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순례
꼴림에 대하여
개구리 울음소리 와글와글 여름밤을 끌고 간다
한 번 하고 싶어 저리 야단들인데
푸른 기운 쌓이는 들녘에 점점 붉은 등불 켜진다
내가 꼴린다는 말을 할 때마다
사내들은 가시내가 참, 혀를 찬다
꼴림은 떨림이고 싹이 튼다는 것
무언가 하고 싶어진다는 것
빈 하늘에 기러기를 날려보내는 일
마음속 냉기 당당하게 풀면서
한 발 내딛는 것
개구리 울음소리 저릿저릿 메마른 마음 훑고 간다
물오른 아카시아 꽃잎들
붉은 달빛 안으로 가득 들어앉는다
꼴린다, 화르르 풍요로워지는 초여름밤
-{애지} 2004년 겨울호
* ‘꼴리다’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생식기가 성욕으로 흥분하여 뻣뻣해지면서 커지다”와 ‘배알이 꼴리다’란 뜻으로 쓰여 “비위에 거슬려 아니꼽다”란 두 가지 뜻이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시인은 후자인 ‘배알이 꼴리다’로 쓰지 않고 전자의 뜻으로 쓰고 있다. 여성이 이 말을 수시로 쓰니까 “사내들은 가시나가 참, 혀를 찬다”고. 하지만 ‘꼴림’을 뭇 동물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으로 이해하면 혀를 찰 하등의 이유가 없다. 개구리들도 와글와글 “한 번 하고 싶어 저리 야단들이” 아닌가. 시인은 꼴림을 뭇 동물의 원초적 본능으로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떨림이고 싹이 튼다는 것”으로, “무언가 하고 싶어진다는 것”으로, “빈 하늘에 기러기를 날려보내는 일”(미당의 「冬天」이 연상됨)로, “마음속 냉기 당당하게 풀면서/한 발 내딛는 것”으로 확대 해석한다. 즉 창조의 원동력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꼴림이 없으면 풍요로움도 없다는 시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