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11일
일용직 노동자를 일명 노가다 잡부라고 부르는 이들에게.
'세상의 많은 일들을 합니다.'
찾는 곳은 기업,공공기관,공장,아파트,주택까지 정말 다양합니다. 찾아가는 곳은 대구,구미,김천,칠곡,의성까지 어디라도 달려갑니다. 일하는 분들은 노동자,화물기사,식당사장,선생,학생 등 남녀노소 구분이 없고 네팔 등 외국인들까지 있습니다. 일하는 내용은 집보수,제품나르기,보도블럭쌓기,태양광설치,나무베기,농사,쓰레기처리 등 세상에 많은 일들을 합니다.
'날품팔이지만 가장들이 많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인력사무소에 도착하면 6시입니다. 스무명이 연탄불 근처에서 기다리다가 전날부터 새벽까지 예약된 일에 맞추어 현장으로 하나둘 떠납니다. 현장에 도착하면 어둑어둑하고 춥기때문에 불을 지피고 몸을 녹인 후에 일을 시작합니다.
하루벌어 하루쓰는 분들도 있지만 요즘은 대부분 집안 살림살이에 보태는 가장들입니다. 10% 소개비를 떼면 종일 일하고 10만원에서 13만원정도 벌수 있습니다. 날품팔이라 비나 눈이 올때는 공치는 날인데 이를 빼면 한달 평균 25일을 일합니다. 가족이 없는 사람들은 쪽방을 함께 쓰면서 술도 꽤나 마시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한달에 한두번 정도 마십니다. 네팔 친구나 몇몇 가장들처럼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끔은 용팔이, 개잡부, 야, 어이라고도 불립니다.'
일용직 노동자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옛날에 비하면 아주 좋아졌다고 합니다. 그래도 몇몇 현장에서는 대하는 태도가 가관입니다. 도착하자마자 인사도 없이 하루 일거리를 지시하는가 하면, 힘든 일인데도 쉬는 시간도 없이 일을 시키기도 합니다. 새참이 없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어떤 분들은 새참을 무슨 선심 쓰듯 온갖 생색을 내기도 합니다. 가장 큰 꼴불견은 새파란 현장소장이 할아버지뻘 되는 어른에게 '어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가끔은 그것때문에 크게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용팔이나 개잡부, 야'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긍지를 갖고 일하지만 소외된 사람들입니다.'
잠깐 하는 일이니 참으면서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름 체력도 좋고 일머리도 있으니 남들보다 잘할수 있을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고국에 남겨둔 가족을 5년동안이나 건사해온 네팔친구나, 아내의 암치료를 위해 집까지 팔면서 병원비를 마련하는 형님이나, 정년퇴직 후에 가족들에게 폐끼치기 싫어 나오는 선생님과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일의 긍지와 노동의 댓가를 소중하게 갖고 있는 분들입니다. 하지만 세상에서는 이곳 사람들을 세상의 낙오자처럼 생각하는것이 현실입니다.
이분들이 아니었다면 신학을 위해 힘든 일을 해내고 있다는 자만심에 빠져 있었을 겁니다. 일용직에 있는 분들을 마음속으로는 없신여겼던 마음을 반성합니다.
새벽에 성당에서 나오며 주교님과 아브라함 형제가 기도하는 뒷편에서 잠시 기도를 합니다.
'전능하신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 땅에서 친히 일을 하심으로써 노동을 신성하게 하셨나이다. 비오니, 주님의 백성들이 일하는 곳에 함께 계셔서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주님의 뜻을 따라 일하게 하시고, 자신들이 하는 일에 긍지를 갖게 하시며, 정당한 노동의 댓가와 건강을 얻게 하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기도하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