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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칸트미학은 <선험철학>이라 일컫는 칸트의 철학적 체계
내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취미비판
(Geschmackskritik)" 이라는 명칭하에 주관주의적 형식주의
미학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비판은 주로 칸트
이후 내용미학을 대표하는 낭만주의 예술철학에서 행해졌다.
칸트미학의 주요과제는 <이것은 아름답다>라는 미적 판단
의 형식적인 구조에 대한 분석을 하여 선천적으로 주관이
지닌 보편적이며 필연적인 취미(Geschmack, 감정을 통해
미를 판단하는 능력)의 원리를 밝혀내고, 그 원리의 보편타
당성에 대해서 정당화 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취미비판>으로 서의 칸트미학은 미적 대상이 지
닌 아름다움의 의미보다는 미적 판단의 원리를 규명하는
것을 주요과제로 삼기 때문에 형식미학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취미비판"의 영역 내에서의 칸트의 예술론은 예술을
창조하는 천재의 개념을 통해 전개된다. 그러나 칸트의
예술론은 일반적으로 칸트미학에서 부수적인 요소로 작용
하며, 예술자체의 본질과 목적을 규명하는 예술철학적인
기능을 결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왜냐하면 칸트미학의 주된 대상영역은 예술미가 아니라 자연미이며, 따라서 자연미를 판단하는 취미능력에 대한 비판작업이 주된 내용을 이룬다는 비판인 것이다.
이 글에서 필자는 위에서 제시된 취미판단론에 입각한 형식주의라는 칸트미학에 대한 비판을 수정하고자 한다. 즉 취미비판에 대한 분석을 통해 미적 대상의 의미와 미의 본질에 대한 규명을 하면서 내용미학에로의 가능성을 전개시키고자 한다.
또한 칸트의 예술론에서 예술미가 자연미에 대한 모방을 통해 어떻게 천재의 능력에 의해 창조되는지를 살펴보고, 이러한 예술미가 어떻게 미적 판단을 통해 보편타당하게 전달되는지는 살펴보기로한다.
따라서 예술의 본질에 대해서 탐구하는 예술철학으로서 칸트의 예술론을 탐구해 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세계해석으로서의 예술작품이 지닌 미적 세계관을 조명해 보고자한다.
2. 취미비판에서 미적 판단의 구조와 미적 대상과의 관계
"선험적 의도에서의 취미비판"으로서의 "미적 판단력 비판"은 "이것은 아름답다" 라는 미적 판단의 구조에 대한 분석을 통해 주관 인식능력 속에 놓인 미적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과 그것의 보편적인 원리를 찾아내어 정당화시키는 작업을 그 본질적인 내용으로 한다.
그렇다면 취미비판에서 나타난 미적판단의 선험적 원리는 무엇이며, 이것은 미적 판단의 대상과 어떠한 관계에 있는가? 미적 대상이 지닌 아름다움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칸트는 <미의 분석론>에서 미적 판단의 논리적 계기를 성질, 양, 관계, 양태로 나눈다.
미적판단의 첫번째 성질의 계기는 미적 대상과 관계하는 주관의 미적 태도에 의한 감정의 성질이며, 이는 무관심적 만족감이라는 미적 감정이다. 이 감정의 주관이 대상에 대한 <자유로운 호의>라는 관계를 통해 표현되는 감정인 것이다.
두번째의 양의 계기에 미적 판단의 주관적 보편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미적판단의 주관적 보편성의 근거는 바로 "우리 인식능력의 특성" 으로서 "상상력과 오성의 자유로운 조화 속의 놀이" 임을 밝혀낸다. 이것은 바로 미적 감정을 가능하게 하는 미적 판단의 주관적인 선험적 조건이며, 또한 대상에 대한 규정적 인식이 아닌 비규정적인 인식을 동반한다.
제 3번째 관계의 계기는 바로 주관의 심의 상태와 미적 대상과의 관계를 나타내며, 이는 "주관적 합목적성"이라고 표현된다. 또한 이러한 관계를 성립하게 하는 근거는 바로 대상의 형식에 있다. 대상의 미적 형식을 여기서 칸트는 "목적 없는 합목적성" 이라고 표현한다. 이것은 미적 형식이 지닌 "목적"이란 개념에 규정되지 않지만, "다양 중의 통일"이라는 합목적인 질서를 의미한다. 이러한 대상의 형식은 상상력과 오성의 자유로운 놀이속의 조화를 일으켜 감정을 통한 미적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제 4번째 계기에서는 미적 판단의 보편타당한 필연적인 조건으로서 공통감을 가정한다. 공통감은 감정을 통한 미적 판단의 보편적인 전달을 위해 일종의 이념으로서 가정해야하는 것이다.
따라서 칸트는 <미의 분석론>의 결과로서 인간 누구에게 선천적으로 미적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취미능력으로서 "상상력과 오성의 자유로운 놀이"을 발견하였으며, 이러한 심의능력의 놀이에 의해 일어나는 만족은 바로 "목적없는 합목적성"이란 미의 형식과 합목적적인 관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칸트는 미적 판단의 원리를 "주관적인 합목적성"의 원리라 일컫고, 이러한 원리의 근거가 바로 "목적 없는 합목적성"이란 대상의 미적 형식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미적 판단의 연역론의 과제는 미적 반성적 판단력의 원리인 주관적 합목적성의 원리를 정당화 시키는 작업이다. 그러면 미적 판단의 원리, 즉 상상력과 오성의 자유로운 놀이가 일어나게 하는 대상의 형식이 지닌 "목적없는 합목적성"은 과연 무엇이며,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칸트는 <미적 판단의 영역론>에서 자연미가 지닌 의미를 인간의 아름다운 영혼이 갖는 자연미에 대한 직접적인 지적 관심으로부터 해독될 수 있음을 설명한다.
인간이 도덕적 궁극목적인 최고선을 추구한다면 당연히 자연미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이때 자연에 대한 감탄은 자연이 마치 누군가 창조한 예술처럼 보이는 것에서 비롯되며 도덕적 감정과 흡사한 정서적 기분을 동반한다.
이때 자연은 우연이 아닌 마치 의도적인 <목적없는 합목적성> 이라는 미적 형태를 보여준다. 이러한 자연의 미적 형태를 통해 우리의 내부의 도덕적 이념은 상상력과의 놀이를 통해 미적 이념을 표상한다.
이것은 바로 미적 대상으로서의 자연미의 의미가 미적 이념의 표상이라는 상징적인 방법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즉 우리가 자연의 아름다움에 관심을 가질때 우리의 내부의 도덕적 이념이 자연의 형태를 통해 일종의 "암호"처럼 형상적으로 전달
되는 것이다. (KdR. B 170)
이러한 자연의 아름다움은 우리 내부에서 일깨워지는 도덕적인 세계창조주로서의 이념이 미적 형태를 통해 선사하는 자연의 호의(die Gunst der Natur)로서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자연의 아름다움은 개별적인 자연의 대상을 통해 도덕적 이념을 형상적으로 전달하는 미적 이념의 표현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칸트가 "미적 판단의 변증론"에서 전개시킨 "아름다움은 윤리적 선의 상징이다"라는 의미를 이해 할 수 있다. 미적 이념의 표현으로서의 자연의 아름다움은 우리의 상상력과 오성의 자유로운 놀이를 일으켜 미적 판단과 더불어, 무한한 비규정적인 인식들, 즉 세계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를 전달한다.
미적 세계에 대한 상징적 인식내용은 바로 도덕적 이념의 상상력에 의해 자연의 개별대상을 통해 감성화된 미적 이념 그 자체이다. 미적 이념은 유한한 인간의 세계와의 자기관련성에 대한 미적인 인식내용인 것이다.
3. 취미론과 예술론의 관계와 예술작품의 의미 위에서 지적한대로 자연미에 대한 지적인 관심과 자연의 암호에 대한 해독은 칸트의 예술론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즉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본(Vorbild)으로 하여 예술에 대한 창조행위가 일어나는 것이다.
자연미가 지닌 의미를 예술작품 속에 의도적으로 표현하는자는 예술가, 곧 천재이다. 천재는 자연의 총아로서 자연적 기질의 개발을 통하여 예술작품의 창조함으로서 자연이 주는 선물을 문화의 창조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러면 천재의 기술에 의한 아름다움은 어떻게 생산되는가? 천재에 의해 창조된 미적 대상, 즉 예술작품은 어떻게 우리의 취미능력에 의해 수용이 가능한가?
칸트의 예술론은 바로 천재의 개념을 통해 전개된다. 천재는 자연미에서 예술미에로의 이행을 가능하게 하며, 미적인 예술 작품의 합목적적인 형식의 창조를 위한 선험적 조건으로서 작용한다.
그래서 미적 판단의 원리에 대한 연역의 가능성을 천재의 능력에 의한 미적인 예술작품의 성립조건과의 연관성을 통해 해명하는 것이 칸트의 예술론의 과제인 것이다. 왜냐하면 천재의 미적인 예술작품은 누구에게나 보편타당한 전달과 이해가 가능한 미적 판단의 범례적인 규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면 취미판단의 공통적인 미적 대상으로서의 자연의 기술에 의한 자연미와 천재의 재능에 의한 예술미는 어떠한 관계를 지니는가?
왜 천재의 능력을 통해 전개된 예술론이 "미적 판단의 연역"에 속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예술미에 대한 정의를 살펴본다. 그 다음 자연미와 예술미와의 관계, 그리고 "미적 판단력의 연역"의 과제에 속하는 칸트의 예술론의 역할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칸트에 있어서 예술은 자연처럼 보일때 아름답고, 이러한 예술미는 선천적인 자연의 총아인 천재의 재능에 의하여 부여된 규칙에 근거한다. 이러한 천재의 천부적인 재능은 바로 미적 이념을 표상하여 그것을 전달하기 위한 예술작품의 규칙, 즉 형식을 발견하는데에 있다. 그래서 예술작품의 규칙은 바로 미적 이념을 전달하기 위한 작품자체가 지닌 합목적적인 형식 을 말한다.
이러한 형식이 부여된 예술작품은 미적 판단력의 적합한 사용을 위한 범례 를 제공한다. 여기서 칸트는 예술작품에 규칙을 부여하는 천재의 심의능력을 "정신"(Geist)이라고 일컫고, 이는 미적 이념을 현시하는 능력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칸트는 미적 이념을 이성이념이 상징적인 방법으로 감성화된 "상상력의 표상으로서 수 많은 것을 사고하게 하지만, 어떠한 특정한 사고와 개념에 전혀 적합치 않고, 결국 어떠한 언어로도 완전한 이해가 불가능하다" 라고
정의한다. (KdU. B 94)
이러한 천재에 의해 창조된 예술작품의 목적은 바로 자연을 소재로 도덕적 이념이 감성화도니 미적 이념의 표현인 것이다. 그래서 천재가 지닌 미적인 정신능력은 바로 이러한 미적 이념을 전달하기위한 예술작품의 형식을 창조한다.
그러면 과연 자연의 기술에 의해 예술처럼 보이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예술가의 기술에 의해 자연처럼 보이는 예술미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칸트는 "미적 판단의 연역론"에서 예술미이든 자연미이든 "아름다움은 미적 이념의
표현"이라고 정의한다.
이를 근거로하여 예술미와 자연미를 구분한다. "자연의 호의" 로서의 자연의 아름다움은 바로 도덕적 이념이 형상화된 미적 이념으로 표현된다. 천재는 바로 이러한 미적 이념의 표현으로서 직관된 자연의 암호를 자신의 천재적인 정신능력으로 읽어내어 예술작품 속에 현시하는 것이다. 예술미를 창조하는 예술가의 자연적 기술은 자연의 창조적 기술에 가장 적합한 기술인 것이다.
예술미를 자연의 손에 의해 직접적으로 전달받는 천재의 자연적 재능에 의한 기술에 의해 획득되어는 아름다움인 것이다.
그렇다면 칸트의 예술론은 어떻게 취미비판의 "순수한 미적 판단의 연역"과 관계하는가? 칸트에 있어서 취미판단의 연역은 주관적 합목적성이 원리라는 미적 판단의 원리가 지닌 보편 타당성에 대한 정당화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미적 대상이 지닌 형식과 상상력과 오성의 자유로운 놀이에 의한 감정이 어떻게 누구에게나 보편적이며 필연적인 전달이 가능한가에 대한 검증작업인 것이다.
칸트는 주관적인 합목적성의 원리를 가능하게하는 것은 바로 대상의 형식에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대상의 형식을 창조하는 자는 예술에 있어서 천재인 것이다. 천재에 의한 예술 작품의 형식은 바로 상상력과 오성의 자유로운
놀이라는 천재의 정신능력에 의해 미적 이념을 현시라는 창조과정을 통해 생겨난다. 이러한 미적이념의 현시라는 예술적 창조과정은 바로 미적 판단을 할 때 일어나는 상상력과 오성의 자유로운 놀이에 의한 것이다.
여기서 바로 예술가가 의도한 미적이념이 전달되기 위해서는 예술가가 예술 작품을 창조할 때 일어나는 그러한 상상력과 오성의 자유로운 놀이가 수용자에게 일어나야하는 것이다. 결국 칸트의 예술론의 선험철학적 과제는 바로 미적이념이 현시하여 취미 능력을 통해 전달하는 예술작품의 보편타당성에 대한 요구인 것이다. 그래서 도덕적 이념이 감성화된 미적 이념을 예술작품을 통하여 전달 받으려면 취미능력은 계발되어야하며, 이는 인간의 초감성적인 기치(das bersinnliche Substrat )인 보편적인 인간성에 기초해야만 한다. 즉 취미 판단의 보편성은 예술작품을 통해 현시되는 미적 이념에 근거하는 것이다.
4. 예술작품에서의 미적 세계관.예술작품은 자연의 아름다움으로부터 내용을 얻어 천재의 기술에 의해 산출된 작품이다. 여기서 자연의 아름다움은 자연을 대하는 도덕적인 주관과 합목적인 관계속에서 이루어진 정신적인 <다른 자연>이다.
그래서 자연의 아름다움은 개별적인 자연적 대상과 최고선을 추구하는 도덕적 마음씨를 지닌 주관과의 행복한 만남에서 이루어지고, 이것을 칸트는 자연이 주는 <호의>라고 불렀다.
자연과의 만남에서 직관된 개별적대상은 미적이념의 표상을 통해 주관적의 세계이해를 범례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서 바로 미적이념의 표현이라는 아름다움의 규정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러한 미적 이념의 표현은 수많은 부분적 표상들로 이루어진 <목적없는 합목적성 die Zweckm it ohne Zweck>을 보여주며 그 자체 속에 유기적 통일성이라는 내적인 합목적성을 드러낸다.
즉 세계전체와 이를 반성하는 이성적 존재자 사이의 관계가 개별적 대상을 통해 일종의 미적세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미적세계는 바로 도덕적 이념에 근거한 자연의 초감성적인 기저를 미적이념의 표상을 통해 형상적으로 해석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세계에 대한 미적이해가 천재의 능력에 의해 예술작품의 내용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술작품은 미적 세계관으로서의 자연의 아름다움을 천재의 기술에 의해 현시한 것이다. 자연이 주는 호의를 놓치지 않고, 그것의 현시를 위한 형식을 발견하여 예술작품의 창조하는 자가 바로 천재이다. 예술작품은 천재의 정신에 의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본으로 미적인 세계를 형성한다. 그래서 예술작품이 지닌 미적형식은 인간성의 궁극 목적을 추구하는 이성적 존재의 세계관을 직관하게 된다.
이러한 예술작품이 지닌 세계관은 자연미에 대한 반성을 통해 일깨워진 미적 이념을 내용으로한다. 천재는 자연의 총아로서 자신의 선천적인 정신적 능력으로 인해 미적 이념을 전달하는 독창적인 능력을 예술작품의 형식의 창조를 통하여 보여준다.
천재가 창조한 예술작품의 형식은 <목적없는 합목적성>으로서 우리의 취미능력에 합목적것이다. 그래서 천재는 자연미로부터 해독된 예술작품의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마치 자연의 형식과도 같은 예술의 형식을 창조해내는 것이다.
예술작품이 지닌 미적인 세계는 일종의 <아름다운 정신 der sch ne Geist>에 의한 예술 유기체로서 자체 내에서 미적 이념의 현시를 위한 모든 직관적 표상들의 통일적 질서를 이루고 있다. 예술작품은 바로 자연미를 표본으로한
세계해석을 그 내용으로 지니고 있는 것이다.
출처:철학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