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균환 전북지사 후보 “ 변학도 같은 열린당의 수청 거부해야 ”
열린우리당은 변학도 같은 권력, 전북은 지금 “고건이냐, 정동영이냐”의 문제
춘향이의 지조가 전북에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정균환 전북도지사 후보 © 민주당
“5.31 선거의 핵폭풍이 숨어있는 곳이 전라북도입니다. 전북 유권자들의 선택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내느냐 못하느냐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도지사 뽑는 선거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전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고건 대통령 만들기’를 선언한 정균환 후보(민주당)는 이번 전라북도 선거가 갖는 의미를 남달리 해석했다.
“지금 모든 신문과 방송들은 열린우리당이 유일하게 승리할 수 있는 곳으로 전라북도를 꼽고 있습니다. 마치 노무현 정부가 전라북도 정권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옵니다. 노무현 정권이 전북 정권입니까?, 전북은 노 정권의 철저한 들러리 역할만 하고입니다. 저는 이번 선거기간 동안 전북 유권자들에게 노무현 정권의 들러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왜 우리만 노무현 정권의 열린우리당을 지지해야 합니까? 전국 각지에서 노무현 정부 심판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우리 전북이 왜 들러리를 서느냐는 거지요”
전북엔 현역의원 11명 전원이 열린우리당 소속이다. 특히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고향이 전북이다. 2002년 대선 당시 전남 광주와 마찬가지로 압도적인 몰표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다. 그러나 민주당 분당 과정을 거치면서 전남과 전북의 지역 정서에 묘한 온도 차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전북은 열린우리당 전남광주는 민주당 성향으로 갈라진 셈이다.
5.31 선거와 관련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광주 전남은 민주당이 우세를 지키고 있고, 전북은 열린우리당이 우세를 지키고 있다. 민주당은 호남권 지지세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전북을 집중 공략하고 있고, 공교롭게 열린당 역시 가장 확실한 곳 전북 사수를 다짐하고 있다. 따라서 전북은 과거 한 식구였던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집안싸움이 치열한 곳이다. 11개 지역구 모두를 열린당 현역 의원이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열린우리당내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정동영 의장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에 전국에서 가장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높은 곳으로 분류되고 있다.
선거운동 초반 열린우리당의 승리가 예상되는 광역단체장은 전북과 대전시장 두 곳으로 분류되고 있다. 일부 언론들은 대전에서는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을 추월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기도 한다. 만약 한나라당 후보가 대전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를 추월한다면 열린우리당은 단 한곳 전북에서만 우세를 지킬 수 있는 셈이다. 만약 전북마저도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에게 추월당하는 상황을 상정한다면 5.31이 지난 6월 1일 대한민국 정치권은 마치 핵폭탄 같은 위력의 정치권 파괴 현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열린우리당은 어차피 안되는 집단입니다. 이번 선거가 끝나면 확실하게 정리가 될 것입니다. 집권당으로서 능력을 상실한 것입니다. 그런 정당을 우리 전북이 들러리 설 필요가 없다는 호소에 공감하는 도민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열린우리당과 전라북도는 마치 변학도와 춘향이 관계인 셈입니다.
폭정 변학도 앞에 잡혀온 춘향이 신세라는 것입니다. 변학도는 춘향이를 잡아다 놓고 수청을 들라고 명령합니다. 달콤한 말로 유혹합니다. 그러나 춘향이는 끝까지 목숨을 던져 수청을 거부합니다. 변학도에게 속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침내 춘향이는 남루한 누더지를 거치고 거지 모양새로 남원 고을에 나타난 이도령을 만나게 되지만 그래도 춘향은 일편단심 이도령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춘향이의 지조요 정조 아닙니까?“
이번 선거에서 전라북도 유권자의 선택을 춘향이로 비유한 정균환 후보는 비록 자신과 민주당은 지금 만신창이가 된 거지 ‘이 도령’을 모시는 ‘방자’이지만 전북도민이 지조를 지켜준다면 장원급제하여 마패를 갖고 나타나는 암행어사 이 도령의 모습을 춘향이는 만나게 된다고 주장한다. 자신은 방자이고 이 도령은 고건 전 총리라는 것이다.
“이번 선거 이후 예상되는 정계개편 중심에는 고건 전 총리가 서 있습니다. 우리는 선거 이후 정계개편을 준비해야 합니다. 고건 대통령 만들기는 전북에서 시작해야 하고 그 시작이 민주당이 전북에서 이기는 것입니다. 춘향이가 지조를 지켜준다면 곧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일부 유권자들이 정동영 의장의 대권주자 가능성을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가오는 정국 흐름이 결코 그런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 것입니다.
전북은 고건 전 총리의 행보를 위한 준비를 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북에서 열린우리당 탯줄을 끊어줘야만 새로운 고건 역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고 전 총리 역시 전북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다만 이번 선거에 직접 참여를 안 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그 약속을 지키고 있지만 고 전 총리의 정신을 이어받고 있습니다.”
전주시 완산구에 자리잡고 있는 정 후보의 선거 사무실 안에는 “힘 있는 도지사”라는 글씨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 옆엔 “열린우리당 찍으면 한나라당 정권 나오고 민주당 찍으면 전북 정권 나온다”라는 구호도 벽에 걸려있다. 고건 전 총리에 대한 전북도민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문구다. 이번 전북 선거 분위기가 “고건을 택할 것이냐, 정동영을 택할 것이냐”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열린우리당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당찬 의욕을 보이고 있는 정 후보는 셀프리콜 제도(자발적 국민소환제)를 공약에 적용시킨 바 있다. 셀프리콜 제도는 민주당 이승희 의원이 선진정책 선거방식으로 개발한 내용으로 중요선거 공약을 당선 후 이행하지 않을 때 공직에서 사퇴한다는 것으로 단순한 구두 약속이 아닌 법원과 연계된 사전 문서화를 의미한다.
투표에 직접 참여한 일정숫자의 유권자가 당선자의 약속 불이행에 문제를 제기 할 경우 법무법인에 위탁한 사직서가 자동적으로 관련부처로 이동해 효력을 발생하게 하는 제도로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주민소환제도와 유사하나 그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정 후보가 이같은 셀프 리콜 제도를 도입한 것은 유권자들에게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체적으로 고전을 면치 목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전북 지키기 ’또한 호락 호락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정 후보의 도전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열린우리당의 입장에서 전북을 민주당에게 내준다는 것은 열린당의 운명을 민주당에 고스란히 넘겨주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전라북도에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한판 승부는 그야말로 ‘최후의 혈전’ 그 자체가 될 것 같다.
변학도 앞에 끌려와 머리 숙이고 있는 앉아있는 춘향에게 "이 도령이 곧 온다. 수청을 거부하라"는 메세지를 전하고자 하는 방자 정균환 후보의 다급함이 얼마나 먹힐까?
<정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