자화상은 존재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해 고정화된 이미지를 어느 정도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주체적으로 수용하며, 부정적인 모습은 고쳐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만약 너무 부정적인 모습만 보도가 된다면 사람들은 이 사회에 염증을 느끼고 이민 증가 등으로 사회 통합을 저해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매체는 그만큼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매체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자화상을 그릴 수 있도록 그 역할이 중요하고,
우리는 한 명 한 명이 모여 만들어진 공통적인 특성이 그 나라의 얼굴이 되며 이미지를 나타내는 것이란 사실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