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신론자가 씨앗을 보았을 때
“이 세상에 경이로운 것 하나를 들라면 나는 씨앗을 꼽겠다(중략).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흙을 밀어 올리고 떡잎을 펼치고 줄기를 뻗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 할지 모든 정보들이 이 작고 단단한 씨앗
에는 모두 담겨있다(중략). 식물의 씨앗만은 아닐 것이다. 모든 동물의
씨앗에도 유전자의 정보가 담겨 있으리라. 나는 종교를 믿지 않지만 이
대목에만 미치면 자연선택이나 적자생존의 진화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섬세하고 오묘한 질서가 존재한다는 것에 기대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절대자의 권능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김상욱 저(著) 《잠 못드는 밤 백석의 시를 생각하며》
(뒤란, 198-199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경이로운 것이 어디 씨앗 뿐이겠습니까. 0.00000001의 어긋남도 없이
조율된 우주의 조화는 경이로운 그 자체입니다. 고대 희랍의 철학자 소
포클레스는 《안티고네》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 세상 만물의 경이로움을 보라.
하지만 만물 가운데 인간만큼 경이로운 존재가 또 있으랴!”
생각을 하고 예술을 만들어 내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우리 인간은
가장 경이로운 존재입니다.
시인 보들레르도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 세상 만물은 상형문자이고, 시인은 번역자이며 암호 해독자다.”
이 세상 만물은 초월자의 암호, 신앙적으로 말하면 이 세상 만물 속에는
하나님의 숨결이 스며있습니다. 하나님은 이 진리를 바울 사도를 통하여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지니라.” (롬1:20)
모든 세계에 주님의 권능이 가득 차 있습니다. 정욕의 눈을 벗고 경이
로운 눈을 회복하면 꼬불꼬불한 달팽이집과 개들의 꼬리,토끼 주둥이를
보아도 하나님이 지으신 창조의 신비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