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봉(聖主峰·606.6m)은 문경의 성주봉(☞ http://cafe.daum.net/phanmaum/FXy6/187)과 동명이산(同名異山)이다.
두 산의 닮은 꼴이 우연이 아닌 것은 이름이 주는 성(聖)스러운 분위기에서 느껴볼 수가 있다.
성주(聖主)란 성군(聖君)을 말하는 것으로 그림같은 자연미와 암팡진 산세가 주위의 분위기를 압도하기 때문이리라.
문경의 성주봉이나 상주의 성주봉 둘 다 이러한 氣넘치는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상주의 성주봉은 높이야 그리 높지 않지만 바위와 어우러진 소나무와 기운찬 산줄기, 그리고 깊숙한 골짜기가 한 데 어우러져 자연미 넘치는 산세를 보여준다.
성주봉 정상은 상주와 문경 지역의 조망대 같은 곳.
정상에 올라서면 속리산을 필두로 청화산, 대야산, 희양산을 거쳐 백화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힘찬 산줄기뿐 아니라 도장산, 둔덕산, 시루봉, 노음산 등 상주와 문경의 명산들이한눈에 들어온다.
산행초입의 조자룡굴(바위속샘)의 전설은 황당하기만한데,중국 삼국시대(약 1,300년 전) 촉한(蜀漢)의 상산 조자룡(趙子龍)장군이 이 약수를 마시면서
무술을 연마하였다니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전설을 만들고,스토리텔링을 만들어 산행재미를 배가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도 정도문제일 것.
휴양림 원점회귀의 성주봉 등산로는 크게 여덟 가닥.
그 중 관리사무소 위쪽 시비(詩碑‘산에 가련다’)에서 시작하는 산길은 노약자 코스이고,
산막 삼거리에서 시작하는 암벽코스는 산행경험이 있고 스릴을 좋아하는 산꾼들이 찾는 모험 코스이다.
이 두 등로와 하산 제1,2,3,4,5코스를 엮어서 원점회귀형 산길이 나 있다.
장마철이였지만 오늘 마침 빵긋 날이 개어 암릉구간을 오르기로 하였다.
경사가 그리 가파르지 않고 안전로프가 매달려 있어 그리 위험하지는 않지만 비가 내린 직후라면 이끼낀 상단부엔 조심해야 하기 때문.
대슬랩구간을 지나 능선에 올라서면 조자룡이 수도하면서 마셨다는 '바위속샘'이 좌측 능선아래 노약자코스 방향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있다.
성주봉자연휴양림은 지난 2,000년도에 U자형 골짜기에 원점회귀형 산행코스와 편의시설을 만들어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 성주봉자연휴양림은 1,000원(단체700원)의 입장료가 있다.>
인근 황령지 북쪽의 황령사는 승려 홍지사가 백화산 저승골에서 몽고군을 대파하였다는 고찰이다.
산행 후엔 더위에 바짝 달은 몸을 큰골에서 알탕으로 식힐 수 있으니 여름 산행으로 그저그만이다.
우리가 간 7월 1일은 유료입장(7월 1일~8월 31일)기간이였지만 첫날이라 프리패스였다.
산행코스: 성주봉자연휴양림-숲속갈림길-대슬랩구간-능선-성주봉- 제1,2하산길-남산갈림길-남산(U턴)-제4하산길-눈사람바위-휴양림(원점 4시간30분)
* B팀은 노약자 코스를 선택하여 남산을 생략한다면 어느 곳으로 하산하여도 좋을 것. * 칠봉산(597.5m)은 선택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오던 우리 버스는 상주IC에서 내려 은척면에서 성주봉자연휴양림과 황령사 방향 좌회전을 한다.
장 가꿔진 2차선 도로를 따라 들어가노라니 정면으로 제법 우뚝한 봉우리가 시선을 가로 막는다.
가까이 다가가니 산세는 더욱 도드라지고...
이내 안내판엔 좌측으로 '한방산업단지'와 성주봉자연휴양림을 가리킨다.
휴양림 입구의 매표소에 버스가 멈췄지만 안에선 인기척이 없다. (매표소뒤 작은 로타리를 돌아 좌측 길로 올라가면 주차장이다.)
오늘부터(7월 1일~8월 31일) 입장료(어른 1,000원 * 단체 700원)를 받지만 첫날이라 패스다.
포장도로 위가 대형주차장.
대형차량은 여기까지.
대형주차장에서 산행채비를 갖춘다.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휴양림 방향의 산행 진입로
주차장 50m위의 갈림길에선...
우측 휴양림관리소 방향으로...
좌측에 붙어 있는 이정표
작은주차장을 지나고(하산시에 작은 주차장 오른쪽의 현수교로 내려와서 주차장 아래의 계곡에서 땀을 씼었다)...
포장도로를 계속 오른다.
관리사무소를 지나고...
노약자코스 들머리를 지난다. B팀을 위하여 표식기를 깔아놓고...
이정표를 담는다.
들머리 입구의 시비 '산에 가련다."
산에 가련다
나에게 등산화가
없으면
아무 신이라도 신고 산에 가련다
신발마저 없으면
맨발로
산에 가련다
내게 걸을 수 있는
힘이 없다면
기어서라도 산에 가련다
기어갈 힘이 없으면
바람에 이 마음 실어
산으로 보내리
바람마저 없으면
내 영혼
산에 묻으리
-권 태 원-
장마철이지만 계곡엔 수량이 그리 많지 않다.
삼거리야영장의...
뫼 '山'자 바위가 있는 'Y'로에선 좌측...
암벽등반(200m) 방향...
숲속 3호,5호가 있는 지점에서 포장길은 끝이나고...
본격 산길로 접어든다. * 암벽등산코스의 위험(노약자나 어린이)을 알리는 표지판.
직벽이 앞을 가로 막지만 이 직벽은 우측으로 우회하며...
안전난간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곤 본격 대슬랩구간이 펼쳐진다.
로프는 세 가닥으로 길게 늘어뜨려져 있으며 좌측 로프가 제일 난이도가 낮고,제일 우측의 로프가 난이도가 제일 높아 보인다.
오늘의 홍일점 미옥씨의 클라이밍은 소문이 나 있는데...
어느새 뒷모습만 남긴 채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온 힘을 다하여 오르는 일행의 뒷모습.
암벽 중간에서 숨을 한 번 고르고...
다시 심기일전하여...
힘차게 로프를 잡아 당긴다.
난이도의 강도가 더 세어지자 좌로 에둘러 오르고...
명색이 특수부대 출신인 정욱씨는 릿지를 하더니 그만 지쳐서 펑퍼덩하고 주저 앉는다. 자빠진 김에 쉬어가는데,내려다보는 조망이 압권이라~
내려다보는 산야의 신록.
숨을 고른 후 다시 잡은 로프에 힘이 들어간다.
제일 막차로 오르는 장수씨와 이회장.
안간힘을 써다가 다 올라와선 그만 벌러덩 들어 누워 헐떡헐떡~~
이제 다 올라왔나보다 하였는데,막차로 올라오는 회원이 있었다. 박성호씨다.그는 걸음은 빠르지 않지만 꾸준히 걷는 스타일.
암벽위에서 한참이나 쉬다가 능선으로 올라왔다.
능선에서의 이정표에 '바위속셈물'이 200m라고 적혀있지만 생략이다.
성주봉에 닿았다.
성주봉에서 바라보는 나아갈 능선이 헌걸차다.
저 구름과 맞닿은 공제선에 고개를 살짝 내민 봉우리가 오늘 산행의 최고봉인 남산(▽)인 모양.
성주봉 정상에서 B코스로 올라온 일행들을 조우하여 식사를 같이 하였다. 정말 오랫만에 정상에서 만난 셈.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길 길을 재촉한다. 그들과 같이 있을 군번이 아니지 않는가?
내려다보니 야(野)한 산과 들이 펼쳐지고...
친절한 이정표엔 B팀들이 내려가기로 한 '제1하산로'가 700m라 표시되어 있다.
기암을 돌아...
데크계단을 내려서 숲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만난 '제1하산로'에 앞서간 리더의 표식기가 깔려있고...
제1하산길의 이정표.
우측으로 열린 바위 전망대에서 한동안 머문다.
시선이 가는 곳은 뿌연 개스로 식별이 불가하고...
가까이에 칠봉산만 '나 여깄소.'한다.
칠봉산 너머엔 희미한 산맥이 공제선을 그리고 있다.
우리가 이어갈 산줄기가 보이는...
전망대.
제2하산길 이정표를 지나자...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남산갈림길에 닿는다.
'남산1km'를 가리키는 방향으로 좌로 90도 이상을 꺾는다.
작은 오르내림을 거친 후 20분 만에 남산 고스락을 올라선다.
성주봉의 성주(聖主)가 남쪽(南面)을 바라보니 "어라,나보다 키 큰 놈이 있군. 남쪽에 있으니 남산이라 불러라."
자왈(子曰) '남면자인군청치지위(南面者人君聽治地位)'.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남면(南面)은 임금이 정치를 듣는 자리이다."라고 하였다.
성스러운 임금(성주봉)이 남면에서 정치를 들었으니 이쯤되면 그럴싸한 스토리텔링이 되겠다.
남산(안산)이란 이름은 풍수지리적으로 아주 좋은 듯하다.
신라의 도읍지인 서라벌(경주)에도 남산이 있고,조선이 도읍을 정한 한양(서울)의 남산도 있지 아니한가?
살아서는 남산에서 발복을 하고,죽어 북망산천을 가더라도 남향의 양지바른 곳에서 뼈를 삭힐 것을 염원한다.
이만큼 발품을 팔았으니 인증샷을 해야지.
사진 찍기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오사장님께도 인증샷을 권한다. 다시 올 수 없을지도 모르니...
.
닮은 꽃을 살펴보다 카메라에 담았는데,이 꽃은 분명 산나리가 확실하다. 닮은 꽃들도 대부분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제3하산길을 지나고...
이정표
등로를 가로지르는 소나무 등줄기. 마치 용트림하듯 땅위를 용틀다가 승천을 하듯 줄기를 하늘로 치켜 세웠다.
이 바위가 고인돌인가 하였더니 "여깄네."하는 소리를 듣고보니...
바로 옆에 자연 고인돌이 절묘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돌아선 모습은 무슨 짐승을 닮은 듯하고...
제4하산길에선 거의 90도 우로 꺾으며 내려가야 한다.
제4하산길의 이정표
이정표
너럭바위에서의 조망 또한 빠뜨릴 수 없다.
가까이에 보이는 건 오늘 해병대 아저씨가 선택 등반한 칠봉산.
칠봉산 뒤론 백두대간이 꿈틀거린다.
우리는 이정표를 보지 못하고 무심코 그냥 내려가다 알바를 직감하고 다시 올라와 'Y'로의 좌측 능선을 이어간다....
이정표를 짚어 산림휴양관 방향으로...
휴양림의 큰골 우측으로 허연 배를 드러내고 있는 우리가 올라간 암벽구간이 보인다.
능선 자락이 온통 조망처로 호사를 누리다 눈사람을 닮은 바위를 만난다.
이름하여 '눈사람바위'
흡사 눈사람이다.
우리가 올라간 암벽구간이 하산 내내 쳐다보이고...
살짝 당겨보니 100m는 족히 되어보이는 대슬랩이다.
이제 산길에서 내려선다.
돌아보니 아무런 이정표나 안내판은 없다.
포장길 위로 올라가도 되지만 우리는 상주한방산업단지로 이어지는 데크계단을 따라 내려서서...
테마가든을 지나...
성주봉한방산업단지 주차장 우측으로 내려서...
현수교를 건너 작은 주차장이 있는 휴양림으로 귀환한다.
그리고는 아직 휴가철이 일러 한산한 계곡인 폭포수 야영장으로 내려서서...
명경처럼 맑은 계곡수에 전신을 담근다. 물은 간이 딱 맞다.
돌아보니 아까 우리가 올라갔던 작은주차장이고, 그 우측으로 한방산업단지로 통하는 현수교가 보인다.
금방 우리 버스가 대있는 큰주차장에 닿는다.
주차장 한켠의 그늘에서 막 뒷풀이가 시작되고 있었다.
아래의 시는 지리산 시인 이원규님의 시집 '강물도 목이 마르다.'에 실린 시이다.
절대 외설이 아님을 밝혀둔다.
탁좆 / 이원규
오해하지 마시라
탁좆은 탁족(濯足)의 오자가 아니다
한여름 계곡물에 발만 담그면 탁족이지만
새벽마다 불끈 일출 조짐을 보이는 불의 알까지
푸덩덩 찬물에 말면 탁좆이다
오늘도 피아골로 숨어들어
거풍에 탁좆을 하다
마당바위 찜질방에 드러누어
햇볕 사우나로 젖은 몸 말리는데
어허라 열두어 걸음 위의 계곡
긴 머리 산중 처녀도 훌러덩
탁좆, 아니 탁십(濯十)을 하는 게 아닌가
몽정기의 소년처럼
후다닥 옷가지를 걸치고
연이어 너덧 개비 담배를 피울 때까지
스물댓 살의 산중 처녀 여여하니
꼭 무슨 죄인처럼
쪼그려 앉아 기다리고 기다릴 뿐
이윽고 젖은 머리카락
산바람 스치는 처자에게
이보씨요, 아가씨! 등산로에서
훤히 보이는데서 꼭 그래야 스겄소?
농을 던지자마자
차암, 보는 지가 꼴리지 내가 꼴리나!
장풍 일격을 날리며 청솔모처럼
통통 바위를 타고 내려가는 게 아닌가
멍하니 불의 알이 오그라지도록
아직 젊은 흑발 대선사를 보긴 보았던 것이다
- 이원규 시집 <강물도 목이 마르다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