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가 가야할 길(1990년 5월 15일 대성고 교무실에서)
- 정승남(전 대성고 영어 교사 / 현 21세기 영어교육연구회장) -
요즈음 ‘선생은 있지만 스승이 없다. 학생은 있지만 제자가 없다.’라는 말을 듣는다. 이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바로 사랑과 존경이 결핍된 단순한 형식적이고, 계약적인 관계로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선생이란 말과 스승이란 말은 어감이 다르다. 같은 선생도 옛날에는 지금보다 더 존경할 만한 내용이 있었고, 그러기에 어떤 높은 벼슬을 호칭하는 각하니 장군이니 하는 말보다 오히려 점잖고 무게가 있는 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이 가졌던 품위가 거의 다 없어지고 한낱 직업의 명칭, 아니면 남을 부를 때 무해 무난하게 이름자 밑에 붙이는 씨의 사용어로 전락한 감이 있다.
선생이라면 분필가루를 뒤집어쓰고, 낡은 책을 들고 다니는 인간의 외형을 얼른 연상하지만, 스승이라면 남보다 식견이 있고, 덕망이 있는 내면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까, 스승이란 어떤 지식의 전달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야할 길을 제시하는 동시에 학생의 마음속에 그 길을 갈 수 있는 힘을 불러일으키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평범하고도 보편적인 작은 진리와 사랑을 간직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당장의 눈앞의 이익과 편리만을 찾거나 신뢰에 대한 가치의식이 퇴색되어 가는 인상보다는 양심이 바르고 진실됨이 있어 그 곁에 있으면 조심스러워 삼가게 되고, 그의 훈훈한 체온을 느끼게 되며, 마음은 평화롭고 잔잔한 호수같이 온화해지며, 아름다움이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늘 잊혀지기 쉽지만, 언제나 우리 주변에 없는 듯이 존재하는 학생의 편에 서서 한 세대의 양싱이 되어 올바른 판단 의식을 길러주며, 스스로 지식을 다듬고 간직하며, 학생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꿈과 이상(理想)을 심어주는 그런 고마운 분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학생은 어떠해야 하는가? 훌륭한 제자가 있어야 뛰어난 스승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있다. 반대로 훌륭한 스승이 있어야 유능한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는 말도 성립된다. 선생님들이 아무리 훌륭한 교육 내용을 가르친다 하더라도 배우는 제자들이 받아들이는 마음의 준비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제 구실을 한다. 배움에 임하는 학생들이 열심히 노력하여 지식과 지혜를 듬뿍 담을 수 있는 훌륭한 그릇이 되어야 한다. 그릇의 모양과 크기에 따라서 그 지혜의 정도는 달라진다.
“배운다. 공부한다.”는 말은 단순히 가르치는 선생님의 말씀만을 여과 없이 무비판적으로 수동적으로 받아들인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가르치는 선생님의 말씀에는 올바른 정의감과 따를 수 있는 진리와 양심이 담겨있기도 할 것이며, 잘못된 인식으로 인한 학생 자신의 가치관에 어떤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말씀도 있을 수가 있다. 학생들은 그러한 선생님의 말씀들 중에 좋은 점을 받아들이면서 잘못된 점이 있다면 스스로 비판하면서 자신의 올바른 가치관을 심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저 선생님의 말씀을 맹목적이며,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거부해서는 안된다. 질문을 하고 싶을 때는 질문을 하고, 자신의 견해와 다르거나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 다시 자세한 설명을 해달라고 해야 한다. 참다운 비판이 곁들이 설명과 질문, 그리고 상호간의 존경 속에서 스승과 제자의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질 때, 그 내용의 질은 높아지고, 더 큰 발전이 이루어지리라.
학생이나 선생님이나 지혜가 있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올바른 가치관이 정립되어 있고, 자기자신의 확고부동한 철학이 서야 한다. 남의 처지를 깊이 이해하고, 어려움이 있을 때 서로 도와주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솔선수범하는 수신의 경지는 어떤 사회, 어떤 시대에도 삶의 근본이다. 그러므로, 대성고등학교 학생 여러분들은 이 귀중한 학창 시절의 주옥같은 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됩니다. 학창 시절은 여러분의 인생관이 정립되는 시기이며, 이 때 마음 속에 자리잡게 될 사고방식(思考方式)이나 관념(觀念)은 평생토록 여러분의 살의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생각만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항상 탐구열에 불타고, 강인한 의지와 지칠 줄 모르는 정열, 굽힐 줄 모르는 정의감에 불타는 진정한 용기와 신념으로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합니다. 자기의 주어진 삶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실천하는 가운데 성숙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야 합니다.
10년 후, 20년 후, 아니 수십 년 후의 자신의 자화상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하는, 그리고 미래의 그 모습에 대해 오늘의 학생 여러분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항상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생활의 밝은 지혜를 터득하고 자신의 미래상의 화려한 변신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먼 훗날 스승과 제자가 사회의 동반자로서 만날 때, 서로가 부끄럼 없는 존경할 수 있었던 스승으로, 그리고 보람을 느끼고 즐거운 추억이 남아 있는 뿌듯한 마음을 전해주는 제자로서 기쁘고 축복된 만남의 자리가 되도록 우리 함께 노력하면서 진실되게 살아갑시다.
1990년 5월 15일 대성고등학교 교무실에서
서울 대성고등학교 영어 교사 정 승 남 배상
P.S.
사랑하는 제자들아!
혹시 위 글을 읽게 되면, 엣날의 추억을 되살려 보고, 30년이 지난 지금, 그 당시 가졌던 꿈과 이상,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생각들이 현재 어떤 모습으로 너희들에게 다가왔는지 한번 돌이켜 보고, 세심하게 살피고, 남은 미래를 준비하렴.
선생님은 작년, 즉 2020년 8월 31일 자로 정년 퇴임을 하고, 1986년 3월부터 근무해온 정든 대성고등학교를 떠났단다.
지금은 21세기 영어교육연구회 회장 겸 The Korean Leaders Group(KLG) 회장직을 맡아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단다.
혹시라도, 선생님을 기억하고 만나고 싶다면, 아래 연락처로 연락을 주렴.
모두 다 건강하게 잘 있는지,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은 없는지, 억울하고 분한 일은 없는지, 아직도 학창 시절의 그 순수함을 간직하고, 미래에 대한 꿈을 꾸고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이제는 같이 나이가 들었고, 모두가 자녀를 둔 부모가 되었으며, 자식들의 미래를 염려하는 세대가 되었구나.
모두 다시 보고 싶구나.
21세기 영어교육연구회장 정승남 배상
21세기 영어교육연구회 / ㈜ 파우스트 칼리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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