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암 정성원 화백의 부여팔경 평풍도에 시문해석
落花巖宿鵑낙화암숙견/낙화암에 자는 두견새
어느 해 비 비람에 나쁜 인연 지었는지
밤 소쩍새 목메 우는 가련한 봄날일세.
남은 꽃잎 위에는 핏자국 또렷하여
궁녀들이 후생으로 태어났나 싶구나.
風雨何年做惡因 宿鵑嗚咽可憐春
풍우하년주악인 숙견오인가련춘
血痕宛在殘葩上 疑是宮娥幻後身
혈흔완재잔파상 의시궁아환후신
水北亭 晴嵐수북정 청람/수북정의 아지랑이
빈 정자에 날 따스해 농막 하늘 개었는데,
물 기운과 산 빛은 어둡다가 환해지네.
강 가득 지는 해에 먼 조망이 일더니만
난간 따라 늦봄의 정 뭉게뭉게 이는구나.
空亭日㬉墅天晴 水氣山光暗後明
공정일난서천청 수기산광암후명
落照滿江生遠眺 繞欄惹起暮春情
낙조만강생원조 요란야기모춘정
白馬江 沈月백마강 침월/백마강에 잠긴 달
하늘 닿은 백마강 허공인 듯 말쑥하고
달그림자 맑은 물에 수궁이 얼비치네.
천 년 전 어룡이 삼키지를 못해서
이제껏 푸른 물결 가운데서 목욕하네.
連天白馬澹如空 桂影淸流倒水宮
연천백마담여공 계영청류도수궁
千載魚龍呑不得 至今來浴碧波中
천재어룡탄부득 지금래욕벽파중
皐蘭寺 曉磬고란사 효경/고란사의 새벽 종소리
천년 세월 아득하다 등불 하나 가물대고
금빛 부처 말없이 지혜의 눈살피시네.
인간 세상 명리 쫓는 사람을 붙잡으려
새벽바람 풍경 소리 차갑게 보내누나.
千輪浩劫一燈殘 金佛無言慧眼看
천륜호겁일등잔 금불무언혜안간
爲攬人間名利家 曉風打送磬聲寒
위람인간명리가 효풍타송경성한
扶蘇山 暮雨부소산 모우/부소산에 내리는 저녁 비
부소산 산 빛은 우뚝 솟아 푸르던데
사람 일과 하늘 때에 감개만 하릴없다.
저물녘 풍광은 그 어디 메일런고
끊긴 구름 비 머금고 푸른 산을 지나가네.
扶蘇山色碧嵯峨 人事天時感慨多
부소산색벽차아 인사천시감개다
日暮風光何處是 斷雲含雨過翠微
일모풍광하처시 단운함우취미과
✶過翠微<운율의 부조화>
窺岩津 歸帆규암진 귀범/규암나루로 돌아오는 돛단배
남녘땅의 배들이 강 가운데 가득한데
하늘은 동남풍 일진풍을 불어오네.
묻노라 사공은 어느메에 계시는지?
장오는 울며 쪼고 석양빛은 붉어라
✶檣烏 장오 :장대 위 까마귀
吳舡楚船滿江中 天借東南一席風
오강초선만강중 천차동남일석풍
問爾篙師/何處在 檣烏啼啄夕陽紅
문이고사/하처재 장오제탁석양홍
✶吳舡楚船 :남쪽 지방의 여러 배. 부여 일원
九龍坪 落雁구룡평 낙안/구룡평에 내려앉는 기러기
들판에 안개 걷고 강물은 넘실넘실
단풍잎 갈대꽃에 고국엔 가을일세.
기러기는 사람일이 변한 줄도 모르고
갈바람에 변함없이 모래톱에 내려앉네.
平郊烟罷水悠悠 楓葉蘆花故國秋
평교연파수유유 풍엽노화고국추
候雁不知人事變 西風依舊下汀洲
후안부지인사변 서풍의구하정주
平濟塔 夕照평제탑 석조/정림사지 오층석탑에 걸린 저녁놀
백제왕의 궁궐은 이미 재가 되었고
외론 탑 황량하게 이끼 반쯤 덮였네.
지난 일 모두 다 흐르는 물 따라 가고
지금 다만 저녁 해만 찾아올 따름일세.
濟王城闕已成灰 孤塔荒涼半蝕苔
제왕성궐이성회 고탑황량반식태
徃事都隨流水去 至今惟有夕陽來
왕사도수류수거 지금유유석양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